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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비디오(축제)/전시회(박수근)/책이야기(우리 사이 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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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축제>

 

  임권택 감독의 영화"축제"를 보면 현대를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보게 된다. 나에게 주어진 삶과 죽음의 의미는 너무 크게 포장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인생의 의미를 너무 어렵게 부여하여 그 속에서 헤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 뇌이게 된다.
  이 영화는 한 소설가의 노모 장례식을 통해 흩어졌던 자손들이 어떻게 다시 화합하는가를 보여주는 드라마이다. 오랜 동안 치매를 앓던 팔순 노모가 드디어 돌아가신다. 사방에서 자손들이 모여 초상을 치르는데, 그 동안 노모의 병수발로 너무 힘들었던 자손들은 "참 잘 돌아가셨다"고 하면서 마치 축제의 분위기이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지켜보면서 주인공인 작가 이춘섭은 착잡함을 느낀다.
  그러한 주인공의 느낌은 딸에게 들려주는 "할미꽃은 봄을 세는 술래란다."라는 동화에서 잘 드러난다. 동화의 내용은 장례식 절차와 맞물리면서 전개된다. 동화 속의 주인공은 치매를 앓는 할머니와 어린 손녀다. 손녀 은지는 할머니는 왜 점점 키가 줄어드느냐고 묻는다. 아버지는 점점 커 가는 너희들에게 키를 덜어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혜조차 덜어주기 때문에 할머니가 점점 더 작아진다고 말씀하신다. 은지는 더 이상 할머니가 작아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할머니는 마침내 갓난애기처럼 되고 만다. 아버지는 은지에게 너도 커서 다음 세대에게 모든 것 덜어줘야 한다면서 자연과 인생의 순환법칙을 넌지시 일러준다.
  한편의 수채화를 보듯 동화가 전개되면서 영화 속 인물들을 활동한다. 집 나갔던 조카딸 용순이 돌아오면서 가족들의 갈등은 점점 커져가지만 서로가 용서하고 화합하면서 축제를 무사히 끝내게 된다.
  이 영화는 한 소설가의 노모 장례식을 통해 그 동안 복잡 다양한 사연 때문에 사방으로 찢어졌던 자손들이 오랜만에 다시 하나가 되는 전통사회 대가족의 공동체적 유대관계를 보여준다. 보편적 인간에 대한 휴머니즘적 관심, 먼저 살다간 사람들의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실존적인 답을 마련해 본 것이다. 장례식을 통해 갈등을 화합으로 들려주는 오랜 전통에서 각박한 현대를 살아가는 속에서 지혜를 찾음으로써 삶에 대한 자기 성찰과 죽음에 관한 안목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청각 장애우를 위한 한글 자막용 비디오가 따로 제작되었다.

 

글/ 이동선 (서울 인강학교 교사)

 

 

 


전시회  <박수근 >

 

 사후에는 이름을 떨치고 있지만 당대에는 인정을 받지 못해 불행하고 가난한 삶을 살다간 예술가들이 있다. 고호가 그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지만 현재 호당 억대를 호가하는 국내 최고의 작가 고 박 수 근 씨도 생전에는 그 못지 않게 곤궁한 삶을 이어나가야 했다.
  그러나 그가 독창적으로 받아들여 나름의 화풍을 개척해나간 마티에르기법으로 화강암 같은 거칠고 두꺼운 재질감을 사용하여 다른 어느 작가도 쉽게 넘보니 못할 확고한 작품세계를 이루고 있다.
  이 마티에르 기법은 붓과 나이프로 종이나 나무로 만든 판 위에 유화 물감을 바른 후 말리고 또 바르고 하는 일을 반복해서 매우 두꺼운 층을 만들어 그 위에 짙고 굵은 선으로 그림을 그린 것이다.
  또한 그가 소재로 택한 당시 서민층 여성들이나 선한 아이들과 노인 등의 일상은 단순한 화면에 고정되면서 따뜻한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게 한다.
  1932년 18세기의 나이로 선전에 입선한 이래 22세때인 1936년 15회부터 19회까지 줄곧 선전에 입선했지만 형편상 개인전의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박 수 근은 주로 국전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가난한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였던 그는 학연으로 얽혀있던 당시 화단에서 끝내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작가 박 수 근이 시달려야 했던 육체의 고통에도 연민의 눈길이 간다. 예술에 대한 절망과 고독으로 술을 마셔 간이 나빠졌고, 그 결과 백내장까지 생겼으나 수술비용이 없어 오래 방치된 후 눈의 고통을 없애기 위해 왼쪽눈의 시신경을 끊어 한쪽 눈은 완전히 실명을 하게 된다, 그 때가 그가 세상을 떠나기 두 해 전인 1963년이었고, 그림에서는 최고의 완숙기를 이룰 때였다.
  이 같은 그의 전생애적인 작품들을 한 자리에 볼 수 있는 전시회가 9월 19일 까지 서울 호암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 사후 최초로 미술관 규모의 전시회인 이번 전시회에는 미공개작인 다수 포함된 1백20여접의 유화와 수채화, 스케치, 그의 일상을 담은 사진들도 함께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자녀들에게 손수 만들어 준 동화책도 눈길을 끈다.
  전시기간중 매일 11시, 2시,4시에 문화자원봉사자가 전시작품을 설명해주고, 매주 토요일 3시에는 영어 설명이 덧붙여진다. 그리고 토요일 오전 11시에는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을 중심으로 중고등학생을 위한 전시작품설명이 진행된다. 개관시간은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월요일 휴관, 목요일은 오후 9까지)       

