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 "통통하고 마음 착한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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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함께걸음 홈페이지 게시판에 짤막한 글이 하나 올라왔다. "나는 장대영이구요. 그리고 난 장애인입니다. 말도 잘 못하고 뇌성마비라는 장애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도 저를 이해하시고 받아 주실 분이 계시면 좋겠습니다. 여자친구가 꼭 필요해요."
스스로 소개한 것처럼 대영 씨는 언어장애가 있는 뇌성마비 장애우다. 희고 고운 피부에 선한 눈매, 누가 보아도 잘생겼다고 한번은 더 돌아볼 것 같은 호남형 얼굴인 대영 씨는 올해로 24세 된 청년이다. 대영 씨는 타인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누는 일이 힘든 탓에 또래 아이들과 수다를 떠는 일을 해보지 못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인터넷이 대영 씨의 그런 욕구들을 조금이나마 채워주고 있어 시간만 나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기 안에 담긴 생각과 이야기들을 언어로 옮기는데 열중하곤 한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뇌성마비 장애를 갖게된 대영 씨는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와는 인연이 없었다. 대신 국립재활원에서 7, 8년 동안 언어치료를 받았고, 밀알선교회와 3년간 인연을 맺으면서 다양한 또래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갔다. 그밖에도 지역복지관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교육받았고, 올해 3월부터는 구의동에 위치한 정희회관 내에 있는 학교에 입학하게 되어 지금 한창 꿈에 부풀어 있다.
대영 씨는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 덕분에 비교적 사회체험을 많이 한 편이다. 여행을 좋아해서 기회가 닿는 대로 가족이나 기관에서 가는 여행에 나서서 제주도, 환선굴, 정동진 등 유명한 곳은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이다.
대영 씨 부모님은 현재 단추공장을 운영하고 계시는데 바쁜 생활 속에서도 지역사회에서 누구보다 봉사활동에 열심인 분들로 정평이 나 있다. 아버님은 청소년선도위원외 부회장으로 매일 밤마다 순찰을 다니면서 밤늦도록 귀가하지 않고 거리를 헤매는 청소년들을 타일러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 어머니도 지역 부녀회 활동을 하면서 무의탁 노인들을 찾아가 돌보는 선행을 보이고 있다.
대영 씨 부모님은 "우리 대영이에게 사랑으로 봉사활동 해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나도 우리 주변에 있는 이웃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나누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앞으로도 이웃들과 나눌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든지 가리지 않고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마음이 부자인 부모님은 대영 씨에게 더없이 좋은 친구가 되긴 하지만 정작 대영 씨 자신은 또래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생각이 너무 간절하다. 대화가 어려운 대영 씨는 종이에 글씨를 써가며 자신이 원하는 친구에 대해 전해주었는데 대영 씨의 바램은 통통하고, 마음이 착한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단다. 자신이 움직이는 게 어려우니까 걸어다니는 여자친구를 만나서 함께 봄나들이도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대영 씨 어머님 역시 "대영이 여자친구가 되어주실 분은 장애우든 비장애우든 개의치 않아요. 그냥 시간나는대로 우리 집에 놀러와서 대영이와 함께 놀아주고 좋은 얘기 해줄 수 있는 친구였으면 좋겠어요. 형편이 여의치 않은 친구라면 우리 집에 와서 함께 가족처럼 살아도 좋구요, 대영이가 여행을 좋아하니까 같이 나들이 다닐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어요. 내 맘 같아서는 우리 애 아빠가 어디든지 운전을 해서 데리고 다닐 수 있으니까 경치 좋은 곳에 아이들 내려 주고 저희끼리 시간 보내며 놀다가 저녁때쯤 아빠가 데리러 가고 그러면 얼마나 좋겠나 싶네요" 라고 작은 바램을 전했다.
음악 듣는 걸 좋아하는 대영 씨는 언젠가 마음에 드는 여자친구가 생기면 선물하려고 가끔씩 음악CD를 사다가 예쁘게 포장해 두기도 한다. 마음에 드는 여자친구에게도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누는 것을 표현하기가 힘들어 언제나 미완성인 채로 마음을 접고 말아야 했던 대영 씨. 이제 그의 맑은 눈빛, 조금은 힘겹게 표현해 내는 손짓 속에 담겨 있는 마음을 읽어줄 수 있는 여자친구가 대영 씨 곁에 생겼으면 한다.
장대영 씨와 친구가 되실 분은 함께걸음 편집부 담당 (이나라 기자) 전화 02-521-5364, n2906@hanmail.net으로 메일 주십시오.
글/ 함께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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