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을 한 채 롤러브레이드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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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0일부터 6월 2일까지 나흘간 독일의 라이프치히에서 ‘세계재활보장구전시회"가 열렸다. 2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이 전시회에서는 뛰어다니고, 롤러 브레이드를 탈 수 있는 의족등 신체의 일부분으로서 기능하는 새로운 개념의 보장구들이 선보였다. 전시회에 다녀온 윤충 오토복 한국지사장의 참가소감을 들어본다.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2일까지 4일간의 일정으로 독일의 라이프치히에서는 ‘세계재활보장구전시회’가 열렸다. 2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이 전시회에서는 세계의 내로라하는 보장구 업체들은 인체의 내적·외적 환경들의 변화에 대한 정보를 통합하여 신속하게 대처하는 다양한 기술들을 선보이게 된다.
앞선 기술들의 눈부신 성과물들을 보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전시관 앞에 붐비는 많은 사람들로 이 재활 보장구 전시회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짐작케 하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나도 참가업체 대표로서 우리 기술진들과 신제품 목록을 작성하고, 새로운 제품의 장·단점 및 효율성을 분석했다. 한국의 특수성을 감안해 생산하고 있거나, 생산 예정중인 보장구 일체에 관한 의견교환 및 미비사항의 보완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전시회에서의 보장구는 이미 보장구의 개념을 뛰어넘고 있었다.
특히 예전에는 신체의 보형물로서만 인식되었던 의수·의족들이 이제는 신체의 일부분으로서 기능을 하는 수준이 되었다.
1백75도까지 굽혀지는 의족의 무릎관절은 대부분 좌식 생활로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등의 운동량이 많은 아시아지역 장애우들과 이슬람 문화권을 위해 개발되었다고 하는데, 그 관절을 이용해 뛰어다니고, 롤러 브레이드를 타는 정도로 기능이 뛰어났다. 또한 하이테크를 이용해 만들어진 전자 의족(C-leg)은 4개의 센서가 초당 50회씩 무릎 위 절단장애우의 보행 상태를 측정하여 최적의 보행을 가능하게 해 주기도 했다. 착용자들은 대부분 정상에 가까운 보행을 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보행 상태나 특성에 따라 개인용 PC에 연결하여 보행주기를 조절해 줄 수 있다고 한다. 그 기술은 이미 비장애우의 다리로도 할 수 없는 일들을 하는 수준에 이르러 “내 다리를 잘라 저 의족으로 대신하고 싶다”는 섬뜩한 농담이 나올 수준이었으니 정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의수 역시 센서를 통해 무게의 변화를 감지하며, 잡는 강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컵에 물을 따를 수도 있고, 물체가 미끄러지려고 하면 순간적으로 이를 감지하여 쥐는 힘을 증가시켜 안전하게 물체를 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밖에도 농구·테니스·펜싱용 휠체어, 척수손상 장애우용 스키용품들과 수상스키도 상당히 인상깊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앞으로의 보장구는 장애우의 신체의 불편을 덜어주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장애우도 스포츠와 문화를 통해 삶을 즐길 수 있는 개념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장애우의 신체적인 특성에만 치우치지 않고, 생활환경, 문화배경까지도 염두에 두어 제작하는 보장구들뿐만 아니라, 일정 규모의 건물에 있는 필수적인 경사로, 2층 이상의 공공건물에 의무적으로 설치되는 엘리베이터, 휠체어가 오르내리기 쉽도록 만들어진 버스, 널찍하고 평탄한 보도 등의 크고 작은 사회적 배려들은 장애우들이 설자리를 잃어버리게 하는 현재 우리 나라의 복지정책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우리 나라의 장애우들도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고, 좋아하는 스포츠를 즐기며, 남의 이목을 걱정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날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큰 꿈일까?
분단의 아픔과 폐허를 딛고, 눈부신 유월의 신록처럼 푸르게 재건된 라이프치히의 오늘을 보며, 우리 장애우들의 내일을 기약해 본다.
글/ 윤충 (오토북 한국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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