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을 알면 세상이 즐겁다] 낚시
본문
[이것을 알면 세상이 즐겁다]
낚시
함께걸음은 지난호부터 마음이 자유로운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취미레저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자신만이 알고 있거나 특별히 새롭게 알고 싶은 여가활동이 있는 분은 연락주기 바란다. 이번 호에는 낚시를 취미로 하고 있는 독자가 보내온 글을 소개한다.(문의 521-5364)
낚시를 처음 시작한 것은 83년 한 광고대행사에 재직하던 시절, 옆자리에 근무하던 카피라이터의 권유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 후 낚시에 미쳐 많은 날들을 물가에서 보냈다. 자연을 벗삼으며.
그러다 83년 12월 모터싸이클 사고로 인해 흉추 12번의 골절로 나는 척수장애우가 되었다. 33살 때의 일이었다. 사고 후 몇 년 동안 낚시는 꿈도 못 꿔보던 내가 다시 낚시대를 잡은 것은 스스로 장애우가 되었음을 인정하기 시작하고 재활에 박차를 가하던 91년도부터였다. 장애우운전면허를 다시 따고 승용차를 구입하여 낚시터를 직접 답사하기 시작했다. 사고 전의 낚시경험을 상기하며 지금의 나의 장애상태를 감안해서 신중히 낚시터를 선정하고 낚시방법을 연구했다. 물론 혼자서 낚시하는 것을 목표로 말이다. 예전과 달리 불편해진 신체조건으로도 낚시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낚시터에 도착하면 맨 처음 자리선정을 해야 한다. 조급한 마음에 아무데나 앉을 수는 없는 것이다. 자신의 장애정도를 감안하며 너무 험하거나 가파른 곳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꼭 앉고 싶은 곳이 있다면 같이 동행한 일행들에게 앉을 자리를 편하고 안전하게 손질해 줄 것을 부탁하자.
걸을 수 있으면 걷고 나처럼 바퀴의자를 타고 있다면 안전하게 안겨서 (내 경험으로는 업히는 것보다 안전한 것 같다) 자리에 앉도록 한다. 낚시가방은 되도록 앉은 자리 가까이에 놓고 낚시대로 될 수 있는 대로 스스로 펴도록 하자. 낚시대는 두 대 이상 펴지 않는 게 좋다. 특히 초보자는 어신(고기 입질)이 왔을 때 낚시줄이 서로 엉키면 여간 곤욕을 치루는 게 아니기 때문에 두 대만 펴는 것이 좋다. 낚시대를 폈으면 수심을 정확히 잰다. 이때 정확한 찌맞춤은 기본이다.
여름철 낚시에는 주로 떡밥, 어분, 깻묵 등 가루미끼를 쓰는데 이것은 붕어낚시가 흩어져 있는 고기를 모아가면서 하는 집어(集魚)낚시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미끼크기를 도토리 크기만 하게 뭉쳐 바늘에 달고 계속 같은 위치에 정확하게 던져 넣는 것이 집어효과를 올리는 요령이다. 이때 떡밥의 묽기는 어린아이 귓볼처럼 말랑말랑해야 하며 너무 주무르면 찰져서 물에 잘 풀어지지 않으므로 적당히 반죽해야 한다. 이때 너무 묽으면 던질 때 미끼가 사방으로 흩어져 버린다.
처음에는 5분 간격으로 계속해서 헛챔질을 하며 새 미끼로 갈아 끼우고 계속 반복해서 같은 자리에 던져 넣도록 하자. 이렇게 하면 집어의 효과가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입질이 없다고 해도 끈기있게 기다리는 인내심이다. 기껏 오랜 시간 애써서 밑밥을 주고 고기가 모여들 때쯤 자리를 옮기는 우를 범하지 말자. 입질이 오기 시작하면 미끼의 크기를 붕어의 입 크기에 맞춘다. 이것은 정확한 챔질을 하는 데 꼭 필요하다.
낚시의 3대 즐거움은 첫째 낚시를 떠나기 전 도구를 준비하는 일,(찌맞춤, 마늘묶기, 낚시대 줄매기, 찌제작 등) 둘째 낚시할 때 수면 위로 스물스물 올라오다가 쭈-욱 솟아오르는 찌놀음을 보는 짜릿함, 셋째 낚시대를 챘을 때 낚시 바늘에 걸려 나오며 필사의 바늘털이에 전율을 느끼는 것이라고들 하지만 나는 여기에 몇 가지의 또 다른 즐거움의 요소를 더하고 싶다. 낚시를 떠나기 전 낚시도구를 손보는 것은 또 다른 낚시의 즐거움이다. 그 하나는 낚시터의 청결문제, 자기가 버린 쓰레기는 아무리 몸이 불편한 장애우라도 손을 쓸 수 있는 한 스스로 치우고 돌아오자. 낚시를 끝내고 돌아설 때 낚시터가 깨끗하면 이 또한 낚시인의 즐거움 아니겠는가. 또 다른 하나의 즐거움은 잡은 고기를 놓아주고 오는 것이다. 특히 잔챙이들을 방생해줘야 나중에 어원이 고갈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잡은 고기를 먹지도 않고 죽게 만든 후 그냥 버린다면 이것은 낚시인의 도가 아닌 것이다. 낚시에는 나름대로의 도가 있다. 조과에 연연해야 하는 어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글/ 윤광석 (콘티누티 일러스트레이터)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