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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아고라, 여행 속 장애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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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3일, 여름 휴가철을 맞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장애인 여행을 주제로 난상토론 형식의 장애인 아고라가 진행됐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척수장애인협회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4개 단체의 공동주최로 진행된 이번 아고라에는 남다른 여행 경력을 가진 장애당사자 및 장애당사자 부모 7인이 주 발언자로 참여해 여행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과 의견을 나눴다.

 

장애인 29%, 지난 5년간 바다 등 여름휴양지 가본 적 없어

한국장애인총연맹이 7월 5일부터 9일까지 5일간 장애인 18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장애인 여행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9%가 지난 5년 간 바다나 계곡 등을 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며, 워터파크에 가본 적이 없는 응답자는 78%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69%가 올해에는 바다나 계곡 등으로 여름휴가를 갈 계획이 있다고 밝힌 반면, 31%의 응답자는 별다른 여름휴가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여름휴가 계획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 중 80%는 지난 5년간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고 답해, 여행 경험이 없는 장애인일수록 여행에 대해 새로운 시도 역시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휴가를 포기하는 이유를 묻는 주관식 질문에는 △이동권 및 접근성 문제 △경제적 문제 △차별이나 주위 시선 등의 문제 등의 답변이 가장 많으며, 여행지에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경험한 응답자는 44%로, 절반에 가까운 장애인이 여행 중 차별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 여행은 맨땅에 헤딩

여행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는 정보수집 단계는 여행의 만족도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특히 장애인의 경우 장애유형에 따른 적절한 여행정보를 필요로 하지만, 셀 수없이 방대한 양의 여행 정보 중에서 장애인을 위한 여행 정보를 찾아보기란 어렵다.

장애인 여행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전윤선 대표는 “처음 여행을 할 때는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을 하는 기분”이었다며, “관광지나 지자체에 직접 연락해서 물어보기도 하고 인터넷을 통해 최대한 자료를 모으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거나 정보와 사실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직접 부딪혀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평소 레저활동을 즐겨한다는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총장도 “‘일단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여행을 하는 편”이라며, “여행을 하며 새로운 상황에 부딪히다보면 점차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기기 마련이다”라고 전윤선 대표의 발언에 의견을 덧붙였다.

도서 <유럽,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의 저자인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홍서윤 소장은 “효과적인 여행정보 수집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만의 여행스타일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여행을 원하는 장애인을 위한 여행정보 수집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국내여행의 경우 관광공사 페이지를 참고하면 접근성이나 장애인전용 화장실 설치여부 등 기본적인 정보는 파악이 가능하다. 해외여행은 교민사이트를 참고하는 방법도 있지만, 해당 국가의 사이트를 찾아보는 것이 가장 좋다. 구글 번역기를 이용하면 어느 정도의 번역이 가능해 기본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 이상의 정보는 여행사나 지인의 도움을 받는 등 단계적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장애유형별 겪는 불편도 다양

여행지에서 장애인이 겪는 불편 역시 만만치 않게 크다. 많은 여행지를 홀로 다니며 여행경험을 쌓아왔다는 중구길벗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한동국 국장은 뇌병변장애 유형의 특성 때문에 겪어야 했던 차별의 경험을 공유했다. “뇌병변 장애인의 경우 아무리 활발하고 친화적인 성격이라도 낮선 곳에 가면 긴장할 수밖에 없다. 나의 경우 먹는 걸 좋아해 일명 ‘맛집탐방’ 여행을 즐기곤 하는데, 식당에서 내쫓기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국내외 명소를 사진으로 담는 김현수 사진작가 역시 “관광지에서 말을 타려고 했는데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한 적이 있다. 관계자는 낙마라도 하면 누가 책임을 지냐며 도리어 뻔뻔한 모습을 보여 당시 기분이 많이 상했었다”며 경험담을 보탰다.

이찬우 총장은 “척수장애인의 경우 휠체어 접근성 등 물리적인 요소도 고려해야 하지만, 음식이나 물과 같은 먹는 것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조금만 잘못 먹어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정보제공도 활발히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날 유일하게 장애 당사자가 아닌 당사자 부모로서 토론 주 발언자로 참여한 한국자폐인사랑협회의 김이경 위원은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토론에 참여하는 걸 고민했지만, 여러 장애유형 중에서도 발달장애인으로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공유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고 밝히면서 발달장애인 부모로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앞서 주 발언자들께서 “일단 부딪혀보고 시선을 견뎌라” 등의 좋은 이야기들을 해주셨지만 발달장애인의 경우 어떠한 선택에 있어서 대부분 보호자와 후견인이 대신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특히 당사자가 아닌 부모의 입장에서 그런 결정을 대신 해주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한편 청중석에서는 중증장애인 여행 시 활동보조 인력 비용 문제가 언급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 장애 당사자는 “17년 전 전동휠체어를 타기 시작하면서부터 여행을 다니게 됐다. 처음 여행을 할 때는 너무 무서워서 유서까지 쓰면서 떠났던 기억도 있지만, 지금은 여행이 나를 성장시키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나의 경우 아직까지는 활동보조인 없이도 혼자 여행을 다닐 수 있다. 하지만 지인들 중 장애 정도가 중증인 경우에는 여행에 활동보조인이 꼭 동행해야 한다. 활동보조인의 경비는 전부 당사자가 다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과 여행을 함께 하고 싶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아쉬움을 내비췄다.

이에 전윤선 대표는 “나 역시 여행에 활동보조인이 꼭 동행한다. 활동보조인의 여행경비뿐만 아니라 24시간 보조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은 2배 이상이다. 간혹 활동보조인 대신 자원봉사자와 갈 때도 있지만 엄연히 일과 봉사는 다르기 때문에 자원봉사자와 여행을 하게 되면 눈치를 보고 부탁을 하는 횟수도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중증장애인 여행을 위한 활동보조 시스템 마련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수혜자 아닌 소비자로서 권리 누릴 수 있어야

여행을 사치활동이라고 생각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한국사회에서 여행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으며 여행에 대한 수요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장애계에서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던 만큼 제도적 뒷받침 역시 잘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대해 홍서윤 소장은 “사실상 법은 다 마련돼 있지만 그 내용이 부실하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복지차원의 지원이 아닌 장애인이 주체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전윤선 대표 역시 “한국에서 장애인은 돈을 쓰면서도 차별받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을 소비자로 보지 않는 인식이 만연하다”는 의견을 보탰다.

한편 청중석에서는 “여행지에서 장애인을 위한 전용 객실이 의무화돼 있지 않아 숙소 이용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며 장애인 전용객실 의무화 추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며, “시각장애인의 입장에서 관광 사이트 이미지를 텍스트화 하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 “장애유형에 맞게 기조초사 연구가 필요하다” 등 장애 유형에 따른 적절한 제도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번 장애인 아고라 토론회의 진행을 맡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범 사무총장은 토론을 마치며 “여행의 의미는 내가 있는 장소만을 바꿔주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편견을 바꿔주는 활동”이라면서 “장애인 여행을 통해 장애 당사자가 가진 생각뿐만 아니라 장애를 보는 비장애인의 시각과 편견도 함께 변화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는 페이스북 페이지 ‘장총짱이 KODAF’(https://www.facebook.com/kodaf99/) 통해 장애인 아고라를 생중계했으며, 주최 측은 “온라인 등 여행에 대한 경험과 개선사항 등 제안 및 의견을 모아 정책 건의 등의 후속조치를 진행할 예정”라고 밝혔다.

작성자글과 사진. 정혜란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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