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 "손으로 세상을 본다니 신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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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것을 배우는 것 같아요. 자격증도 딸 수 있고, 봉사활동 점수에도 반영이 되고 말이에요. 그리고 선생님을 통해 시각장애우의 어려움을 알게 되었어요."
서울 정의여자고등학교의 특별활동시간. 다른 교실에서는 영어를 배운다든지 악기를 배우든지 하지만 한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저마다 머리를 책상에 떨구고 무언가를 열심히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바로 점자를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평상시에는 접해보지 못한 것을 배우는 것이라서 신기하기도 하고 손으로 만드는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재미있는 듯 저마다 열심인 모습들이다. 이곳 정의여고에서는 특별활동 과목 중의 하나로 약 50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에게 점자를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에게 교육용 장비를 지원하고 있는 성북구시각장애인센터 측은 점자가 단순히 시각장애우들을 위한 자원활동을 위해서가 아니라 졸업 후 자격증을 취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전망도 있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의여고 교장도 "앞으로는 점자교육 뿐만 아니라 수화나 장애우를 위한 다른 프로그램도 하고 싶다"며 장애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자원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성북시각장애인센터의 김유경 간사는 "학생들의 참여 인원수가 타 학교 보다 월등히 많고 학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어서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곳에서 점자교육을 담당하는 시각장애우 장창환 교사는 수업도중 다음과 같은 이야기 한 토막을 학생들에게 들려준다.
시각장애를 가진 친구와 비장애우 친구가 있었다. 하루는 시각장애를 가진 친구가 물었다.
"친구야, 친구야. 지금 타고 있는 자동차 바퀴가 세모야, 아니면 네모야?"
친구가 답했습니다.
"아니, 그걸 말이라고 물어? 당연히 동그랗지."
"으응, 그렇구나. 하도 털털털 소리를 내면서 달리 길래 바퀴가 네모난 줄 알았지."
학생들은 까르르 웃었지만 선생님은 말한다.
"여러분 생각해 보세요. 시각 장애우들은 귀로 보고, 손으로 보고, 느낌으로 봅니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말 알지요. 그래요, 비장애우들은 한 번 보면 될 것을 시각장애우들은 백번을 만져봐야 알 수 있답니다."
학생들은 다시 한번 깨달음의 눈으로 위에 또 하나의 점을 찍는다.
사진, 글/ 김학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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