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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있는 풍경 ] ‘다르다’는 것에 대하여

본문

굳이 ‘창조’를 거창하게 말하지 않아도,

개미는 걸어 일하고, 새는 날아 창공에 길을 열 것이며,

물고기는 내(川)를 따라 헤엄칠 것입니다.

창조는 제 길을 가는 것입니다.

자기의 길을 걷는 것이 남의 길을 내어 주는 것이지요.

‘다르다’는 것은 창조의 정직입니다.

이 세상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사실 없습니다.

다르니까요. 그것이 ‘도움’이라면, ‘사랑’이라면 더 좋겠지요.

남의 숨을 쉬고, 남의 길을 걷는다면 우리가 다다를 집은 어디입니까.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생각하면 한편 외로운 것이지요.

‘다르다’는 것은, 내 숨으로 숨쉬고, 내 발로 걷고,

내 손으로 만드는 것이지요. 흘리는 땀이 내 것이라는 말입니다.


내가 잘 모르는 경제 이야기지만 아이엠에프가 왔을 때 말입니다. 그리고 그 후로도 말입니다. 대부분의 무너지는 기업들은 제 길을 걷지 않은 기업이었습니다. 제 길을 걸었다면 저 자신도, 나라도 이렇게까지 어렵게는 되지 않았겠지요. 남의 것이 내 것인 양 굴었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더 큰 것을 가지려고 자기도 모르는 길을 걷다, 그만 길을 잃고 벼랑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대기업이 갈라지는 것도 사실은 제 길을 걷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다르다’는 것을 모를 때 진달래의 수줍음을 어떻게 알 것이며, 장미의 진한 매력을, 개나리의 강인함을, 풀꽃들의 여린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다르다’는 것을 알 때 거문고의 굵고 단호한 울림도, 대금의 구수하고 그윽한 바람소리도 들려 옵니다. 아이들의 언어가 들리기 시작하고, 다른 이의 사람살이가 들리기 시작하겠지요.

지구가 빙글빙글 도니 다행히 한 쪽은 낮이요, 한 쪽은 밤이 됩니다. 아침이 되고 저녁이 옵니다. 태양이 떠오르고 별이 빛나지요. 다르니 아름답지요. 어느 것 하나가 계속 된다면 우리는 견딜 수 없을 겁니다. 이 세상이 다 똑같이 한 색이라면 우리는 벌써 다 미쳐버렸을 겁니다.

독재와 편견이 계속된다면 이 세상에서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없습니다. 없지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를 고운 눈으로 바라볼 때 조율은 이루어지지요.

제 길을 좀 걸어 보자구요. 내 숨으로 말하고, 내 숨으로 노래해 보자구요. 그 놈이 그놈인 지금.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는 이상하고 매력 없는 이 세상에서 말입니다. ‘다르다’는 것의 비밀을 말해 보자구요.


개미는 걸어 일하고, 새는 날아 창공에 길을 열 것이며,

물고기는 내(川)를 따라 헤엄 칠 것입니다.

사람은 사람의 길을 걸어야지요.

창조의 정직은 제 길을 걷는 것입니다.

글/ 홍 순 관

 

이 글을 쓴 홍순관님은 CBS ‘기쁜 소식 좋은 세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100여 회에 걸친 정신대할머니돕기 순회 콘서트 ‘대지의 눈물’은 미국, 일본, 한국에서 큰 반응을 얻은 만큼 그의 활동에 전환점이 되었다.

‘새의 날개’, ‘신의 정원’, ‘민들레 날고’, ‘양떼를 떠나서’ 등의 음반과 공연일지를 독특한 형식으로 쓴 책 <맑은 내 이야기>를 출판했다.


 

작성자홍순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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