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규의 장애우 체육이야기] 장애우와 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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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의 계절이 겨울이 왔다. 그 동안 스키는 왠지 우리 장애우들에게는 도전하기 쉽지 않은 스포츠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 장애우들도 비장애우 못지않게 스키를 잘 탈 수 있고,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느끼는 스키의 쾌감을 만끽할 수 있다. 오히려 장애우들이 스키를 타는데 있어서의 진짜 문제는 장애우들도 스키를 탈 수 있는 사실을 희한하다고 보고, 동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비장애우들의 그릇된 인식이다.
매년 1월이면 한국장애인복지체육회 주관으로 장애우 스키교실이 열린다. 지난 86년도에 처음 개설되어 올해로 열다섯 번째를 맞이하는 이번 스키캠프는 그 동안 1천5백 명이 참가하여 겨울철 스포츠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다.
이 스키캠프에 참가하고자 하는 장애우의 자격제한은 없다. 필자는 스키를 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열심히 훈련해서 타는 학생들이나 못 탄다고 울던 학생들이 스키를 배우고 나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늘 보람을 느낀다.
장애우 스키 장비와 스키 기술은 장애의 특성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장애우 스키 장비는 스키의 묘미를 그대로 느끼도록 하되 장애상태를 보완할 수 있도록 고안되어 진다. 이를테면 한 다리가 절단된 경우에는 절단된 다리에 부츠를 신을 수 없으므로 한 발로 스키를 타더라도 균형을 유지하면서 이동할 수 있도록 폴대신에 아웃리거(out-rigger)를 사용한다.
아웃리거는 스키 플레이트 앞부분의 약 30cm를 잘라 폴에 붙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평상시에는 지팡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아웃리거를 접고, 슬로프에서 내려올 때는 아웃리거를 펴서 세 개의 플레이트가 되도록 한다. 이것을 ‘쓰리트랙(tree track)스키’라고 한다.
뇌성마비 장애우의 경우처럼 발로 에지를 가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한 스키로는 두 개의 플레이트와 두 개의 아웃리거로 구성된 포트랙(four track) 스키가 있다. 그리고 일어설 수 없는 사람들이 탈 수 있도록 고안된 좌석스키(체어스키)가 있다. 이중에서 모노스키(mono ski)는 하반신마비나 절단 장애우들을 위한 장비로, 한 개의 플레이트 위에 의자형 몸체와 작은 보조형 폴(아웃리거)이 딸려 있다.
경추손상이나 뇌성마비 등 중증 장애우용으로는 바이스키(bi ski)가 사용되는데, 두 개의 플레이트 위에 앉을 수 있는 의자형 몸체, 그리고 균형과 방향을 위한 작은 보조형 플레이트가 부착되어 있다. 스키 타는 법은 일반 스키의 원리와 같은데 아웃리거는 주로 방향 전환과 균형 유지를 위해 사용하며, 사지마비 장애우가 스키를 탈 때는 스키 좌대에 줄을 매달아 보조자가 조절하고 제공하여야 한다.
시각장애우 스키(bi ski)는 일반형 스키 플레이트 앞부분에 보조고리를 부착하고 그 곳에 끈을 연결한다. 강사는 폴을 두드리거나 구두로 신호를 보내 방향을 지시하고 보조해준다.
긴 막대기를 가지고 옆에서 보조해주는 경우도 있다. 강습 중 강사와의 대화와 신체접촉이 시각을 대신해준다.
장애우 여러분! 이 추운 겨울에 집에만 움츠리지 말고 스키에 도전합시다.
글/ 한민규 (한국장애인복지체육회 체육진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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