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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 "남자친구요?, 잘 생기면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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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친구요?, 잘 생기면 좋죠" 
    
"저기요..., 친구찾기 코너....."하며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고 쑥스럽게 웃는 전화 한 통이 함께걸음 편집부로 걸려왔다. 테크노티에서 점자교정사로 근무한다는 상냥한 목소리의 이 여성은 77년생, 올해 25세 된 1급 시각장애우 유영선 씨다.

영선 씨는 1남 2녀중 장녀로 태어났고, 한빛맹학교를 졸업하고 우석대에서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한 후, 바로 사회에 뛰어들어 현재는 주식회사 테크노티에서 점자교정사로 일하고 있다. 집이 분당이라 출퇴근하는데 약간의 어려움은 있지만 사회에 나와서 자신이 할 일이 있고, 가족들에게 부담을 안기지 않는 것이 무척 기분 좋다며 의젓함을 보였다. 그렇지만 간혹 동생과 서로 예쁜 옷 입겟다고 싸우기도 하는 평범하고 발랄한 아가씨다.

 

전공은 유아특수교육인데, 어떻게 일반 기업체에 진출할 생각을 했냐는 질문에 "전맹이라 특수교사 하기가 힘들어요. 물론 그 전엔 전공을 살려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었죠. 하지만 맹학교 같은 특수학교에서도 시각장애우를 교사로 채용하는 것을 꺼려합니다. 그래서 아예 뽑지 않는 경우도 많대요. "맹인이 어떻게 유아를 가르쳐?" 하는 인식이 같은 시각장애우들 사이에서도 팽배해 있는 것 같아요" 하고 씁쓸하게 대답했다. 그렇게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느라 4학년 1년간은 잠도 못자고, 밥도 못 먹을 정도로 신경과민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한다.

 

영선 씨처럼 장애우가 학교를 졸업하고, 일반회사에 들어가 근무하고 있는 예는 드물다. 대부분이 복지관이나 장애계, 사회복지쪽으로 진출하기가 일쑤인데, 자신은 운좋게도 일반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하는 일이 무척 재미있고, 일반 기업체에서 일하면서 색다른 경험을 해볼 수 있어 좋단다.

게다가 원래 이것저것 배우고 참여하는 것을 좋아해 현재는 실로암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중국어도 배우고 있다. 중국어 점자는 거의 다 익혔고, 회화도 이젠 어느 정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뭐든지 참 열심히 하는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자신이 우연히 하고 싶다고 느낄 때마다 무료로 할 기회가 생긴다든지 하는 행운이 찾아온다고 한다. 어쩜 말하는 것도 참 겸손하다.

 

회사 출퇴근, 일요일은 교회 나가는 정도, 그 외에 밖으로 돌아다니는 일은 별로 없다. 영화나 콘서트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시설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데다, 보러가도 답답하긴 매한가지라서 그냥 흥미를 잃고 산다나... 그러나 영선 씨는 문화에 누구보다 근접해 있다. 전공을 피아노로 생각하고 있었을 만큼 피아노 연주도 수준급이고, 또 클래식을 좋아해 씨디를 사서 모아 들을 정도로 음악 매니아이기도 하다. 자신은 "소질이 없어 포기했다"고 말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아직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음악엔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나중에라도 음악을 더 세부적으로 공부하고 음악교육이나 음악치료를 배워 활용해보고 싶거든요" 하고 말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 난을 통해 어떤 친구를 사귀고 싶냐고 슬쩍 질문을 던지니, 망설임없이 "남자친구요..." 하고 대답한다. 25세에서 30세 사이의 남성이면 좋겠고, 마음이 잘 통하고, 대화가 잘 통하면 오케이. 쉽게 친해지기는 어렵겠지만 만나게 되면 분위기 좋은 까페에서 맛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하거나 함께 나란히 산책을 하는 등 편안한 만남을 가지고 싶단다. 거기다 남자친구는 "잘 생기면 더 좋죠(웃음)" 하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자신은 학교 다니는 동안 자취를 해서 요리와 집안 살림은 자신이 있다고 수줍게 덧붙이면서......

그녀의 솔직하고 꾸밈없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기 생활에 충실하고 끊임없이 자기를 발전시키려 하는 이 밝고 명랑한 아가씨가 올해는 꼭 멋진 남자친구를 하나 사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유영선씨와 친구가 되실 분은 함께걸음 편집부 02-521-5364로 연락주십시오.

 

글/ 함께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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