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 봄바람에 실려 대공원 나들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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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어린이대공원 정문에서 분수대를 지나 꿈틀꿈틀놀이터로 가는 길 |
꿈틀꿈틀 놀이터에서는 누구나 동심으로 통해요
지난 호에서는 서울어린이대공원 통합놀이터인 꿈틀꿈틀놀이터의 조성과정에 대해 소개했다. 서울어린이대공원은 1973년 개원해서 숲과 동물원, 식물원, 놀이동산, 공연장 등 다채로운 문화시설로 구성돼 있는 시민들의 휴식처이다. 특히 봄이면 흐드러진 벚꽃으로 장관을 이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앞다퉈 찾는 곳이다.
꿈틀꿈틀놀이터는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도 주동선에 자리 잡고 있다. 정문에서 분수대를 거쳐 동물원 방향으로 향하다 보면 랜드마크처럼 샛노란 조합놀이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여름철이면 꿈틀꿈틀놀이터 뒤쪽으로 물놀이장이 있어 어린이들에게는 ‘참새 방앗간’ 같은 곳이 된다. 동네에도, 유치원에도, 학교에도 있을 흔한 놀이터인데 아이들은 왜 대공원까지 와서 놀이터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일까? 아이들의 본능 같은 것일까? 어찌됐든 꿈틀꿈틀놀이터가 좋은 위치에 있어 아이들에게는 몸을 움직이며 뛰노는 공간이 되고, 가족이나 보호자들에게는 잠시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보며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되기에 놀이터 조성에 참여한 일원으로서 뿌듯하다.
이용하기 편한 서울어린이대공원 관람 동선
꿈틀꿈틀놀이터를 조성할 당시 사전 조사를 통해 대공원 출입구에서 놀이터까지 크게 3개의 이동 동선을 조사했다. 지하철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에서 이어지는 정문과, 5호선 아차산역에서 이어지는 후문이 주요 진입로이다. 그밖에 능동문, 구의문, 회관문 등의 진입로가 있다. 정문(능동문)과 후문, 구의문에 있는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설치돼 있지만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주차공간이 늘 부족한 편이다. 지하철을 이용할 때는 정문과 후문을 이용하게 된다.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을 이용해서 정문으로 들어오면 시간에 맞춰 멋진 분수쇼를 만끽할 수 있는 음악분수가 있다. 분수 오른쪽으로 대공원 관리동 겸 카페테리아, 휴게공간이 있는 꿈마루가 보인다. 이 길을 따라 조금만 들어오면 꿈틀꿈틀놀이터가 있다. 이 길이 아니더라도 분수대 오른쪽의 샛길로 접어들어, 전래동화의 여러 장면을 재현해 놓아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전래동화마을과 재활용품을 이용해 만든 조형물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상마을을 따라가도 된다. 전래동화마을과 상상마을 관람로는 비포장 흙길이지만 평탄하게 마감해 관리되고 있어서 휠체어나 유모차가 다니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경사와 단차가 별로 없는 정문에서 꿈틀꿈틀놀이터까지의 동선을 가장 추천하고 싶다. 5호선 아차산역을 이용한다면 후문으로 진입하게 되는데,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이유는 동선 내에 경사가 너무 가파르기 때문이다. 후문으로 들어와 무지개분수를 지나면 서서히 언덕이 시작된다. 가파른 언덕을 오르다 보면 높이 솟은 팔각정이 눈에 띄는데 이쯤이 경사의 정점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서 길이 나눠지고 왼쪽으로 내려가면 동물원과 식물원, 열대동물관 등을 거쳐 꿈틀꿈틀놀이터로 이어진다. 오른쪽 길을 선택하면 가파른 경사를 지나 너른 잔디밭과 돔아트홀을 거쳐 음악분수로 이어진다.
서울어린이대공원은 녹지와 산책로, 잔디밭 등이 많아 도심 속에서 휴양을 즐기기에 좋지만 언덕과 경사, 계단이 많아 이동약자에게 썩 좋지만은 않다. 그래도 정문의 환경연못 주변, 음악분수, 전래동화마을, 상상마을, 꿈틀꿈틀놀이터, 식물원, 돔아트홀 주변 잔디밭 등은 평지에 조성돼 있어서 그나마 수월하게 이용할 수가 있다. 동물원만 해도 맹수마을과 들새마을 등은 경사진 데 있어서 휠체어뿐 아니라 유모차의 통행도 쉽지 않다.
사용자의 참여로 디자인된 꿈틀꿈틀놀이터
꿈틀꿈틀놀이터는 사방에 출입구가 있다. 모두 단차 없이 평탄하게 마감을 해서 편하게 이용할 수가 있다. 놀이터 내부에도 단차 없이 블록포장을 하거나 탄성소재로 포장을 해서 안전하고 편하게 놀 수 있다. 유아용 놀이시설과 일반 그네를 설치한 곳에는 바닥을 모래로 마감을 해 휠체어가 접근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그 외의 부분에는 모두 접근에 어려움이 없도록 했다.
