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꼴불견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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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게도 절대 되풀이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그에 대한 경각심이 사그라들고 잊혀질 만해지면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것 같아요. 작년 이맘때도 시설에서 벌어진 장애인 학대에 대한 찝찝한 뉴스로 소란스러웠던 것 같은데, 여전히 그런 문제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 주는 기사를 또 접하게 되네요.
신문에 실린 제목은 [이물질 먹는 걸 방지한다는 이유로 7년이나].
도토리현에 있는 장애인지원시설 [시카노가치미원]에서 40~60대의 여성 지적장애인 세 사람에게 3년에서 20년에 걸쳐, 하루에 6시간 반에서 길게는 14시간이나 방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문을 잠갔다는 거예요.
5월 10일 도토리시 복지보건사무소에 신고돼 도토리시에서는 장애인학대라고 판단하고 [장애인학대방지법]에 의거해 해당기관과 공동으로 조사하고 있다는데, 이 장애인시설은 1966년 개설돼 현재 지적장애인 약 70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근처에 다른 시설도 운영하고 있는 곳이라고 해요. 조사발표에 의하면 60대 여성은 다른 이용자의 소지품을 먹는 행동을 해서 그것을 막기 위해 20년에 걸쳐 훈련과 식사를 제외한 하루 10시간동안 방안에만 갇혀있어야 했대요. 또, 40대 여성 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폭력을 휘두른다는 이유로 약 7년간, 하루 14시간을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그 후 폭력행위는 가라앉았지만 방에 가두는 행위는 계속됐고, 다른 40대 여성도 같은 이유로 약 3년간, 하루 6시간 반을 방에 갇혀 있었다고 하네요. 시설에서는 세 사람의 가족으로부터 입소할 당시와 그 후 3년에 한 번씩, 자물쇠를 잠그는 것에 대해 동의를 얻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설책임자는 [이용자와 보호자에게 큰 불안감을 줬고 폐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죄했고, 재발방지를 위해 직원연수를 실시하겠다고 했지만, 일본지적장애인복지협회장은 [가족의 동의를얻었다고 해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장애인 지원에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시설 내에서 문제를 껴안지 말고 관련기관과 연대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지금은 장애인정책이 시설입소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는 하지만 4, 50년간 계속돼 온 시설입소의 잔재와 앞으로 심화될 장애인의 고령화, 장애 가족의 고령화에 의해 우려되는 활동보조지원에 대한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이 현실이지요. 물론 일손이 딸리고 물리적/ 시간적 대응의 어려움이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결국은 사회와 비장애인의 장애인을 보는 시선이 문제이지 싶습니다. 의식의 한편에 깔려 있는 부족한 사람, 모자란 사람, 겉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 등 말이에요.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을 위한 경사로의 설치나, 흰 지팡이를 들고 있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도 블록 등의 편의시설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장애종류도 정도도 정말 다양한 지적장애인들이 거리에 나올 수 있도록 하는 편의시설은 마음의 벽을 낮추는 것일 텐데 그 벽이 아직은 너무 높기만 한 것 같네요. 저희 집 근처에는 지적장애인들을 위한 지원시설이 몇 곳 있어요. 그래서 길을 가다 보면 활동보조인과 동행하고 있는 지적장애인이나 혼자서 걷고 있는 지적장애인들을 꽤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약간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불안정한 발걸음으로 지나갈 때도 있으니까 저도 괜찮을까 싶어 지켜보기도 해요. 하지만 지적장애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춤형 지원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한다면 의아함, 불안감도 줄고 훨씬 더 그 거리가 좁혀질 수 있지 않겠어요?
장마철 궂은 날씨에 축축 처지는 날이 많지만, 그 비 속에서 꽃을 활짝 피우는 자양화가 있잖아요. 이웃집 작은 화단에 피어있는 자양화를 보면서 마음이 환해질 때가 많은데, 제가 사는 이 지역의 마을 꽃이 자양화래요. 며칠 전 구에서 주최하는 마을잔치, [자양화축제]가 열렸어요. 지역에서 자치적으로 활동하는 단체들이 모여 준비하고 진행하는 이 행사에 이웃에 사시는 니시다 미에 씨가 수화 봉사를 하신다고 해서 저도 처음으로 보러 갔는데요. 다들 아마추어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아기자기 하게 펼치고 있더라고요. 600명 정도, 그 중에는 휠체어도 꽤 많이 보였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구민회관은 아마추어들의 서툰 무대라도 따뜻한 박수와 잔잔한 웃음이 흘러나오는 흐뭇한 분위기에
연신 싸여 있었어요. 체조를 함께하는 발표가 있었는데 한 번은 일본어, 또 한 번은 한국어 노래에 맞춰 하더라고요. 재일동포가 많이 사는 지역이라는 것을 반영하는 그 시도가 반가웠고, 그 옆에서 가사를 수화로 통역해 주는 니시다 미에 씨를 보면서 정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배려하는 무대라는 생각이 들어서 보기 좋았어요.
아직은 짝이 안 맞춰지는 작은 조각들이겠지만, 다양한 것들을 접하고 어울리게 하는 그런 시도들이 우리들의 일상 생활 속에서 조금씩 자리를 늘려가는 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법으로 방지하는 것만이 아니라, 진짜 부끄럽고 안타까운 꼴불견들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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