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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거, 평화를 지키는 후보에게 한 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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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의원내각제, 그 중에서 실제로 정권을 좌우하는 중의원은 임기가 4년이지만 총리에게 해산권이 있어 언제든지 선거가 열릴 수 있으니까 길거리 벽에는 항상 선거포스터가 붙어 있고, 언론에서도 언제 선거가 있을지 분위기 파악하기에 바쁜데요. 그 중의원총선거가 곧 실시됩니다.

중의원 총 의석수는 465명, 해산 전에도 아베 정권은 300석 넘는 의석수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선거에서 과반수인 233석만 넘어도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겠다고 표명을 했습니다. 현정권에 대한 신임을 묻고 정권선택을 할 수 있다는 명분이지만, 과반수 이상 의석을 따내면 앞으로 다시 4년간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정권이 연장되고, 2/3 이상을 확보하면 헌법개정까지 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되는 중요한 선거. 선거일 전이지만 이미 여당이 300석을 넘본다는 정세분석인데 장차 아베 정권의 우경화 폭주를 막을 수 있을지…. 제2차 아베 정권이 탄생하게 된 지난 총선거의 투표율은 역사상 가장 저조했던 52.66%였습니다. 그 결과로 지금의 강력한 정권이 만들어졌다고 하면 이것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인가 한심해져요.

이번에도 직전 여론조사를 보면, 아베 총리 지지율은 46%, 부지지율은 44%로 박빙이고, 지지이유도 ‘아베 총리와 인품 신뢰’는 겨우 14.3%, 반대로 지지하지 않는 이유 중 ‘아베 총리의 인품을 신뢰할 수 없어서’는 39%가 넘어요. 헌법개정에 대해서도 찬성 39%, 반대 39%. 이렇듯 아베 총리에 대한 신뢰도도 낮고, 내각지지율도 높지 않으며, 뿔뿔이 의견이 갈라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 위협을 내세워 국방력의 강화를 꾀하며 평화헌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지적장애인들의 부모회에서 지적장애인들이 선거 때 투표하기 쉽도록, 투표소의 흐름이나 동선, 그리고 선거관리인에게 후보자의 이름을 대리로 써 달라고 하는 방법 등을 해설하며 소개하는 14분짜리 DVD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각 자치단체에서도 활용해 지적장애인의 투표를 지원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하는데, 이번 선거에서 도움이 돼 귀중한 한 표들이 행사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미약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작은 희망의 불빛을 보는 것 같은 힘찬 뮤지컬 공연을 봤어요. ‘소리 없는 진혼곡’이라는 작품으로 10월 6일부터 10월 9일까지 8차례 공연이 열렸는데 그 중 8일 낮 공연을 보고 왔어요. 이 작품의 특징은 ‘오사카 변호사회’ 45명의 변호사가 주도해, 헌법 제9조에 명기되어 있는 군대를 갖지 않고, 군대를 파병하지 않는다는 평화헌법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지켜내자는 의지를 모아 ‘오사카 헌법 뮤지컬’이라는 모임을 꾸려냈고, 그 메시지를 대중들에게 접근하기 쉬운 뮤지컬로 만들어 무대에 올리게 됐다는 겁니다. 첫 번째 공연이었던 2008년에는 일본에서는 꺼려 하는 위안부를 주제로 뮤지컬을 올렸었고, 올해로 다섯 차례 공연을 맞이하는 이번 공연에서는 평화헌법을 주제로 변호사 본인들도 무대에 올라 열연하고 있었어요. 내용은 1940년 영화제작을 꿈꾸는 오사카의 젊은이들이 국가 주도의 무의미한 전쟁에 휘말려 소박한 웃음의 일상이 무너지고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비참한 현실을 통해 평화의 소중함을 호소하는 작품으로, 각본, 연출, 음악, 안무 등은 뮤지컬 전문가가 담당하지만 무대의 출연자와 보조스태프, 제작비 마련 등은 많은 시민들이 자진해서 참여해 만들어냈다는 데 감동을 받습니다. 엑스트라를 포함해 무대에 오른 출연자는 보기에만도 150명이 넘는 것 같았는데, 그간 객석을 찾아온 관객수도 2만 명이 넘는다고 하네요.

오사카 폭격으로 수십만 명이 희생되는 장면에서는 지금도 지구 저 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지의 참혹한 모습을 떠올리게 했고, 하루하루 자유를 향유하며 평화롭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것,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게 대접받는 당연한 세상을 꿈꾸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 둔감해지기 쉽지만, ‘평화를 바라기만 해서는 평화를 지킬 수 없다’, ‘어떻게 전쟁이 벌어지는지 그 메커니즘을 해명하고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일본의 평화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평화헌법이 있기 때문이므로 그 뜻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는 메시지가 무대를 가득 채웠습니다. 출연자 중에는 ‘지나가는 사람’ 역할을 하는 다운증장애인 청년도 있었어요. 모든 출연자들이 차례로 무대에 등장하며 평화를 지켜내자는 마지막 곡을 노래하며 춤출 때도 그 청년의 모습이 뚜렷이 보였어요. 그리고 제가 앉은 장애인석에는 저 말고도 다른 휠체어가 몇 대, 인공호흡기가 설치된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활동보조인도 같이 관람하고 있었고요. 그야말로 모두가 함께 꾸리고, 만들고, 참가하는 뮤지컬. 멋대로 세상을 바꾸게 할 수는 없다고, 어리석은 역사를 똑같이 되풀이하게 하지는 않겠다는 그런 당당한 울림이 울려 퍼지는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국민들의 촛불이 모아져 세상을 바꾸는 큰 동력이 됐죠. 일본의 촛불들은 아직 너무 미약해서 작은 바람에도 꺼져버리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느낌이지만, 작은 손길들이 모여 소중하게 지켜온 불씨를 결코 꺼뜨려서는 안 되잖아요. 여러분들께서 이 글을 읽으실 때는 일본의 정세, 국제 정세가 더 강경일변도로 치우쳐 더 냉혹한 현실에 부딪쳐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평화를 지키는 촛불이 꺼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작성자글. 변미양/지체장애인. 오사카에 거주.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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