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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어린이와 비장애어린이는 함께 놀 권리가 있다-장애·비장애 통합놀이터

장애인 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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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첫 삽을 뜬 통합놀이터

서울 능동의 서울어린이대공원에는 ‘꿈틀꿈틀놀이터’라는 이름의 무장애통합놀이터가 있다. 지난해 1월 문을 연 국내 최초의 ‘통합놀이터’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 곳이다.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무장애연대)를 중심으로 통합놀이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2005년 즈음이었다. ‘장애어린이가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없으니 놀이터를 만들자’는 생각뿐이었다면 ‘무장애놀이터’를 만들면 됐겠지만, 우리는 ‘장애어린이와 비장애어린이가 같이 노는 놀이터가 없으니 놀이터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통합놀이터’를 만들어야 했다(여기서 ‘우리’란 무장애연대, 도시연대, 경기대 CDL과 부천대 도시공간재생연구소, 조경작업소 울이 함께 꾸린 ‘통합놀이터만들기네트워크(이하 놀이터네트워크)’를 말한다).

 

무장애와 통합 그리고 통합놀이터

그렇다면 ‘무장애’와 ‘통합’ 그리고 ‘통합놀이터’에 대해 먼저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꿈틀꿈틀놀이터는 1년 이상의 연구와 구상, 설계 등 기획 기간에 비해 실제로 놀이터 조성 공사를 한 시간은 2개월이 채 되지 않는다. 기획 기간 중에서 가장 많이 고민하고 논의가 필요했던 것이 바로 ‘통합’에 대한 공통된 이해와 관점을 합의하는 일이었다. ‘무장애’와 ‘통합’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무장애는 ‘장벽이 없는(barrier free)’를 의미한다. 이때 장벽은 물리적 장벽과 사회적 태도의 장벽, 그리고 정보의 장벽이다. 이 세 가지 장벽이 제거됐을 때 ‘무장애(barrier free)’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통합’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 우리가 놀이터에서 추구하는 ‘통합’은 ‘장애’와 ‘비장애’의 사회적 통합이었다. 무장애보다는 좀 더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다고 볼 수 있다. 무장애를 뛰어넘는 장애와 비장애가 통합을 이루는 놀이공간으로써 통합놀이터를 만들고자 했다.

장애인권리협약 제3조 (다)호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분 없이 권리와 존엄성이 보장되는 가운데 사회에서 동등하게 관계를 맺고 참여하는 과정을 ‘통합’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이 ‘통합’의 개념을 밑바탕에 두고 논의를 발전시켜 장애어린이와 비장애어린이가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 놀기에 차별이 없는 놀이터, 장애어린이와 비장애어린이 모두 즐겁게 놀 수 있는 놀이터라는 3가지 특징을 가진 놀이터를 ‘통합놀이터’라고 개념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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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당사자가 참여해서 만드는 놀이터

꿈틀꿈틀놀이터는 이러한 3가지 특징을 모두 만족시키고 있을까? 먼저 고백하자면, 그렇지는 않다. 꿈틀꿈틀놀이터는 장애, 놀이터, 조경, 건축 등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하는 동시에, 놀이터를 이용하는 당사자 즉 장애어린이, 비장애어린이, 부모, 가족, 선생님 등이 참여하는 참여디자인이라는 중요하고 가치 있는 과정을 거쳤다.

전문가가 참여한 기획에서는 놀이터를 주로 이용할 장애어린이의 장애유형과 한계를 설정했다. 당사자 참여 디자인 과정에서는 설정한 장애유형의 당사자와 관계자 그리고 비장애인 어린이의 워크샵, 인터뷰, 설문조사, 놀이관찰, 모니터링 등의 참여 과정을 통해 놀이터에 대한 욕구와 희망사항, 걱정 등을 수렴했다. 기본구상과 설계에 반영, 다시 피드백과 보완, 다시 의견 수렴과 피드백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당사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된 놀이터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럼에도 한정된 공간, 하나의 놀이터 안에 모든 욕구와 희망사항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놀이터 이용에 가장 많은 제약이 있다고 판단된 지체장애, 정신장애 어린이를 중심으로 주요 대상을 설정했다. 또한 기획부터 조성, 모니터링까지 프로젝트 일체를 관통하는 7가지 원칙을 늘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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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와 시공, 더 큰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

꿈틀꿈틀놀이터 기본구상과 설계과정으로 본격적으로 들어가 보자. 놀이터 이용 당사자의 참여디자인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는 좀 더 구체적으로 놀이터와 그 안에 자리 잡을 놀이시설물에 대한 희망사항과 구상안을 정리했다.