놀이시설 외의 편의시설을 보자면, 기존에 있던 놀이터에는 음수대가 없었는데 근처의 화장실과 음수대를 이용하려면 다소 거리가 있고 동선 내에 울퉁불퉁하고 단차가 있어서 불편했다. 놀이터 내에 음수대와 수도 시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수용해서 휠체어 사용자와 어린이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음수대를 디자인했다. 휠체어 사용자가 음수대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리를 하부에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넣었고, 높이도 어린이와 휠체어 사용자에 맞췄다. 휴게시설도 참여디자인 의견을 수렴했다. 기존에는 일반적인 기다란 형태의 벤치가 있었지만 수도 적고 어린이를 동반할 경우 휴대하는 짐이 많아진다는 점을 고려해 평상 형태로 디자인했다. 원형을 기본으로 했지만 한쪽을 덜어내어 휠체어나 유모차가 접근하기 쉽게 했고 여기에도 하부공간을 둬서 휠체어 사용자가 좀 더 가깝게 접근하게 했다. 이 공간은 아이들이 놀다가 잠시 휴식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보호자가 앉아 아이들을 관찰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넓은 평상이라서 짐을 보관하기도 쉽고 아이들과 간식을 먹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휠체어 사용자가 옮겨 앉고자 할 때도 넓어서 안전하다. 일반 벤치도 놀이터 가장자리를 따라 배치했다. 벤치 사이사이에 휠체어나 유모차 공간도 고려했다.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시설물인 그네는 일반 그네와 바구니형 그네, 카시트형 그네의 3가지 종류를 설치했다. 처음에는 휠체어를 탄 채 탑승할 수 있는 그네를 고려하기도 했지만, 이용인원이 너무 많고 안전요원이 상주할 수 없다는 특성 때문에 이용에 관리가 필요한 휠체어 그네는 설치가 어려웠다. 대신에 휠체어에서 옮겨 앉더라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벨트로 고정하는 카시트형 그네와 몸의 중심을 잡기 힘들거나 손으로 그네 줄을 쥘 수 없더라도 누워서 탈 수 있는 바구니형 그네를 설치했다. 바구니형 그네는 한번에 2~3명의 어린이가 같이 탈 수 있기 때문에 장애 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들의 교류가 일어나기를 기대한 측면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사용자 모니터링에서 바구니형 그네에 각자 놀러온 장애 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가 함께 타고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존에는 그네 주변에 안전펜스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안전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휠체어 등의 접근을 막는 단점도 지적됐다. 그래서 그네 주변에는 안전 구역을 바닥에 표시하고 펜스를 설치하지 않았다. 놀이터의 중심에 있는 조합놀이대는 꿈틀꿈틀놀이터의 랜드마크이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어린이나 보호자가 함께 조합놀이대 상부로 올라갈 수 있도록 경사로를 설치했다. 경사로 양쪽 난간은 중간중간 아이들이 드나들 수 있도록 사다리와 그물 등을 배치했다. 손잡이에도 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놀잇감을 설치하려고 했지만 안전검사 도중에 제거했다. 조합놀이대는 경사로로도 계단으로도 그물로도 올라갈 수 있으며 중간에 통로도 단차가 없는 구간과 계단이 있는 구간, 두 종류로 구성했다. 어린이들의 놀이 발달 과정에 맞추면서 심심하지 않은 길이 되도록 고려했다. 조합놀이대 상부에서는 기둥이나 밧줄을 이용해서 하부로 오르내릴 수 있고 난이도에 따라 2개의 미끄럼틀을 설치했다. 터널형 미끄럼틀은 발달장애 어린이나 유아들의 거부감이나 두려움을 줄이기 위해서 시작 부분에 투명창을 배치했다. 난이도를 높이다 보니 단차가 생겨 휠체어 사용하는 어린이는 이용하기 어렵다. 낮은 미끄럼틀은 미끄럼틀의 폭을 넓혀서 친구나 보호자와 함께 탈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휠체어에서 옮겨 앉기 쉽도록 미끄럼틀 상부와 하부를 높이 45cm 내외의 평상 형태로 설치하려고 했는데 국내에서는 기준에 맞지 않아 결국 상부에는 높이를 하나도 넣지 못했다. 휠체어에서 그냥 바닥으로 내려가 앉아야 하므로 미끄럼틀에 옮겨 앉기가 힘들어졌다. 이 부분은 앞으로 논의를 통해서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다. 조합놀이대 낮은 미끄럼틀 옆에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해서 계단과 휠체어 운반용 램프를 설치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어린이가 미끄럼틀을 탔을 때 보호자가 휠체어를 가지고 멀리 경사로를 이용하지 않고도 신속하게 바로 옆 계단으로 휠체어를 접어서 손쉽게 운반할 수 있도록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안전검사 과정에서 계단 양쪽으로 핸드레일을 설치해야 하는 의무 기준 때문에 휠체어 운반용 램프와 계단 사이에 핸드레일을 설치하다 보니 실제로 휠체어를 운반하기 힘든 구조가 돼 버렸다. 지금은 휠체어 운반보다는 어린이들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놀이시설로 더 많이 이용되고 있다. 어린이대공원에서 안내 문구를 추가로 부착했지만 용도가 잘 알려지지 않은 모양이다. 만약 어린이가 휠체어를 사용한다면 미끄럼틀을 탈 때 바로 옆 계단의 휠체어 운반용 램프를 이용해보길 바란다.
