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 “통일된 조국이 바로 내 국적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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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1일 낮 2시, 젊음의 거리 대학로에서는 조선족 제일동포의 국내 입국 허용을 촉구하는 캠페인이 벌어졌다.
이 캠페인은 한겨레 청년네트워크(Korean-International Network)가 주최했는데 재외국 동포들도 상당수 참여했다. 그 중 한국 국적의 재일동포 림혜영(25) 씨는 지난 해 몇몇 친구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기로 약속했는데 한 친구로부터 자신은 조선족이라서 이유로 갈 수 없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한국 정부에서 조선족 재일동포들의 방한을 허용하지 않고 방한하고 싶으면 국적을 바꾸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요구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어 캠페인에 동참하게 됐다고 한다.
현재 일본에는 세 부류의 우리 동포가 있다. 일본 국적으로 귀화한 동포, 한국 국적을 보유한 동포, 그리고 무국적 상태의 조선족 동포. 북한과 일본은 수료를 맺지 않아 공식적으로 국적이 북한인 사람은 없다. 그래서 무국적 상태인 조선족 재일동포들이 북한 사람 혹은 조총련과 가까운 사람들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런 오해로 일본 내에서 취업을 하는데 불이익을 당하거나 한국 방문을 할 수 없는 조선족 재일동포들이 약 15만 정도라고 하는데, 이들은 어떤 이유에서 이런 불편함을 겪으면서도 국적을 바꾸지 않는 걸까?
본래 조선족이었다가 최근에 한국 국적을 취득한 김 아무개 씨는 “저희 가족을 포함한 대부분의 조선족들은 식민지 시대 때 일본에 넘어 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저는 한국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국적을 바꿨지만 다른 가족들은 아직 국적을 바꾸지 않았어요. 이미 오랜 동안 그 곳에서 생활해 왔기 때문에 그 곳을 터전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친척 중에 북한에 있는 사람도 있는데 국적을 바꾸면 만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날 시민들에게 나눠진 유인물에는 “남한이나 북한의 정부가 아닌 본래 하나였던 조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조국이 통일되는 날 국적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조선족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이것은 조국의 분단된 현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기도 했다.
약 3시간 동안 벌인 캠페인을 통해 약 6백여 명의 시민이 조선적의 국내 입국금지를 철폐하라는 서명에 동참했다. 이제 우리 정부도 식민지 시대와 분단이라는 아픈 역사가 낳은 조선적 재일 동표들의 아픔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글/ 노윤미 사진/김학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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