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 처음 보는 바다, 갯벌 그리고 바다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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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일 , 서울 서초 종합사회복지관이 마련한 "갯벌여행"에 참여한 장애우 19명과 자원활동자 19명은 각각 파트너가 되어 바다를 향해 여행을 떠났다.
20대의 젊은 정신지체 장애우들이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질 수 있는 적응력과 자신감을 향상시키고자 마련된 이 여행의 목적지는 제부도,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한 시간 가량 버스로 달려가 도착한 제부도는 아침 10시에서 저녁 5시, 그리고 저녁 9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가지 하루 두 번, 바다가 가라지고 길이 솟는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 나타난다는 곳이다.
바닷길을 가로질러 버스에서 내릴 때에는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멀리, 아주 멀리까지 펼쳐져 있는 낯선 바다갯벌의 풍경은 자연스럽게 큰 숨을 쉬게 만들었다. 들 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겠는지 한 장애우는 모래사장을 한없이 뛰어 다니기도 했다.
곧 이어 시작된 본격적인 조개잡이 시합. 장애우와 그 파트너인 자원활동자는 각자 팔을 걷어 부치고 손에는 모종삽을 하나씩 쥔 채 짝을 이루어 흩어져 갯벌 속에 있는 조개를 잡으러 나갔다.
비닐 봉지에 가득히 잡을 것이라는 기대가 너무 컸을까. 온몸에 진흙을 묻혀가며 분주히 삽으로 갯벌을 파내려 갔지만 팔길이 만큼 뒤져야 손톱 만한 조개가 나오는 것을 보며 실망하는 기색도 보인다. 그래도 열심히 해서 무언가 얻어냈다는 만족감에 젖어 아직 차가운 바닷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조개잡이에 열중이었다.
한 장애우는 꼬물꼬물 거리는 낙지를 운 좋게 잠아 "이거 집에 가서 엄마 줄 거야, 엄마 줄 거야"하며 연신 즐거운 얼굴이다. 보물찾기와 조개 콘테스트까지 마치고 차가운 바닷바람에 떠밀려 버스에 오른 후에도 멀어지는 갯벌이 아쉬운 듯 노래반주에 하루를 실어보낸다.
이제는 갈 때가 되었다고 발길을 재촉하며 밀려오는 잔잔한 파도를 뒤로 하면서....
사진 글/ 김학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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