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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웃나라에서 보는 평창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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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일본에서 전해지는 올림픽 관련 보도나 코멘트를 듣고 있자면 뭔가 일일이 꼬투리를 잡는 것 같은 말투나 보도가 많고, 타향살이 하는 사람 입장에서 서운한 걸 느낄 때가 많았어요. 물론 전부가 그런 건 아니고 전반적인 경향이지만요. 예를 들면 올림픽이 열리기 전에는 평창 주변의 숙박업소가 바가지를 씌우고 예약 사기가 많다, 이번 겨울 한국만 추운 것은 아닌데 평창의 날씨가 너무 추워 개회식 때 천장이 없는 메인스타디움의 체감온도가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사전 리허설에 참가하던 관중들 중에서는 추위에 쓰러지는 사람이 나올 정도로 한파가 걱정이다, 난방을 위해 외투나 담요를 지급하지만 턱도 없다, 날씨는 춥지만 경기를 진행하기에는 눈이 부족하다, 대회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처우나 시설에 문제가 많아 자원봉사자들이 사퇴했다, 개막식 직전에는 노로 바이러스 발생으로 외국 기자까지 감염자가 나오고 위생 안전에 구멍이 뚫렸다는 등…. 물론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일 없다’고 그만한 상황들이 벌어질까 우려되는 건 사실이지만 왠지 이런저런 흠집을 찾아내 이웃나라의 잔치를 반기기보다는 찬물을 끼얹는 듯한 분위기로 느껴졌어요.

그리고 북한의 참가를 스포츠의 정치적 이용이라고 비판하며 평창올림픽이 평양올림픽화 되고 있다고, 개막식 당일에도 각국의 정상리셉션에 미국 부통령과 일본 아베 수상이 지각을 하는 결례를 범했다는 보도는 거의 다루지 않고, 그저 한국이 북한을 귀빈 대접하며 한미일 3국의 공조를 흔들고 있다는 투의 보도였어요. 거기에 경기장 밖에서 한국과 북한의 단일팀을 응원하는 시민들이 들고 있던 ‘미국과 일본은 방해하지 말라’는 현수막을 ‘미국과 일본은 훼방꾼이다’라고 번역하며 전달하는 한 보수방송사의 보도를 보면서 단순한 오역이라기 보다는 반감을 유도하는 이미지가 깔려 있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물론 올림픽 자체에 대한 찬반양론이 있겠고, 지난 88올림픽 때는 군부독재 정권의 미화로 이용된다고 반대하는 데모로 있었지만, 일단 열리게 된 올림픽, 패럴림픽이 무사히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열악한 가운데서도 성공을 염원하는 노력이 이웃나라에서 좋게 평가되기를 바라는 소박한 바람인데 말이에요. 일본에서 객관적인 척 늘어놓는 일부의 발언을 들으면 오히려 반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역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은 어느 나라에서든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것까지 신경 쓰는 게 너무 눈치 보며 사는 것 같지만, 저는 평창올림픽에 대한 일본에서의 불온한 이미지를 바꿔주도록 일본에서 절대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하뉴 유즈루가 좋은 성적을 올리기를 기대하게 되더라고요. 며칠 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올림픽 연패와 더불어 일본에 첫 번째 금메달을 안겨주는 성적을 올려 일본에서는 방송마다 그 건투를 보도하느라 흥분, 호외가 동이 날 정도로 신바람을 내는 것 같았어요. 그 다음날 고다이라라는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가 한국의 이상화 선수를 앞서 금메달을 따자 두 선수가 서로를 격려하는 우정 어린 모습이 아름답다는 보도도 연이어서 나왔죠. 반가운 뉴스 덕분에 이제 평창올림픽은 일본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66년만에 올림픽 금메달 2연패라는 기록을 세웠다는 이름으로 남겨질 것이고,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첫 번째로 금메달을 따냈다는 좋은 기록으로 새겨지게 되겠지요.

개막식 당일은 생각보다는 추위도 한풀 꺾인 가운데 성황리에 치러졌고, 이런 저런 풍문은 많았지만 일단은 무사히 올림픽이 치러지고 있어 다행이에요. 장애인동계올림픽이 3월 9일부터 18일까지 개막되는데 일본에서도 올림픽 때 못지 않게 많은 선수를 파견하리라 예상됩니다. 선수들의 선전이야말로 주역이고 감동이지만, 스포츠에 생소한 사람들에게는 개막식 등 다양한 이벤트와 공연 또한 기억에 남는 볼거리인데요. 2년 전 브라질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장애인올림픽 때 출연한 일본의 남성무용가가 있어요. 오마에 고이치(大前光市, 38세)라는 이 남성무용가가 남달리 주목을 받는 건 전신으로 표현하는 예술 장르인 현대무용가이지만 왼쪽 다리가 의족인 무용가라는 겁니다. 2003년 오사카예술대학을 졸업하고 유망한 프로 댄서로서 꿈을 펼치고 있던 바로 그 때, 교통사고로 왼쪽 무릎 아래를 절단해야 했고, 걷는 것조차 어려웠던 상태에서 다시 춤을 출 수 있게 되기까지 땀과 피로 물들인 노력으로 무대에 다시 설 수 있게 됐다고 해요. 무용가로서는 가장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장애를 입고도, 무용가로서의 꿈을 잃지 않고 의족을 장착한 다리로, 어떤 때는 의족을 끼지 않은 채 짧은 한쪽 다리 그대로 자신의 무대를 표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작년 그믐날 밤, 일본을 대표하는 방송 NHK에서 가장 힘을 기울이는 ‘홍백가요제’ 때 히라이 겐이라는 유명한 가수의 노래를 배경으로 오마에 씨의 독무가 선보여 큰 관심을 끌었어요. 저도 그 방송을 보았고 의족을 하지 않은 채 무대 위를 넘나드는 혼신을 기울인 그의 춤을 보면서 감탄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물론 그의 춤 그 자체가 멋있고, 대단하지만 그의 무대를 가장 시청률이 높은 방영 시간에 편성해 주목을 집중시키는 방송사의 기획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더군요.

1월 말 방송된 그의 특집 다큐멘터리에서 그는, 의족 무용사라는 데 초점이 맞춰지기 쉽지만 자신은 그냥 춤꿈으로 무대에 서고 싶다고 하더군요. 오사카의 기시와다시에서도 얼마 전 그가 다른 비장애인 무용사들과 함께 하는 공연이 열렸어요. 올림픽이나 큰 이벤트 때만 주목이 쏘이다가 곧 꺼지고 마는 세간의 이목이지만, 그런 때라도 더 많이 세상에 소개되고 표현해 장애와 비장애의 장벽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날이 앞당겨지도록 해야 되겠죠.

작성자글. 변미양/지체장애인. 오사카 거주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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