두 명의 중증장애인 국회의원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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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1일 실시된 참의원 선거는 일본의 현주소를 첨예하게 보여 줘요. 아베 자민당의 안정다수를 확인시켜준 결과지만, 24년 만에 가장 낮은 투표율(48.8%)로 유권자 반 이상이 기대를 안 하는 선거였다는 것을, 그리고 많은 투표자가 아베 정권에 ‘NO’를 외친다는 것을 확연히 보여 주는 결과이기도 했어요.
레이와신센구미(れいわ新選組). 야마모토 다로(44세)라는 탤런트 출신이자, 참의원이었던 사람이 4월에 창당한 신당으로 이번 선거에서 2,280,764표(4.55%)를 받아 두 의석을 획득했어요. ‘인간을 생산성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슬로건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지지층을 넓혀갔지만 이 정도로 많은 표를 받을 줄은 예상 못했대요. 이 정당은 득표수 많은 후보가 아니라 먼저 지정해 놓은 후보가 당선되는 ‘특정 범위’라는 새로운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어요. 첫 번째로 지정된 후보자는 ALS 환자 후나고 야스히코(남, 61세) 씨였고, 두 번째는 척추를 다쳐 중증장애인이 된 기무라 에이코(여, 54세) 씨였어요. 지명도가 높은 당 대표가 세 번째 당선 순서였고요. 야마모토 대표 본인은 155명의 후보 중 가장 많은 992,267표를 획득하고도 낙선했지만, 후나고 후보(4,165표)와 기무라 후보(5,211표)가 의석을 확보, 두 명의 중증장애인 국회의원을 탄생시켰죠.
기무라 의원은 특별지원학교 졸업 후, 시설이나 부모에게 자립하려는 장애인을 지원하는 ‘자립의 집’을 설립·운영하며 장애인이 지역에서 살도록 35년간 적극적으로 당사자 운동을 벌였대요. 현재 제도는 많지만 장애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아 국회에서 당사자의 목소리로 장애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활동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고요. 후나고 의원은 로봇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해 그동안 대학에서 강의하거나 복지 업계 신문에 칼럼을 쓰는 등 중증장애인으로서 사회에 참가하는 길을 넓혀왔고, 활동지원사와 함께 전신마비 장애인도 연주할 수 있는 기타로 미니콘서트도 정기적으로 열어왔어요. 앞으로 10년, 20년 후를 전망하며 어릴 때부터 무의식적으로 심어지는 차별 의식을 없애는 윤리 교육에 힘을 쏟고 싶대요.
손발을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운 두 중증장애인의 당선으로 국회에서는 본회의장까지의 이동, 휠체어 좌석 설치, 의사표시를 지원하는 활동지원사 배석 등에 대한 논의가 긴급히 이뤄졌고, 개수공사가 실시됐어요. 그런데 눈에 보이는 설비만 문제가 아니었어요. 두 사람이 임시국회에 등원하려면 활동지원사 도움이 꼭 필요한데, 현재 일본 장애인지원법에서는 경제 활동이나 통학 등의 서비스 지원은 인정하지 않거든요. 이것이 여론에 알려지며 많은 장애인의 현실이 알려졌어요.
일시적으로 의회 사무국에서 비용을 대도록 조정됐지만, 기무라 의원은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특별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누구라도 지원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장애인의 권리는 보장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질문서를 내각에 제출했대요. 그동안 사회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던 장애인의 모습이 중증장애인 국회의원 탄생으로 명확하게 드러나고 또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게 된 거죠. 그는 6년의 임기 동안 장애 정책, 구체적으로는 배리어프리 정책, 통합 교육 등에 초점을 맞춰 나가면서 사회적 약자가 살기 어려운 현실을 바꿔 갈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어요.
장애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라는 둥 중증장애인의 의정 활동에 의문부호를 제시하는 비판도 없지 않지만, 휠체어로 등원하는 두 의원의 모습을 보며 이제 시작하는 한걸음에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 참 뿌듯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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