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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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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로빈스 지음/ 안의정 옮김/ 시공사 펴냄/ 20,000원

1996년 미국 토크쇼의 대명사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의 쇼에 채식주의자인 하워드 리먼을 초대한다. 육류업계가 소에게 죽은 개와 고양이를 갈아 섞은 사료를 주고 있으며 그 때문에 초식동물들이 육식동물로 변하고 있다는 하워드 리먼의 말을 들은 오프라 윈프리는 "햄버거에 손을 댄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고 대꾸한다. 오프라 윈프리의 이 말에 비육장 소유주 폴 앵글러가 초일류 변호사들을 동원해 2,000만 달러 짜리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지만 판사는 오프라 윈프리의 손을 들어준다. 오프라 윈프리는 법정에서 '헌법 제1수정조항은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세상을 움직이게 한다'와 '난 다시는 햄버거를 먹지 않을 것이다'는 단 두 마디를 했을 뿐이라고.

잘 구워진 삼겹살에 소주 한잔, 맛깔스런 갈비찜,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수육과 보쌈김치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정말 입맛 떨어지는(?) 책을 한 권 소개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위에 언급한 오프라 윈프리처럼 남의 살 즐겨 먹는 사람들을 말리기 위해 무진 애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음식혁명], 제목만으로는 전혀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고 있었던 육류산업과 옹호론자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명명백백 속 시원하게 까발려져 있다. 그 우스꽝스러운 주장 중 하나를 소개하면 이렇다. 서구인들이 심장관련 질환이 많은 이유가 오래 살기 때문인데 육식을 하기 때문에 수명이 길어졌다는 것. 또 고기를 먹는 사람이 고혈압에 걸렸다면 그것은 강압적이면서도 그릇된 식품 정책에 맞서 두툼한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는 본능적이고도 당연한 욕구를 옹호하려는 데서 비롯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책의 지은이는 세계적인 아이스크림 기업 '베스킨 로빈스 31'의 외아들이며 환경운동가인 '존 로빈스'. 이미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는 책으로 미국내 육류 소비량의 20%를 감소시켰던 강력한 내공의 소유자다. 50대 초반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삼촌의 죽음에서 충격을 받은 존 로빈스는 혹 그 죽음이 지나친 아이스크림의 섭취 때문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그의 이런 의문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이스크림에 묻혀 살았던 자신과 대부분의 가족들이 어린시절부터 병을 달고 살았으며 어른이 된 후에도 병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

생태적 삶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던 존 로빈스는 결국 보장된 부와 명예를 버리고 외딴 섬 손수 지은 한 칸 짜리 통나무집으로 들어가 10년간 자급자족하며 친환경적 삶을 실천하게 된다. 그 와중에 쓰여진 책이 바로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였다.

이 책 [음식혁명]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충격적인 육류산업의 비윤리성과 반생태적 행위들을 다루고 있다. 지은이의 꼼꼼하고 방대한 자료 조사와 성실한 글쓰기가 책이 가진 힘을 더해준다.

미국에서 식용으로 도살되는 닭은 연간 80억 마리. 전 세계 인구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숫자가 불과 한해 동안 도살되고 있다. 이들은 짧은 시간에 많은 살을 찌우기 위해 아우슈비츠보다 더 가혹한 가로 45.72센티미터, 세로 50.8센티미터인 크기의 닭장에서 길러진다. 날개조차 펼칠 수 없는 공간. 이런 방식의 사육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 다음의 예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3.5kg의 아기를 같은 방식으로 키우면 불과 18주만에 680kg의 거구로 자라게 된다는 것. 또, 미국에서 사육되는 돼지 중 6,500만 마리는 도살장에 끌려갈 때까지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우리에 갇혀 지내고, 분홍빛이 도는 연한 송아지 고기가 되기 위해 수많은 송아지들이 작은 나무틀에 갇힌 채 철분이 결핍된 사료를 받아먹으며 고의로 빈혈을 일으켜야 한다.

존 로빈스가 육류산업을 비난하는 이유는 단지 사육과 도살 과정의 잔인함과 불필요한 육류의 과잉 생산과 소비로 굶주리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다는 기막힌 현실 때문이다. 실제 미국인들이 소고기 소비량을 10%만 줄이면 해마다 굶어죽는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1,200만톤의 곡식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

육식이냐 채식이냐의 문제는 더이상 취향과 입맛에서 비롯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절박한 환경과 생명의 문제다. 이 책은 당신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육식이냐  채식이냐의 지루한 논쟁에 분명하고도 단호한 결론을 내려줄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당신은 살아있는 생명이기 때문에.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육식의 종말]. [성난 카우보이]. [잘 먹고 잘 사는 법].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1,2]

 

글/ 이우일(웹진 '부꾸'기자 www.bookoo.co.kr)

작성자이우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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