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이제 침공해야 할 때입니다(Where to invade next?;다음 침공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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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911테러가 일어나기 전까지 진주만 사건 외에는 내부가 침공 당한 적이 한 번도 없는 나라입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개입한 모든 전쟁은 패배로 끝났고, 특히 베트남 전쟁 이후 최근의 이라크 침공에 이르기까지 모두 실패의 역사입니다.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는 여기서 새롭게 시작합니다. 6년만의 신작 ‘다음 침공은 어디(Where to invade next? 2015년)’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그의 다큐는 항상 리얼을 가장한 페이크 다큐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마이클 무어의 입맛에 따라 교묘하게 편집된 가상의 다큐입니다.
패배의식에 젖어 있는(물론 가설입니다) 국방부로부터 외국의 비밀병기를 가져오라는 특명을 받고, 마이클 무어 감독은 9개 나라로 떠납니다. 이번에는 무기로 사람을 살상하는 무력 전쟁이 아닌, 각 나라의 좋은 제도를 도입해 오라는 문화 전쟁입니다.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탈리아의 근로 환경, 수준 높은 학교 급식을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프랑스, 숙제 대신에 행복을 가르치는 핀란드, 대학생들에게 빚을 지우지 않기 위해 무상 대학 제도를 시행하는 슬로베니아, 과거에 대해 정직하게 가르치는 교육으로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독일이 나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마약을 처벌하지 않고 다양한 정책을 통해 관련 범죄를 낮춘 포르투갈, 응징이 아닌 용서의 태도로 재소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노르웨이, 여성의 권리를 헌법으로 보장한 튀니지, 세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배출하고 양성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아이슬란드도 볼 수 있습니다. 마이클 무어는 9개국에서 학생, 기업 CEO, 경찰, 교사, 대학 총장, 교도소장, 교육부 장관,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에 이르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그의 다큐는 항상 복합적인 문제나 결과로 나타난 사실을 자기만의 앵글로 비춥니다. 매우 극단적이고 자극적입니다. 마치 보이는 것이 사실인 것처럼 믿게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마이클 무어의 다큐에서 꼭 봐야 할 것은 해결의 방식이 아닌 문제의식입니다.이번 다큐의 핵심 키워드는 ‘침공’입니다.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채, 미국 예외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외교 전략에 대한 비판인 것이지요. 달리 말하자면, 이제는 침공하지 말고 내부의 모순된 제도를 잘 읽어서 다른 나라가 왜 잘하고 있는지를 지켜보라는 역설인 셈입니다.
가령 불황으로 시달리는 이탈리아에서 13달의 월급을 주는 기현상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맛있는 파스타와 피자를 먹고 최고의 토스카나 와인을 마시고 노래하고 사랑하며 열심히 기도하는 삶이 전형적인 이탈리아인의 생활방식입니다.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를 시행하지도 않고 시행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탈리아 정치가 엉망이 아니냐’라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
‘청년실업률이 40%에 육박하지 않나’라고 걱정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겨울에 따뜻한 휴가를 보내라는 메시지와 함께 휴가를 보내려면 돈이 들기 때문에, 13월의 월급을 주는 것 또한 그 나라에 맞는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탈리아 북부지역인 에밀리아 로마냐 지역은 실질적인 실업률이 0%에 가깝습니다.
핀란드의 교육제도 또한 개혁을 시작했습니다. 방과 후 숙제를 없애고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하는 시험 또한 없습니다. 잘 쉬고 잘 먹고 맘껏 뛰어 놀 수 있어야 필요할 때 공부하고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번 다큐에서 마이클 무어의 문제의식과 더불어 미국 우월주의가 비춰지는 것은 불편한 진실입니다. 그는 각 나라의 좋은 제도가 이미 미국에서 과거 수용했던 것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변해버린 미국에 대한 비판이지, 미국의 잠재력을 지워버리는 방식이 아닙니다.
여전히 그는 데모리퍼블리칸(민주당원이면서도 공화당의 요소가 있는)입니다.
이제 이번 다큐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라는 우문으로 돌아봅니다. 저의 우답은 이렇습니다. 모든 것을 리세팅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사회를 바라보는 철학적 사고와 역사적 관찰, 문학적 상상력이 기본이 돼야 합니다. 이미 돌아가기가 불가능하다고요? 그렇다면 여전히 미래는 불투명합니다. 지금까지 한 방식으로 미래를 꿈꿀 수는 없습니다. 대안을 제시하라고요?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아닙니다. 민중의 현명한 지혜를 믿는 수밖에 없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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