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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평범한 사랑이야기

이창동 감독의 세 번째 영화, <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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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 이창동 감독의 세 번째 영화 <오아시스>가 한창 제작 진행중이다. <박하사탕>의 설경구와 문소리가 각각 종두와 공주로 열연을 하는 이 영화는 평범한 사랑을 꿈꾸는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이다. 사랑이 너무 넘처 도리어 사랑의 의미를 잃어버리게 되는 시대, 그들의 사랑이야기를 들여다보자.

 

 

영화같은, 그러나 살아있는 이야기

세계보건기구(WTO) 에 따르면 현재 장애우의 비율은 10%정도, 열 명 중 한 사람은 각종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따진다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문화의 10분에 1은 장애우의 삶을 보여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영화 열편이 개봉되면 그중에 한편이라도, 장애우의 삶을 보여주는 영화가 개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상성만이 문화의 가치로 인정받고, 포장되어 상품가치를 가지게되는 우리의 현실에서 스무편중 한편의 작품도 장애우의 삶을 보여주지 않는다. 티비의 경우에도 장애우의 삶을 다루는 경우 대부분 시청율이 저조한 시간대에만 편성되어 있으며, 그나마 드라마에서는 거의 찾아볼수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영화의 주인공을 장애우로 설정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위험한 도박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살아있다. 아무리 각종매체가 비장애우 중심의 문화만을 만들어낸다 할지라도, 그들을 엄연히 존재한다. 그리고 영화처럼 사랑을 하고, 영화처럼 이별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02년 6월에 개봉하는 이창동감독의 세 번째 영화 <오아시스>는 주목할만하다. <오아시스>는 사랑이야기이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 평범해 보이기만 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들이 처한 "평범하지 않은 조건" 때문일 것이다. 사회부적응자인 종두와 뇌성마비장애우인 공주의 사랑, 그들의 조건은, 다른 연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조차도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평범한 것들이 간곡한 소망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그들의 "리얼"한 사랑은 "환타지"가 된다.

사랑은 원래가 쉽게 가질 수 없어서 더 아름다운 것이다. 이루기 힘들었을 때 그 가치가 배가 된다. 하지만 지금 우리들에게 사랑은 익숙한 코드가 되어있을 뿐이다. 자본의 코드, 이미지의 코드, 성의 코드. 이창동 감독은, 전혀 새로운 사랑의 코드를 우리에게 제시한다. 삶으로 말하는 사랑. 순애보적이고 팬시화된 사랑이 아니라 잔혹하리만치 투명하게 삶의 모습을 비추는 사랑을 말이다.

 

열연을 아끼지 않은 설경구, 문소리

<박하사탕>에서도 열연을 마다하지 않았던 설경구는 이번 영화에서는 무려 18kg의 감량을 시도했다고 한다. 1개월에 18kg의 감량을 하기 위해 그는 매일 6시간의 트레이닝과 식사조절을 해야했다고 전한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극중 "종두" 가 "앙상한 남자"이기 때문. 또한 평소 말이 없는 그는 이번 역할을 위해 성격개조에까지 나섰다. 그는 극중 "종두"의 껄렁껄렁한 모습을 연기하기 위해 촬영장에서도 시종일관 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문소리 또한 중증뇌성마비장애우의 역할을 소화해 내기 위해 실제 장애우의 집에서 6개월여 생활을 같이 하였다. 중증뇌성마비장애우라는 난이도 높은 역할을 그녀가 어떻게 그녀만의 연기로 소화해 낼 것인지 자못 기대가 된다.

 

문화의 세기인 21세기. 특히 영화는 문화의 한복판에 서 있다. <오아시스>와 같은 영화들의 출연으로 장애우들이 문화에서만큼은 소외되지 않기를, 장애우의 진솔한 삶을 표현하는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한창 막바지 작업중인<오아시스>는 오는 6월 월드컵과 함께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글 박채란 객원기자(rhanair@hanmail.net)

 

 

 

영화 <오아시스>의 줄거리

 

 

남자, 종두
종두는 뺑소니교통사고로 형을 살다가 교도소에서 막 출소했다. 그 사이 이사를 가버린 가족들을 겨우 찾아가지만 가족들은 귀찮은 내색을 숨기지 않는다. 어느 날 별 생각 없이 피해자의 가족을 찾아간 종두는 마침 다들 이사가고 난 낡고 초라한 아파트 거실에 정물처럼 뎅그러니 남겨진 장애우 여자와 눈이 마주친다.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종두는 또다시 그녀를 찾아간다. 비루한 살림살이가 널려있는 여자의 아파트에서 종두는 여자를 상대로 혼란스러운 욕정을 느끼지만 여자는 두려움에 일그러진 몸짓을 한다. 종두는 여자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만져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자괴감에 빠져 하릴없이 시간을 죽이던 어느 밤, 잘못 걸린 듯한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 속 주인공은 뜻밖에, 여자다.

 

여자, 공주
공주는 중증뇌성마비장애우이다. 오빠 부부가 이사가던 날, 비둘긴가 햇살인가 그 사이로 낯선 남자의 그림자가 보였다. 행동이 부자연스런 그녀가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방안에 걸린 오아시스 그림에 밤마다 어른거리는 그림자다. 그것은 창 밖 커다란 나무가 흔들리며 가로수에 비춰지는 것이지만 공주는 그림의 위치를 바꾸지도 나무를 어쩌지도 못한다. 어느 날 혼자있는 공주의 아파트에 남자가 들어온다. 공주는 남자를 본 것부터 그 남자가 자기의 몸을 만진 것, 아프게 한 것까지 온통 난생 처음인 것뿐이다. 남자가 사라지고 난 후 공주는 오아시스 그림과 밤과 혼자라는 사실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워졌다. 무슨 생각이 났던 것일까. 공주는 힘겹게 몸을 움직여 전화번호를 누른다.

 

사랑, 오아시스
종두와 공주는 비로소 사랑이란 것을 알게 된다.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남자인 종두와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공주가 그려나가는 사랑이란 어설프기 짝이 없다. 전화 통화를 시작하고 종두의 형이 운영하는 카센터에서 데이트를 하기 시작하고 짜장면을 먹기도 하면서 둘은 서서히 감정을 교류해 나간다. 사랑 안에서 공주는 비장애우로 걷고 웃고 말하며, 사랑 안에서 종두는 사랑하는 한 여자를 가슴에 보듬는 듬직한 남자다. 둘은 오아시스 그림 앞에서 춤을 추고 사랑을 나누지만 운명은 때로 잔인하게 엇갈린다.

 

 자료제공 :(주) 이스트필름

작성자박채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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