꿈틀꿈틀놀이터의 인기 스팟에는 회전무대도 있다. 예전에는 놀이터마다 있었지만 지금은 흔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회전무대는 놀이터 바닥과 단차와 틈 없이 설치해서 누구나 똑같이 이용할 수 있는 놀이시설이다. 유아와 중심 잡기가 힘든 어린이를 위해서 앉을 수 있는 벤치를 설치했고, 휠체어가 흔들리지 않도록 칸막이를 설치했다. 초기 디자인에서는 휠체어 고정장치가 없기 때문에 회전할 때 원심력으로 밀려나가지 않도록 안전바를 설치하려고 했는데, 체결장치가 있을 때 아이들이 손이 끼이거나 다치는 등 크고 작은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운영 측의 의견을 수용해서 칸막이를 넣어 디자인했다. 결과적으로 단순한 디자인이 나와 안전사고 위험은 없어졌지만, 다른 사람이 휠체어를 밀어줬을 때 사용자가 밖을 향하게 되므로 아이들과 마주보기 어렵다. 휠체어 사용자가 안쪽을 향하고 싶다면 휠체어를 후진으로 탑승하도록 신경 써주면 좋겠다.
이밖에 휠체어를 사용하는 어린이나 보호자가 함께 놀기 쉽도록 데크를 설치한 모래놀이대도 설치돼 있다. 놀이터 내부에 전체적으로 턱이 없어서 놀기는 수월하지만, 다양한 연령층과 장애를 고려하다 보니 놀이터 안에 모두를 담을 수 없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나마 놀이터 부지가 넓어서 조합놀이대에도 경사로를 적정하게 설치할 수 있었다. 다른 놀이터 부지 환경에서라면 또 그에 맞는 고민과 협의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놀이터 주변의 볼거리들
꿈틀꿈틀놀이터 바로 앞에는 식물원이 있다. 다양한 종류의 꽃과 식물이 2개 층에 걸쳐서 관람자를 기다리고 있다. 2층짜리 건물이라서 내부에 엘리베이터는 설치돼 있지가 않다. 그래서 휠체어나 유모차 사용자의 관람을 위해서 식물원 외부에 빙 둘러 경사로가 설치돼 있다. 경사로 양옆으로 철마다 알록달록한 꽃이나 푸른 식물들이 넝쿨을 이뤄 반긴다. 1층을 관람하고 외부로 나와서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 2층을 관람해도 되고 그 반대로 2층에서 1층으로 관람동선을 짜도 좋다. 식물원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꼬마동물마을이 나온다. 꼬마동물마을은 야외 관람시설이고 작은 동물들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일부 관람동선에 계단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코스에는 턱이 없다. 바닥이 비포장이나 평탄한 편이어서 큰 어려움은 없다. 서울어린이대공원은 언덕과 숲이 있는 곳에 경사가 심하고 계단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휠체어로 돌아보기 괜찮은 편이다. 잔디밭이나 산책로에 진입할 때 약간씩 턱이 있는데 순차적으로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한다. 경사가 큰 구간을 이동할 때는 주의를 하면서 나들이를 계획해봤으면 좋겠다.
장애인용 화장실은 대부분의 화장실에 모두 설치돼 있지만, 정문 앞 고객안내센터와 꿈마루 화장실, 후문 화장실, 모험의나라 화장실 등이 이용하기 편리하다. 꿈틀꿈틀놀이터 옆 물놀이장 화장실에도 장애인용 화장실이 설치돼 있지만 남녀 공용이고 문이 무거워서 불편하다.
수동휠체어 대여가 필요할 때는 신분증을 지참하고 정문(7대), 후문(8대), 능동문(2대), 구의문(2대)을 이용하면 된다. 휠체어는 모두 성인용 수동휠체어이고 관리가 잘 되지 않아서 사용감이 좋지 않다. 또한 비치 수량이 많지 않아 주말과 성수기에는 대여가 쉽지 않다.
대공원 내에서 식사가 가능한 카페테리아는 동물공연장(애니스토리) 1층에 있다. 식물원 앞 카페테리아는 현재 새로운 시설 공사를 하기 위해 문을 닫았다. 동물공연장 1층 카페테리아는 덜 북적여서 식사하기에는 낫지만, 가는 도중에 언덕이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수고롭기는 하지만 나들이인 만큼 도시락을 준비해서 소풍 느낌을 살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도시락이라면 곳곳에 설치된 야외테이블 선점이 필수다. 잘 눈에 띄지는 않지만 꿈마루 2층에 야외테이블이 호젓하게 이용하기 편리하다. 바로 옆에 화장실도 있어서 편의성이 높다.
곧 다가올 벚꽃놀이철에는 서울어린이대공원을 찾아보면 어떨까. 향긋하게 쏟아지는 벚꽃 아래에서 휴식도 즐기고 통합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동심을 만끽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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