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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낮은 세계로 눈을 돌리는 장애인 지원 단체 밤마이스쿰빠누스

핀란드 세 번째 이야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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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에서 여성장애인의 인권에 대해 수화로 설명하고 있는 에티오피아 청각장애인의 모습

이번 호에서는 아직 인권에 대한 개념이 성숙하지 못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핀란드의 장애인 인권 단체를 소개한다. 밤마이스쿰빠누스(Vammaiskumppanuus, Disability Partnership Finland, DPF)는 제3세계 국가의 장애인과 장애인 단체를 도와 인권의 불모지에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

전 세계 장애인구 80%가 개발도상국에 집중, 국제적 연대가 필요한 이유 WHO(세계보건기구)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10억 명으로 추산되는 전 세계의 장애인구 중 약 8억 명이 복지의 혜택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의 인권과 복지 향상을 위해서는 인권 선진국의 도움과 국제적인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수치이다.

DPF는 전 세계의 장애인들이 일상생활과 사회 참여, 교육 등 모든 영역에서 기회의 균등을 갖게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1989년 설립됐다. 국제 사회에서 장애인 인권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면서 제3국에서 장애인의 인권 수준이 심각하게 낮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은 것이 단체 설립에 불씨를 붙였다. DPF는 9개의 장애인 단체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고 단체만이 구성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핀란드의 신체장애인협회, 지적장애인협회, 청각장애인협회, 시각장애인협회 등이 회원 단체이다.

단체 운영에 필요한 기금은 외교부로부터 받고 있다. DPF는 2010년부터는 핀란드 외교부가 진행하는 파트너십 프로그램의 지정 단체로 선정되면서 기금을 받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회원 단체가 외국의 장애인이나 단체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각각 외교부에 기금을 신청해야 했지만, 지금은 9개의 단체가 DPF의 한 펀드 안에서 자유롭게 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현재는 DPF를 운영하기 위한 기금의 92.5%를 외교부의 펀드에 의존하고 있다.

10여 개국, 20개 프로젝트 진행 중 DPF의 주 활동 무대는 아프리카다. 에티오피아, 잠비아, 케냐, 말라위, 감비아, 탄자니아, 우간다 등에서 벌인 프로젝트만 10여 개가 넘는다. 그뿐만 아니라 남미, 중앙아시아, 동유럽 등에서도 활동 영역을 넓혀 총 20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DPF는 현지에 학교와 같은 시설을 지어주거나 직접적인 물자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일하지 않는다. DPF는 현지의 장애인 인권 단체가 자생할 수 있도록 기초를 닦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현지의 인권 운동가나 장애인들은 단체를 구성하는 것 자체도 어려워할 정도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볼 때 현지의 단체가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야말로 인권 활동의 저변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장애인과 관련한 입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는 입법 지원 사업,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행사를 개최하기도 한다.

그 예로, DPF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의 장애인협회를 연결해 여성장애인을 위한 네트워크를 만들기도 했다. 이를 통해 여성장애인이 겪는 차별에 대해 경각심을 높이고 여성으로서의 인권과 출산, 건강에 관한 권리를 알릴 수 있었다. 이 모임에서 핀란드 가정연합(Family Federation of Finland)이 성교육과 출산과 관련한 권리에 대해 교육을 제공하기도 했다

 

작은 성과도 수십 년의 인내가 필요, 세계의 평등 위해 함께해야

DPF 디렉터 안야 말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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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을 방문했을 때였어요. 장애인 관련 행사에 참석한 한 현지 여성장애인이 제게 ‘그동안 살면서 여성으로 대우받아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라고 말하는 데 정말 충격이었죠.”