놀이터 설계 단계에서는 또 다른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놀이터를 운영하고 유지 관리하게 될 어린이대공원 입장에서는 ‘안전’이 최우선이었다. 일반적인 동네 놀이터와 다르게 서울어린이대공원 안에 위치해 있어 이용인구가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많고 이용 연령층도 유아부터 어린이,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단체로 방문할 때는 놀이터도 발 디딜 틈 없이 성황이다. 늘 예상할 수 없는 민원과 사고가 발생하다 보니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한 기준이었던 것이다.

놀이시설물 디자인과 설치에서 ‘재미’ 또는 ‘모험’이 ‘안전’과 가치충돌하고 말았다. 가장 치열하게 부딪혔던 것은 회전무대, 일명 ‘뺑뺑이’였다. 놀이터네트워크 연구진이 독일의 놀이터를 답사했을 때 높이차이가 없는 회전무대가 설치된 것을 보고, 휠체어 사용 어린이나 유아들이 탈 수도 있고 떨어질 위험도 없어 꼭 설치하고 싶어 했던 아이템이었다. 기술적인 설계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디자인은 네트워크 구성원뿐 아니라 어린이대공원 시설 담당자까지 저마다 의견이 분분해 결국 네 차례나 수정을 거쳐 디자인이 완성됐다. 놀이터 착공 며칠 전까지도 디자인 안이 결정되지 않아, ‘차라리 회전무대를 빼버리자’는 상황까지 연출됐을 정도로 놀이시설물 결정 과정 하나하나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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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의 가치를 이해하는 것

예상보다 놀이터 부지가 넓어서 시공비용이 예산을 초과할 우려가 있자, 설계를 담당한 조경작업소 울에서는 실시설계를 수도 없이 수정해야 했다.

무엇하나 결정하려면 놀이터네트워크 단체 4곳과 기금을 지원한 재단과 기업, 관리 운영할 시설공단까지 최소 7곳의 동의와 합의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결과적으로 결코 쓸데없는 짓도 아니었고 좀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줬다고 믿는다.

2015년도 겨울은 참 빨리도 온 것 같다. 비도 이틀 걸러 자주 내리는 바람에 사무실에 앉아서도 창밖을 보며 걱정하는 게 하루 일과였을 정도였다.

통합놀이터라는 우리의 가치에 공감하는 시공업체를 잘 선정했다는 보람을 느낀 것도 비 덕분인 듯하다. 보통 공사는 해가 지면 끝난다고 하는데 우리 시공업체는 비 때문에 공사를 못하면 맑은 날 밤에 조명까지 켜가면서 완공일을 맞추고자 애를 써주셨다. 완공일을 맞추려 한 이유는 12월의 추위 때문에 땅이 얼어버리면 시공의 질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든 추위로 땅이 얼기 전에 필요한 공사는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시공 후에는 놀이터 조성 과정에 참여했던 분들을 초청해 현장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즉시 개선이요구되는 것, 차후 개선해야 할 것, 개선이 가능한 것, 반영된 의견, 반영되지 못한 의견, 향후 통합놀이터에는 꼭 반영할 것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선택 반영했다. 꿈틀꿈틀놀이터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참여’가 핵심이 됐다.

 

저절로 통합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수많은 고민과 논쟁과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꿈틀꿈틀놀이터가 한겨울에 문을 열었다. 개장식이 열린 1월 13일은 엄동설한에 눈까지 내린 잊을 수 없는 날! 추위 속에서도 놀이터 공사가 끝나기만을 오며가며 기다리던 동네 어린이 주민들, 소수지만 한겨울에 어린이대공원에 놀러온 가족들, 그리고 개장식에 초대된 장애어린이와 인솔 선생님들이 드디어 놀이터의 주인이 돼 즐겼다.

통합놀이터를 만들 때 모두가 우리와 같은 과정을 꼭 겪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만들고자 하는 놀이터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 과정에 어린이 당사자가 참여해야 하고 의사소통이 힘든 장애어린이의 경우에는 의견 수렴에 도움을 줄 보호자의 참여까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접근성을 고려한 새로운 놀이시설물을 디자인할 때는 놀이시설물 안전기준이나 설치기준에 상충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놀이시설물 디자이너와의 의사소통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통합놀이터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장애어린이와 비장애어린이가 단박에 함께 어울려 놀게 될 거라는 꿈은 무리다. 이제 통합놀이터 하나가 지어졌을 뿐, 장애와 비장애의 통합은 이제 첫발을 뗀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하자. 진정한 통합을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은 참여와 연구, 소프트웨어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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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글과 사진. 김남진/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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