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사업, 장애인에 대한 인식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
[기획] ④ 인터뷰 - 임태봉 해피누리 사업단장(서귀포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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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태봉 해피누리 사업단장·서귀포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 ⓒ김라현 기자 |
“제주도의 산업구조는 다른 곳과 달리 3차 산업, 특히 관광산업의 비중이 매우 높아 중증장애가 있는 이들의 취업이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새로운 유형의 장애인 취업구조 개발이 시급했는데, 처음에는 중증장애인의 직업교육훈련과 취업을 연계할 수 있는 맞춤형 사업을 구상하다가 관광도시 제주의 강점과 사회복지의 특성을 결합한 ‘장애인제주관광복지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주위의 우려도 많았지만 강점을 먼저보고 추진했다.”
“예를 들어 지적장애인나 청각언어장애가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비장애인이 가이드를 할 경우, 장애인들의 이해도가 매우 낮다. 이점에 착안해 같은 유형의 장애인이 ‘눈높이식 가이드’를 진행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지적장애인의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 관광가이드 직업군과 잘 맞는 점도 큰 역할을 차지했다.”
“해피누리는 관광가이드뿐만 아니라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안내도우미, 클린서비스 등 3개 영역에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문 강사진 6명이 ▲서비스 교육 ▲자신감 향상 교육 ▲발성법 ▲스토리텔링 ▲레크리에이션 기법 ▲가이드 현장훈련 등을 기초-심화-현장학습 등으로 나눠 10개월 간 교육한다. 수료한 이들은 관광서비스 현장에 투입돼 일하고 있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보수교육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 ⓒ김라현 기자 |
“우선 척박한 제주도 장애인의 직업선택 폭을 확장시켰다고 자부한다. 장애인의 3차 산업 진출에 대해 편견이 강하다. 하지만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장애인이 관광 산업에서 할 수 있는 직종이 무궁무진함을 발견했다. 또 하나의 성과는 제주 관광산업 전반에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예를 들어 중문리조트에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이 투숙하게 되자 편의시설을 개선했으며, 많은 식당들도 턱을 없애는 등 개보수를 하고 있다. 직업교육에서 시작한 사업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고 있다.”
- 그렇다면 해피누리 사업단을 바라보는 두 측면 중 장애인이 주체가 돼 만들어진 여행 사업단에 대한 방점이 더 큰 것인가
“그렇지 않다. 장애인이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각종 여행상품 개발 및 기획, 코디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회공헌에 관심 있는 업체들과 협약관계를 맺으며 (장애인 관광) 인프라 확장에 노력하고 있다.
- 구체적인 현황을 알려 달라
“해피누리 사업단의 저력은 지역자원과 콘텐츠와의 결합이다. 이를 위해 사회공헌에 관심 있는 관광업계의 참여를 유도했고, 그 결과 초창기 72곳에서 98곳으로 업무협약을 맺은 곳이 늘어났다. 이들 업체들의 지원을 통해 다른 곳보다 더 싸게 상품을 팔 수 있어 틈새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저렴하게 여행 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 휠체어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는 대형버스 2대와 휠체어리프트 차량 1대를 내년 중순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차량까지 완비된다면 장애유형과 단체유형별로 20여 개의 여행상품과 함께 명실상부한 여행사의 그림을 갖출 수 있게 된다.”
-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여행콘텐츠도 개발할 생각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 또 단체여행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개별여행에 대한 프로그램 지원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고 싶다
“해피누리 사업단의 사업 타깃은 아직까지 틈새시장 공략이다.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상품 개발도 염두하고 있으나, 우선은 장애인 여행콘텐츠 개발에 집중할 생각이다. 또 리프트 차량이 준비되는 내년부터는 개인여행이나 가족여행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 많은 장애인들이 마음껏 여행을 즐길 수 없는 이유 중에는 열악한 환경도 문제겠지만, 비용문제도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물론 해피누리 사업단이 모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더 많은 여행객 확보를 위해 여러 가지 고민들을 하고 있을 텐데
“고민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다. 해피누리 사업단은 도내 관광업계와 업무협약을 맺고 요금할인을 추진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데는 한계가 있다. 전국의 더 많은 장애인이 여행의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편의시설 확충 등 환경개선뿐만 아니라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전국의 많은 장애인들이 여행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문화관광부, 제주특별자치도가 앞장서야 한다.”
▲ 2009년 10월 열린 장애인제주관광복지사업 설명회 및 이용협약식에서 임태봉 관장이 해피누리사업단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진호 기자 |
“총 26억원의 프로젝트 사업비를 지원받게 되며, 이를 통해 직업교육 중심의 사업단에서 명실상부한 여행사로 거듭날 예정이다. 우선 관광복지사업본부를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쇼핑센터를 통해 싸고 질 좋은 제주 특산물을 관광객에게 판매, 지역사회 경제발전에도 기여할 생각이다. 또 제주국제공항 내 장애인 전용관광안내부스를 개설, 제주를 찾은 장애인관광객에게 눈높이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며 관광IT재활공학센터도 설립할 예정이다.”
“제주도 여행정보를 담은 단말기를 개발해, 시청각장애인이 이 단말기만 있으면 자유롭게 제주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대여서비스도 준비 중에 있다. 아울러 장애인복지수련원을 건립해 장애인 관광객은 물론 기업연수생 등 비장애인의 연수프로그램들을 유치해 복지에 참여토록 유도할 꿈을 갖고 있다.”
- 그렇다면 사회적 기업으로 양성할 생각을 갖고 있는 건가
“‘해피누리 여행사’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것은 지적장애인이 주주가 되는 회사다. 5개의 핵심 사업 중 장애인복지수련원이 완성돼 실질적인 운영을 시작할 7년 후에는, 도내 장애인 100여 명이 함께 일하는 회사로 키울 계획이며, 국내여행은 물론 해외여행으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운영이 핵심 관건이다. 여행사를 중심으로 한 연계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창출해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오는 손님만 받지 않고 수요를 창출해서 시장을 늘려나가겠다.”
- 해피누리 사업단의 성공사례가 다른 지역에서도 큰 자극이 됐을 텐데
“해피누리 사업단에 큰 관심을 갖고 있던 부산장애인종합복지관에 인큐베이팅을 하고 있는 중이다. 부산지역에서의 새로운 성공사례가 조만간 나오리라 기대하고 있다.”
작성자전진호 기자 01627296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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