DPF의 디렉터인 안야 씨는 개발도상국의 장애인과 그들을 위한 단체를 지원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로 중앙아시아의 여성장애인 네트워크에서 경험한 일을 꼽았다. 장애인으로서 겪는 차별과 동시에 여성이기에 겪는 차별까지, 인권의 개념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나라에서 이들은 4배의 차별을 겪고 있었다.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아프리카의 한 국가에 장애인 지원 사업을 위해 팀을 꾸려 방문했을 때였다. 팀원 중에는 물론 장애를 가진 핀란드인도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한 장애인은 그를 보고서는

“핀란드같이 잘 사는 나라에서 왔는데 장애가 있느냐”며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에게 장애라는 것은 가난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었고, 그만큼 자신의 장애에 대해서도, 나아가 인권에 대해서도 무지했던 것이다. 안야 씨는 이들이 겪는 차별과 어려움을 해결하고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교육만이 답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게끔 환경을 조성해주면 그들에게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그는 “개발도상국은 전반적인 교육 수준이 떨어져 있습니다. 아이들의 교육도 너무 뒤처져 있고 심지어 교사의 교육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교육을 통해 장애인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독재와 부패로 얼룩진 정권의 태도 또한 개발도상국에서 장애인의 인권을 향상시키는 데 장벽이 되고 있다. 해외에서 온 민간단체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안야 씨 역시 수화를 보급하기 위해 에티오피아를 10여 차례 방문했지만, 군부체제 아래에서 인권 운동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 “우리는 UN국제장애인권리협약에 따라 일을 하고, 이에 가입한 현지 국가 역시 협약에 따라야 하지만 독재 정권에서의 무능한 정부는 협약을 무시하기 일쑤지요. 그런 국가에서는 인권 운동 자체에 반대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많이 겪습니다.”

안야 씨는 바로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해외 개발도상국의 장애인을 지원하는 일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핀란드 내의 장애인을 위해서도 할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다녀보니 외국의 상황은 더 심각한 수준이었어요. 자국 내에서의 평등만이 아니라 세계의 평등을 위해 우리 모두 함께해야만 합니다.”

 

다른 사람의 말에 위축되지 말고 자신의 길을 나아가길!

탄자니아 청각장애인 창업 성공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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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F는 탄자니아 청각장애인연합(Tanzania Association of the Deaf)과 함께 장애인의 빈곤의 고리를 끊기 위한 직업 교육을 진행했다. 레헤마 므소페(Rehema Msofe)씨는 이 교육에 참가해 샌드위치 가게를 창업하고 가게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그녀가 전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이곳에 소개한다

저는 1998년 탄자니아에서 태어났습니다. 날 때부터 심각한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어 아무런 소리를 들을 수 없었고 당연히 제대로 된 정규 교육도 받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여러 지역을 옮겨가며 농아학교와 공업학교에서 잠깐의 교육을 받을 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10대 이후에는 가정 형편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아이가 생겼고 저의 어머니마저 일하던 마켓에서 해고돼 생계가 막막했습니다. 공업학교 이후 전문학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제 아이마저 제대로 키울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더구나 사회의 편견 때문에 직장을 얻지 못해 제 고립감과 외로움은 날로 커져만 갔습니다.

그때 청각장애인 모임에서 DPF의 직업 교육에 관한 정보를 얻고 프로젝트에 참가했습니다. 직업교육을 받고 나니 나에게도 창업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샌드위치 가게를 열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샌드위치를 직접 만들어 시내의 정부 청사나 인근 사무실에 배달하는 것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샌드위치를 준비하고 힘들게 일하니 곧 노력의 대가가 나타났습니다. 제가 만든 샌드위치가 입소문을 타면서 주문이 점차 늘어났고 택시 정류소에 작은 가게를 낼 수 있었습니다.

창업을 하고 내 가게를 운영하는 것은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긴 여정입니다. 모든 일이 기대하는 대로 흘러가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은 예상치 못하게 잘못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창업에 대한 꿈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사업가는 스스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큰 꿈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열려 있어야 하며, 앞선 기술을 적용하는 데 유연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고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당신 안의 에너지를 자신을 위해 쓰세요. 당신이 가는 긴 여정에 있지 않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에 기죽지 마세요. 당신의 삶을 살고 당신이 하는 일에 대해 최고가 되세요!

 

 

작성자글. 신소영 객원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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