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가는 버스 (캐나다에서 바라본 세상)
본문
차에 탄 시각장애인 승객을 부축해주기 위해 나온 것이다. 그 승객을 데리고 건너편 도로까지 안내해주고는 다시 여정을 떠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는 이는 없었다.
책의 저자인 성우재 씨가 이 광경을 목격한 것은 아쉽게도 한국 땅이 아닌, 캐나다 토론토였다. 생각하기 따라 별 것 아닌 상황일 수 있는 일을 유심히 보게 된 것은 그 역시 청각장애가 있는 자식을 뒀기 때문.
그 광경을 잊지못한 성우재 씨는 이듬해 십년 넘게 생활하던 시사 주간지 기자생활을 접고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게 된다. 캐나다에 정착한지 5년째, 지금은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하며 육체노동의 신성함을 깨달으며 생활하고 있다는 성우재 씨가 캐나다 토론토에서 이민생활을 하며 느낀 소소한 감정들을 담은 책을 냈다.
두 돌 되기 전, ‘경적소리나 들을 까, 그 이상은 못 듣는다’고 냉소적이고 불친절한 의사의 답변은 평생을 청각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하는가보다 생각하게 만들었지만, 이곳에서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수술을 통해 청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고, 토론토의 어린이 병원에서 수술한 덕분에 점차 청력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라고.
이 과정에서 병원비 한 푼 들지 않은 캐나다의 아동복지정책, 더욱 놀란 것은 장애 비장애와 구분없이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생활하는 사회적 분위기였다고.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편의시설 확충 뿐만이 아니라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개선이 시급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장애아를 둔 아버지가 바라보는 인권에 관한 예리하고 뜨거운 목소리가 이 책의 전부는 아니다. 캐나다라는 낯선 땅에서 느낀 한국과 사람, 세상에 관한 이야기 역시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 밖에도 캐나다에서 바라본 한국의 교육 현실, 어학연수와 캐나다의 영어 산업, 입양아 등 ‘느리게 가는 버스’에 올라타 전해 온 성우제의 ‘캐나다 통신’은 잔잔한 재미와 함께 한국 사회의 안팎을 되돌아보게 하는 의미 있는 소리가 될 것이다
■ 지은이 : 성우재
■ 펴낸곳 : 도서출판 강
■ 값 : 10,000원
■ 저자소개 : 1963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4학년 때 가족 모두 서울로 이사왔다. 어릴적부터 소속돼 노는 것을 좋아해 일찍부터 동아리 활동을 했다.
대학(고려대)에서 불문학을 전공하게 된 것은 형(소설가 성석제) 친구들의 영향이 컸다고. 이후 프랑스 유학비를 벌기위해 시사저널 기자로 입사해 이민 전까지 다녔다.
2005년 가을 단편소설 '내 이름은 양봉자'로 한국 외교통상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이 주관하는 제7회 재외동포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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