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콘서트] 한 사람의 열 걸음 보다 열 사람이 함께 가는 ‘참 좋은 세상’을 향해 > 문화


[나팔꽃 콘서트] 한 사람의 열 걸음 보다 열 사람이 함께 가는 ‘참 좋은 세상’을 향해

장애우와 함께하는 <나팔꽃 콘서트> 열려

본문

노래와 시가 만나 하나가 되듯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만나 하나된 공간


지난 9월 22일 서울 YWCA 대강당에서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주최하고 연구소 내 회원모임인 ‘참 좋은 사람들’의 주관으로 장애우와 함께 하는 나팔꽃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콘서트는 시와 노래가 한 몸이라는 나팔꽃 마음과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함께 가는 ‘참 좋은 세상’을 꿈꾸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마음을 모아 시와 노래가 있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꾸려졌다.

‘작게, 낮게, 느리게’라는 표어를 내세우고 시의 대중화, 맑고 서정적인 노래를 통해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 나팔꽃모임.

‘작게 낮게 느리게’ 나팔꽃의 표어는 세상을 거꾸로 가는 듯하다. 빨라야 살아 남고, 갖가지 주의 주장이 넘치는 세상에서, 목소리를 높여야 간신히 귀를 기울여줄까 말까 하는 세상에서 이런 구호가 먹혀들까? 게다가 사용하는 악기들이래야 통기타, 하모니카, 바이올린, 북, 해금 따위의 ‘큰 소리’ 와는 동떨어진 것들인데 관객들의 반응은 어떨까 걱정이 뒤따랐지만 대강당은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 발 디딜 틈도 없을만큼 많은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주최측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300여 명의 관객이 입장하면서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사라져 버렸다. 이런 반응에 고무된 듯 사회를 맡은 가수 홍순관 씨는 시종 즐겁고 유쾌하게 순서를 진행했다.

나팔꽃 콘서트의 또 하나의 특징은 ‘이야기가 있는 음악회’라는 점이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없애 함께 호흡할 수 있고, 시인의 얼굴을 직접 보고 음성을 듣고 싶어하는 관객들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도 또 다른 매력 포인트이다.

이날 주인은 당연히 객석을 가득 메워준 장애우와 비장애우들이었다.

주인이 있으면 손님도 있는 법.

이날의 특별한 손님은 시인이신 정호승 님, 이선관 님이었다. 이날 공연에서는 두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들이 선보여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장애우이면서 통일과 환경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시를 써 온 이선관 님은 작고 느린 목소리로 자신의 장애우로서의 삶의 이야기와 속도만을 요구하는 현대사회의 변화가 우리의 삶의 여유와 환경을 얼마나 무섭게 무너뜨리고 있는지 이야기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두 시간이 어떻게 흐른 지 모르게 훌쩍 지나고 공연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무렵 이날 만난 장애우들과 비장애우들은 내내 이어진 가슴 따스함에 박수와 환호성을 보내며 하나가 되어갔다.

요란하고 시끄럽고 빨라야 대접받는 풍토에서‘작고 낮고 느린’ 몸짓과 목소리로 시와 노래가 하나되어 순수와 서정을 노래하는 ‘나팔꽃 콘서트’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와 노래가 하나되어 순수와 서정을 노래하게 될 때 세상 속에서 빛나고 작은 힘이 되는 것처럼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하나되는 세상으로 나아갈 때 차별과 갈등이 사라지고 희망 가득한 참 좋은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소중한 자리였다. 


봉천동 산동네에 신접살림을 차린

나의 조카 아다다

첫아이가 벌써 초등학교 입학했다는

아다다의 집을 귤 몇 개 사들고

찾아가서 처음 보았다

말없이 수화로 이어지는 어린 딸과 엄마

그들의 손이 맑은 시내를 이루며

고요히 나뭇잎처럼 흐르는 것을

양파를 푹푹 썰어넣은

아다다의 순두부 찌개를 먹으며

지상에서 가장 고요한 하늘이 성탄절처럼

온 방안에 가득 내려오는 것을


- 정호승 시인의 「나의 조카 아다다」 중에서 -


글·사진/ 이나라 기자 (n2906@hanmail.net)

 

작성자이나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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