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하모니원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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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여행을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는가. 자유? 휴식? 추억? 사람마다 생각하는 건 제각각이듯 중증장애인인 나에게 있어 여행을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도전’이다. 하모니원정대도 마찬가지다. 하모니원정대를 통해 여행을 떠나는 건 나에게 있어 일생일대의 커다란 도전이었다. 그만둘까 몇 번 망설이기도 했다.
익숙한 환경인 집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처음 보는 사람과 10박 11일 동안 같이 지낸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전을 통해 무미건조했던 내 삶의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렇게 내 ‘도전’은 시작됐다.
홈과 턱
우리 팀 다섯 명은 경기 남부로 떠났다. 그리고 여행 첫날, 기억에 남는 건 홈과 턱밖에 없었다. 떠나기 전 어느 정도 마음은 먹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래도 수도권이니까 최소한의 장애 배려 시설은 있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기대감은 처참히 부서졌다. 장애 편의 시설이 없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엉망이었다.
첫날 일정을 마친 후, 문화재와 관광지에 대해 장애 편의 시설 조사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공감하고 모든 장애인을 대표해 이 자리에 있는 나의 무게가 실감 나기 시작했다. 장애 편의 시설이 얼핏 완벽해 보일지라도 혹시나 빠진 게 있지 않을까 다시 한 번 더 보면서 조사에 임했다.
변화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어 하지 않는 성격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무엇보다 어려웠다. 그리고 타인에게 거부를 받을지도 모르는 두려움 때문에 마음을 여는 데도 아주 서툴렀다. 그 때문에 여행 초반에는 거의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고, 걱정과 긴장 속에서 다른 팀원들과 소통하는 데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가 여행 후반 어느 날, 계획했던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한 팀원으로부터 오늘은 전보다 많이 밝아지고 웃는 모습을 보여줘서 기쁘다는 말을 들었다. 그동안 팀원들의 배려와 도움 속에서 나도 모르게 달라진 것이다. 일어날 때부터 잘 때까지 종일 도와주고 여행 중 내 몸 상태 때문에 계획을 수정해 가면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만들어 준 팀원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성장 그리고…
지금도 여행 내내 관광지에서 봤던 홈과 턱이 내 눈앞에 선명하게 아른거리고 있다. 가끔 외출할 때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장애 편의 시설이 잘 돼 있는지, 어떤 부분이 잘못돼 있는지 따지고 있다가 정신 차리고 다시 갈 길을 가고 있다. 이번 여름방학은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뭘 할 수 있을지, 내가 앞으로 공부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계속 곱씹어본 계기가 된 것 같다.
아직도 병원에만 있거나 집 안에만 계속 있는 중증 장애인이 많이 있다. 나 또한 그랬었다. 더는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겠지 하면서 집 밖에 나가는 것을 굉장히 무서워했다. 하지만 내가 걱정했던 것보다 도와줄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고, 밖에 나가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다른 장애인분들 또한 쉽지 않겠지만 계속 집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와주셨으면 한다. 앞으로 장애인이 모든 관광지에서 불편 없이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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