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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작지만 큰 변화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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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도전은 휠체어를 탄 7년의 시간 동안 항상 나와 함께했다. 내 인생의 모든 것은 도전이었고 변화를 의미했다. 점점 약해지는 몸의 변화를 항상 겪어야 했고 그때마다 새로운 환경에 도전해야 했다. 장애로 겪게 되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때면 도전을 통해 이겨내야 했다. 그러한 도전의 연속에서 나는 변화할 수 있었다. 감추고 싶었던 장애를 내 것으로 비로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매 순간의 도전을 통해 다른 누군가를 변화시키기도 했다. 장애인을 한 번도 접해본 적 없었던 사람들은 나를 통해 장애의 밝은 면을 보게 됐고, 신선한 충격과 함께 장애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생각의 틀을 깨뜨렸다. 나의 모든 순간들은 도전이었고 내가 다녀간 흔적에는 변화를 남겼다.

 

또 한 번의 도전

또 하나의 변화를 이끌고자 하모니원정대라는 원정길에 올랐다. 하모니원정대는 어찌 보면 나에게는 정말 큰 도전이었고 또 다른 변화의 시작이었다. 가족이 아닌 또래 대학생 친구들과 떠나는 첫 여행이라는 것과 나의 몸을 완전히 남에게 맡기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 첫 여행인 만큼 모든 게 처음이었고 모든 일들은 부딪쳐 봐야 하는 것들이었다. 혼자서는 대부분의 일들이 어려운 나는 단순히 휠체어를 밀어주고 들고 옮겨주는 것만이 아닌 나의 사적인 모든 부분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나의 모든 것을 개방해야 하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우리 팀이 여행한 충청북도와 경상북도는 도심에 비해 발달이 덜 된 산이 있고 논이 있는 외곽지역이었다. 그만큼 장애인을 위한 편의가 잘 갖춰져 있지 않았고 그야말로 열악했다. 외곽지역인 만큼 옛날에 지어진 건물들이 대부분이어서 좌식 식당이 많았다. 휠체어를 타는 나로서는 식사를 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식사를 할 때마다 좌식이 아닌 식당을 찾기 위해 시간을 쏟아야 했다. 또한 우리는 이동할 때마다 많은 턱과 계단을 마주해야 했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우리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결국에는 좌식이 아닌 식당을 찾았고 턱과 계단은 다함께 힘을 합쳐 지나왔다. 나 한 명을 위해서 어느 누구도 할 것 없이 모두가 나서서 팀 전체의 일정을 변경하기도 하고 때로는 시간을 쏟기도 하는 팀원들이 너무도 고마웠다. 이런 팀원들에게 배려를 받으면서 ‘함께’라는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함께’라는 것은 다수가 어느 누군가를 위해 나설 때 더 빛이 났다.

 

함께라서 가능하다

나의 도전은 어려움과 불편함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외곽지역인데도 불구하고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경사로가 있는 베리어프리(Barrier Free) 지역을 몇 차례 방문할 수 있었고, 완벽하진 않지만 조금씩 변화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곳도 볼 수 있었다.

또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어려움을 이겨낼 때 빛이 났다. 비가 와서 휠체어가 도저히 접근이 어려울 것 같았던 영덕의 메타세콰이어 숲에서는 팀원들이 나를 들고 사진을 찍었고, 많은 계단과 조우해야 했던 영덕의 반딧불이 천문대도 휠체어를 끌고 결국 올라가 별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모두 함께였기에 가능했다. 팀원들이 있었기에 많은 걸 볼 수 있었고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여행이라는, 누군가에게는 작지만 나에게는 큰 도전을 해낼 수 있었다.

 

작지만 큰 변화의 흔적을 남기다

나는 이번 하모니원정대를 통해 또 한 번 변화의 흔적들을 남겼다. 장애인을 본 적도 없고 휠체어를 한 번도 끌어 본 적 없는 우리 팀원들은 나를 통해 이제는 지나가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분들을 보고 반갑게 맞이할 수 있게 됐다. 내가 남긴 이 작지만 큰 변화의 흔적이 나를 비롯한 우리 팀원들뿐만 아니라 턱이 없어지고 장벽이 허물어지는, 장애인 누구나 여행을 즐길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는 그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도 남겨졌으면 한다.

우리의 활동을 통해 장애를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변화의 흐름을 느끼고, 나와 우리 팀원들이 여행이라는 원대한 도전을 통해 얻은 성장과 변화의 기회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이 작은 변화들이 모여서 결국에는 밝은 빛을 낸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작성자글. 이준의/CRUSH 팀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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