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말하고 싶다 노래하고 싶다
본문
겸직문인이 되지 못하고
전업문인이 된 숙명적 이야기
얼마 전 작가회의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월 평균 원고료 수입을 조사해 본 결과
한마디로 열악하다 못해 참혹하단다
다행히 신체가 성한 비장애 문인이 대다수이기에
글쓰기 이외에 생계수단을 따로 갖고 있으며
그 중 일용직에도 종사한단다
그러나 날 좀 보시라
거슬러 올라가 문민정부 그리고 국민의 정부
숨 죽이며 가슴앓이하고 있는 일천명의
장애인문인협회 회원들은 어떠한가를
이들은 모두 노력하여 등단한 문인들이지만
참혹하다 못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노라고
호흡을 가다듬는 장애인문인협회 방귀희 회장
사람들아 사람들아
이 땅에 사백만 장애우들이 힘들게 살아간다고
하는데 무슨 소리냐고 말하지 마라
장애문인들의 작품 질이 떨어진다고 비웃지 마라
이들이 할 일이 없어 문학을 한다고 말하지 마라
나도 말하고 싶다 답도 듣고 싶다
그렇다고 나는 이들의 대변인도 아니다
나 역시 장애등급 2급 2호 문인이기에
다시 말하고 싶다 문학의 정의를 내리려면 나는
문학은 자기와 타인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흙 묻은 얼굴은 흙 묻은 얼굴로 검정 묻은 얼굴은......
그대로 비춰주는 거짓없는 모습 그 모습이 문학이라고
또 다시 나는 말하고 싶다 아니 노래하고 싶다
아 아 대한민국 아 아 대한민국
아 아 이 땅의 문화복지여 이 나라의 문화복지여
글/ 이선관 시인
1942 마산출생, 1961 경남대 3년 중퇴, 1987 ‘마산시 문학상’ 수상, 1993 ‘불교문화상’ 수상, 한국장애인문인협회 자문위원, 시집 「기형의 노래」「인간선언」「독수대」「보통시인」「나는 시인인가?」「살과 살이 닿는다는 것은」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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