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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友] “제 삶을 표현하는 연기자가 되는 게 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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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보다 앳된 얼굴에 살짝 머금은 미소가 인상적인 류화열 씨. 그는 올해 스물여섯된 지체장애우로 연극 무대에 서길 꿈꾸는 연기지망생이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이유 없이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하더니 병원에서 꾸준히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쪽 다리를 약간 저는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내내 소극적이기만 했던 그가 삶의 빛을 발견한 건 연기에 대한 열정을 품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화열 씨가 처음 연기를 시작한 건 고등학교 시절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 부터였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장남으로서 혼자 일하시는 어머님께 다소나마 힘이 되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연극에 대한 미련을 접고 삼촌이 경영하는 주유소에서 3년간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대에 섰던 그때의 희열을 잊을 수 없어 KBS에서 주최한 장애청소년 희망키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하고, 97년에는 무작정 대학로에 있는 극단에 찾아가서 ‘무슨 일을 해도 좋으니 극단에 있으면서 연기를 체계적으로 배워보고 싶다’고 배짱을 부려 극단에서 잠시 일하기도 했다. 화열 씨는 극단 단원으로 채용되는 순간 ‘이제 드디어 내 꿈을 펼칠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에 하늘을 날아가 듯 기뻤다고 한다. 차비와 식대도 채 되지 않는 10만원을 받고 포스터 붙이는 일부터 매표까지 허드렛일들을 하면서도 마냥 즐겁기만 했다. 무대에서 연기하는 연기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저 무대 위에서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보여주는 멋진 연기자가 되리라’ 거듭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극단 생활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동료들은 장애우 단원이 처음이라서 그랬는지 그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망설이는 눈빛이었고 화열 씨 역시 내성적인 성격인지라 속에 있는 말을 속 시원히 하지 못한 채 사람들에게 다가서기를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때마다 그는 마음속으로 거듭 다짐했다. ‘여기서 포기하면 안돼. 어쩌면 난 남들보다 몇 십 번, 아니 몇 백 번 반복해서 연습을 해야 할지 몰라. 그래도 결코 포기하지 말자. 난 할 수 있어.’

 그렇게 열심히 일했건만 석 달이 되기도 전에 극단 대표는 그에게 “이곳에서는 너에게 가르쳐줄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는 이유로 극단에서 떠나줄 것을 종용했다. 나름대로 열과 성을 다해 일했는데 그렇게 물러서야 하는 게 너무 억울하고 싫었다는 화열 씨.

 “그 후에도 몇 군데 더 극단에 찾아가 봤지만 결과는 언제나 마찬가지였어요. 그 분들은 우선 장애우라고 하면 능력과는 상관없이 무대에 서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았어요.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서 포기해버릴까 생각도 해봤지만 포기가 잘 안되더라구요.”

 자신이야 꿈을 위해 달려가는 거니까 고생스러워도 상관없지만 장남으로서 직업 없이 이렇게 지내는 것이 혼자 계신 어머님께 항상 죄송스럽다는 화열 씨는 언제가 진정으로 삶의 모습을 연기하는 배우로 성공해 어머님께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화열 씨는 어떤 친구를 사귀고 싶은 것일까.

 “가급적이면 제가 연기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분이라면 나이에 상관없이 어느 분이든 좋구요.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상처받은 분들과 함께 그동안 답답했던 마음들을 나누고 싶어요.”
 가끔 사람들은 화열 씨에게 헛된 꿈을 빨리 접고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세상과 치열하게 싸워보지도 않고 그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연기자의 꿈을 접을 수는 없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에겐 소나무처럼 푸른 젊음이 남아 있다. 그래서 그의 가능성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믿고 싶다.

 

글/ 류화열


   류화열 씨와 친구가 되고 싶은 분은 함께걸음 편집부 02-521-5364로 전화 주시거나 n2906@hanmail.net으로 메일 주시면 됩니다.


작성자류화열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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