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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참으로 소중하기에... 조금씩 놓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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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소중하기에... 조금씩 놓아주기"

최일도 지음/ 중앙M&B 펴냄/ 8,500원

 

 

  친구야, 아무래도 그날의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 밥퍼 목사, 588의 대부. 최일도 목사와의 첫 대면은 정말 당황스러웠지. 아마 너도 기억날거야. 그날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채플시간이었어. 대부분의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채플에 지겨워하고 있었지. 신문이나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기도 하고 혹은 졸기도 하면서 시간 때우기에 급급했었어. 찬송가가 책 읽기를 방해하고 기도 소리가 잠을 방해해도 우리는 흔들림없이 평소의 모습을 지키고 있었지.

  그때였지 아마, 초청강사였던 최일도 목사가 느닷없이 호통을 쳤고, 깜짝 놀란 우리들은 어쩔 줄 몰라하면서 그를 쳐다보기만 했었잖아.

  그 때 최일도 목사가 내질렀던 고함은 대강 이런 내용이었을 거야.

 "고개들어. 왜 고개 숙이고 있는 거야!"

 부드럽고 온화한 사람이라 지레 짐작했던 우리의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지.

 그는 그 옛날 성전을 더럽힌 장사치들을 내쫓던 예수처럼 불같은 문노를 터뜨렸어.

아, 아직도 그의 호된 고함 소리가 귓가에 쟁쟁하게 들려 오는 것 같아.

 소심한 사람들은 자세를 가다듬고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지.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냉랭한 표정을 지으면서 여전히 제 갈 길을 가고 있었어.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어.

잠시 말을 이어가던 최일도 목사가 또 한번 호통을 쳤으니까.

 "왜 자꾸 고개를 숙이는 거야. 한번 해보자는 거야? 이리 나왓!"

 정말 주먹다짐이라도 할 기세였어. 특정한 누군가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눈에서는 정말 불꽃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 같았어. 제 할 일에 몰두했던 나머지 학생들도 결국은 기싸움에서 밀려 마지못해 바르게 앉아 시늉이나마 그의 말을 듣는 척 해야 했었지.

 이날의 사건은 두고두고 우리들의 입에 오르내렸지. 누군가는 권위적이며 억압적이라고 불만을 터뜨렸고, 누군가는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았던 우리들의 모습을 반성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었잖아.

 친구야,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최일도 목사가 도덕적으로 완벽하게 선한 사람일 것이라고 우리 멋대로 믿고 있었기 때문에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는 한 인간으로서의 최일도가 아닌 적당히 만들어진 목사 최일도의 이미지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으니까 말이야.

 얼마 전 [참으로 소중하기에... 조금씩 놓아주기](중앙M&B)라는 책을 통해 다시 최일도 목사와 만날 수 있엇어. 직접 얼굴을 맞대고 그이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인연이 없었던 모양인지 그와의 만남은 끝내 무산되고 말았어. 하는 수 없이 글을 맛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지.

 소중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절대 놓치지 않으려 움켜쥐었던 모든 것들, 그것만 쥐고 있으면 언제든지 행복하고 평안하리라 믿었던 것들이 오히려 더 큰 시련이 되어 밀어닥쳤을 때 그도 절망하고, 좌절했더구나.

 수녀였던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공동체를 일으켜 세우기까지의 험난했던 과정, 완고한 신앙을 바탕으로 살아오신 어머니와 아내의 갈등, 버려진 사람들을 돌보느라 제대로 관심 한번 가져주지 못했던 가족과 세 아이들에에 대한 미안함과 죄스러움, 자신에게 쏟아지는 온갖 악의적인 비난을 대하는 솔직한 심정까지.

 그는 성직자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겪어야 했던 고민과 갈등을 너무나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었어. 그런 힘겨운 과정이 있었기에 "놓아주기". "나눠주기"라는 삶의 철학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진심으로 깨달을 수 있었던 셈이지만 말이야.

 정말 소중하다면 그것을 향한 욕심과 집착의 끈을 조금만 늦추고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자신을 타이르라고. 그렇게 하면 나 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평안과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최일도 목사는 말하고 있었어.

 "핏줄로 얽혔기에 가족이 아니라 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을 선택했기에 핏줄로 얽혔다"고 고백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만약 근엄한 가르침과 교훈의 흔적이 묻어났다면 결코 이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았을 거야.

 친구야, 우리가 짊어진 욕심의 무게는 과연 얼마나 될까? 그리고 언제쯤 그 무게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날은 차고 여전히 우리들의 세상살이는 팍팍하기만 하다. 하지만 언제라도 찾아가면 조용히 웃으며 그 무게를 더어줄 것 같은 네가 있기에 나는 여전히 행복하다. 부디 건강해라.

작성자함께걸음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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