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크록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다, 핀란드 다운증후군 밴드 PKN > 문화


펑크록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다, 핀란드 다운증후군 밴드 PKN

핀란드 이야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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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두 번째 이야기. 이번 호에서는 핀란드에서 만난 펑크록 밴드를 소개한다. 유럽 전역에 방송되는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인 유로비전(Eurovision)에 참가해 준결승까지 진출한 다운증후군 장애인 밴드 ‘뻬르띠 꾸리깐 니미파이밧(Pertti Kurikan nimipäivät)’이다.>

“학교 다닐 때야 물론 차별을 경험하긴 했죠. 그렇지만 우리는 펑크록을 하는 밴드입니다. 그 음악 안에서는 모두가 가족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안에서 차별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고, 내가 가진 장애를 이유로 차별을 받을 이유도 없습니다.”

-사미 헬레(Sami Helle), 베이시스트

글을 시작하기 전에 솔직하게 고백하고 넘어가야겠다. 장애인과 그들에 관한 이야기는 한국에서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적장애인인 다운증후군 환자가 악기를 연주하고, 비장애인과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인터뷰를 위해 밴드를 섭외하고 그들을 직접 만나기 전까지 ‘과연 제대로 된 인터뷰가 가능할까, 기사를 쓸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 그리고 걱정이 앞섰다. 이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나서야 장애인에 대해 필자가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깨닫게 됐다.

핀란드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뻬르띠 꾸리깐 니비파이밧(Pertti Kurikan nimipaivat, 이하 PKN)’의 인터뷰는 밴드의 베이시스트인 사미가 통역을 맡아 영어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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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N, 유럽을 흔들다!

PKN은 2015년 유로비전에 출연해 준결승까지 진출하면서 유럽 전역을 뒤흔들었다. 다운증후군 장애를 가진, 그 중 한 명은 자폐증까지 갖고 있는 장애인들로만 구성된 밴드가 일을 낸 것이다.

유로비전은 1956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그 명성 때문에 유로비전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국내 선발전을 거쳐 대표를 뽑는 나라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셀린 디온(Celine Dion), 아바(ABBA)와 같은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배출한 유로비전에 PKN이 준결승까지 올라갔다는 것은 장애를 가지고 큰 무대에 도전한 밴드에 대한 응원 외에도 이들에게 무언가 특별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유로비전에서 우승은 못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우승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하는 드러머 토니의 말처럼 바로 이들이 가진 자신감과 음악에 대한 자부심이 그들의 매력일 것이다.

이들이 음악을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뻬르띠는 “음악은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해서 언제부터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PKN으로 유명해지기 이전부터 십 수 년 동안 프로 연주자로 활동해왔다. 드러머인 토니는 탱고 음악을 했고, 사미는 재즈 뮤지션으로만 14년 동안 활동했다. 까리도 역시 드러머로 16년을 활동했다. 이들은 레소나리(Resonaari)라는 음악 교실에서 만났다. 지적장애인, 더불어 비장애인까지 악기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등록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멤버들은 뻬르띠의 제안 아래 2009년 밴드를 결성했다. “내 밴드이니 내 이름을 따서 밴드 이름을 정해야 한다”는 뻬르띠의 강한 주장으로 ‘뻬르띠 꾸리까의 이름의 날’이라는 뜻의 PKN으로 밴드 이름을 정했다. 밴드의 매니저인 깔레 역시 레소나리에서 만난 교사이다. 음악가인 이들이 밴드를 결성했으니, 유럽에서 가장 큰 무대인 유로비전에 도전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사미는 “뻬르띠는 유로비전의 열렬한 팬입니다. 온종일 유로비전 재방송을 틀어놓고 볼 정도예요. 리더인 그가 유로비전에 참가해보자고 말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죠”라고 말했다. 그래도 핀란드 국내 선발전에서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했다. 토니는 “제발 우리가 우승하게 해달라”고 기도할 정도였다, 까리는 우승 소식을 듣고도 “그래서 누가 이겼는데?”라고 말할 정도로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작곡/작사는 기본,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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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누군가의 곡을 카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작곡으로 승부하고 있다. 유로비전 준결승전에서 공연했던 이들의 대표곡 ‘Aina mun pitää’도 이들의 자작곡이다. 작사는 주로 까리가 맡는다.

방에 꼼짝없이 틀어박혀 있다 보면 가사가 술술 써진다. 까리의 작사를 바탕으로 뻬르띠가 그 위에 음을 얹는다. 까리에게 어떤 것에서 영감을 얻느냐고 물으니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 곡이 많이 만들어진다”고 답한다. “공권력, 정치, 발톱 손질. 나를 기분 나쁘게 만드는 것들이 바로 음악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입니다. 기분이 좋으면 무엇 때문에 펑크 음악을 하겠어요?” 사미는 “까리가 제대로 음악을 만들지 못할 때면 내가 그의 신경을 건드려 화나게 만드는 데는 선수”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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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세를 겪다 보니 피곤하기도 하다. 텔레비전, 라디오 등 각종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는 데다가, 길에서 마주치는 팬들이 사진을 찍자며 몰려들기도 한다. 사미는 “개인시간이 없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인기를 원하니 행복할 따름”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들도 잠시 동안 휴식기에 들어갈 예정이다. 밴드의 리더인 뻬르띠가 2015년 크리스마스 공연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멤버들의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음악 없이 살아본 적이 없는 이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음악 활동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될 예정이다. 사미는 “앞으로의 활동은 비밀!”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작성자글과 사진. 신소영 객원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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