    

글/ 한혜영 기자

 

 

 

책 <우리 사이 짱이야>

 

 준호는 기다리던 4학년이 되었다. 새로운 학년, 새로운 친구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교실로 향한다. 그러나 준호의 짝은 아람이라는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하는 뇌성마비 친구였다.
  "아람"이는 엄마가 학교에 데려다 주고, 화장실도 엄마와 함께 가야 한다. 아람이의 짝이 된 준호에게는 귀찮은 일뿐이다. 수업시간에는 자꾸만 연필을 떨어뜨려서 준호가 대신 주어야 하고, 점심 시간 급식도 대신 타다주어야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수학 시간에 문제도 알림장도 준호가 빨리 대신 써주어야 한다.
  준호는 자신의 4학년이 너무 불행하다고 생각을 하고, 집에 가서 짝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투정을 해보지만, 자신의 편은 아무도 없다.
  어느 날, 아람이는 어머니가 학교에 오시지 않아서 혼자서 집으로 간다. 준호는 조금 이상했지만, 돌아가는 아람이를 지켜보기만 한다.
  다음날 아람이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어머니가 아프셔서 혼자 학교에 올 수 가 없었던 것이다.
  어머니의 부탁으로 아람이와 같이 학교에 온 준호는 등교 길에 목발을 짚은 아람이를 넘어지게 하는 횡단보도의 높은 턱, 짧은 신호등, 길거리의 돌멩이, 높은 계단을 보게 된다.
  이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친구들은 아람이를 밀고 그냥 지나가고, 화장실도 너무 미끄러워 아람이 혼자서는 갈 수도 없다. 며칠을 아람이와 함께 지낸 준호는 아람이가 걸을 때나 손을 움직일 때 불편하기는 하지만,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람이는 자신의 꿈을 "준호의 친구"라고 적는다. 준호와 함께 뛰어다니기도 하고, 놀 수도 있는 친구, 복지과 물리 치료실에서 아람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친구와 함께 뛸 수 있는 첫발을 딛는다.
  앞으로 그가 걷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아람이는 친구가 생겼고, TV에 나온 형들처럼 준호의 자전거와 아람이의 휠체어가 유럽을 누비는 꿈이 생겼다.
  서울 장애인 종합 복지관에서 발간한 <우리 사이 짱이야>는 유명 만화가 황미나 씨가 그림을 그렸다. 서울 복지관에서 낸 첫 만화 집인 "우리 친구까지"에 이어 이 책은 초등학생인 뇌성마비 장애우와 비 장애우가 서로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비장애우 준호와 비 장애우 친구가 아람이라는 뇌성마비 장애우를  만났을 때 처음에는 낯설고, 도와줄 것이 너무나 많은 귀찮은 친구였다. 하지만, 그와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학교에도 다녀야 하교, 치료를 위해 복지관도 다녀야 하는 아람이를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장애를 더욱 더 불편하고, 힘들게 하는 사회 속에 있는 횡단보도 턱 계단 등 그리고 편견들까지도 보게 된다.
  초등학교 4학년 준호가 아람이에게 가졌던, 장애우에 대한 처음 그 느낌을 어른들은 가지고 있지 않은가? 어린 아이 때부터 장애우와 비 장애우가 함께 한다면, 처음 그 느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글/ 배재숙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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