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을 통한 자기 자신과의 아름다운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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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독자와 함께 떠나는 여행’에서 찾아간 곳은 경남 창원에 있는 슈리 크리슈나다스 아쉬람이다.
우리에게 낯선 단어인 ‘아쉬람’은 산스크리트어로 쉼을 위한 곳, 은둔자를 위한 거처, 성자가 사는 곳을 뜻하는 인도식 수행공동체이다. 아쉬람은 일에서 벗어나 영적인 쉼을 갖고 노동을 하는 곳으로 보통 ‘구루’라고 불리는 스승을 중심으로 모이는 공동체이다. 창원대 김병채 교수의 주도로 3년 전에 만들어진 슈리 크리슈나다스 아쉬람에서는 인도말로‘진리와의 교제’를 뜻하는 삿상과 음악 워크샵 등 사람들의 쉼을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아쉬람에 가기 위해 11월 10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함께걸음과 인터넷을 통해 신청한 22명의 독자들을 만났다. 창원에 가는 교통편으로 하루 세 번 다니는 기차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우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장애우석이 있는 기차를 타고 가기로 한 이번 여행도 출발부터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우들이나 다른 장애우가 기차나 다른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기차표를 예매할 때, 역에서는 미리 전화를 하고 30분전까지 역에 도착하면 역무원들이 장애우들이 기차에 타는 것을 도와준다고 알려주었다. (그렇지만 여행을 준비해 본 사람이라면 미리 30분의 시간을 떼어놓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 것이다.) 그들의 친절이 고맙기는 하지만 장애우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그런 특별한 대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장애우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시간에 최소한의 도움을 받고 스스로 선택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사회환경을 만드는 것이 역무원의 도움보다 더 필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 생각은 휠체어 장애우가 이동할 때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역무원과 함께 어렵게 기차를 타고 난 후 더욱 절실해졌다.
또 서울역에는 장애우들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가 1층의 경우 안쪽에 있어서 찾기 힘들고, 차표를 사고 기차를 타는 2층도 엘리베이터가 눈에 잘 뜨이지 않는 구석에 있어서 처음 오는 사람들이 찾기 힘들어 보였다.
창원에 내려갈 때 이용한 기차에는 휠체어를 타는 장애우가 이용할 수 있는 좌석이 4개 있었지만 보호자석이 함께 마련되어 있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 그렇지만 화장실은 출입구가 버튼식으로 되어 있고 지지대가 설치되어 휠체어를 타는 장애우가 이용하는데 불편이 없었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의 수인사가 오가고 준비해 간 김밥이며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차창 밖의 풍경을 즐기는 것이 조금씩 지루해질 무렵, 기차는 창원역에 도착했다.
자유로움과 만나는 것을 돕는 치유음악 워크샵
창원역에 도착해 아쉬람측이 준비한 차에 나누어 타고 시골길을 20분 정도 달려 서울을 벗어나면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한적한 시골마을에 닿았다. 빨간 감이 아직 매달려 있는 감나무가 천지인 산자락 밑, 골목길을 돌아 아쉬람에 들어서니 서로 다른 모습의 집들이 눈에 띄었다. 아쉬람에는 농가를 개조한 집, 원형과 타원형으로 지어진 토굴이 자유롭게 어우러져 있다. 저녁을 먹기 전, 아쉬람 주변을 산책하고 마당에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삶을 나누는 편안한 시간을 가졌다.
누구나 쉬어 갈 수 있도록 모두에게 개방된 이 아쉬람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매주 토요일 저녁에 열리는 ‘삿상’에 참석하거나 명상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쉬어간다고 했다. 아쉬람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영성 개발과 내적 성장을 돕기 위한 것으로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내용이기 때문인지,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 사람들의 얼굴에 설핏 긴장이 지나간다.
우리가 참여했던 프로그램은 음악을 들으며 일어나는 느낌들과 마주하는 치유음악 워크샵이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후, 독자들은 선생님의 인도로 각자 편안한 자세로 앉거나 누워 눈을 감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몸을 맡겼다. 음악을 들으며 떠오르는 것들을 나누는 자리에서 한 참가자는 “음악에 이런 힘이 있는 줄 미처 몰랐다”면서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니 그 음악이 온 몸을 휘감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어릴 적 생각도 나고 슬픈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어느 때보다 자유로웠다”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음악 프로그램이 일찍 끝나 아쉽다는 참가자들의 의견이 많아 또 다른 시간이 이어졌다. 오늘 기차를 타고 오면서 만나 알게 된 이들은 음악을 들으며 서로의 등을 기대고 앉아 등의 마주침으로 마음을 나누면서 그렇게 아쉬람에서의 밤을 보냈다.
밤새 이야기꽃을 피운 다음날이라서 그랬을까? 돌아오는 기차 안, 사람들이 모두 곤히 잠들어 있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쉽사리 마음먹기 힘든 기차여행을 마친 것에 대한 안도감 때문만은 아니리라. 하루 동안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음악 속에서 자신을 만난, 쉽게 접하기 힘든 경험과 만난 이들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편안하다.
글 이수지 기자(soo3881@naver.com)/ 사진 이나라 기자
슈리 크리슈나 다스 아쉬람(www.krishnadass.com)에서는 매주 토요일 저녁 무료로 진행되는 공개삿상과 치유음악 워크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휴식과 명상을 원하는 사람은 아쉬람의 명상홀과 다양한 크기의 아름다운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사용하기 이틀 전까지 055)279-7866으로 연락하여 안내를 받고 기부금 형태의 이용료를 내면 된다. 「독자와 함께 떠나는 여행을 함께 만들어 갈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당일이나 1박의 여행으로 새로운 경험과 추억을 만들수 있는 기회! 장애우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어떻게 설치되어 있는지 점검하고 편의시설이 미비한 곳을 지적하여 보완을 요구하는 기회도 함께 만들어 갑니다. 친구나 가족과 함께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지방에 계신 분들도 물론 환영합니다. 담당 이수지 기자 02)521-5364, soo388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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