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사랑방7-영화마을에서] 음악으로 대화하는 영화 <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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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사랑방] 영화마을에서
음악으로 대화하는 영화 "샤인"
팬티에 바바리를 걸치고 구에는 이어폰을 꽂은 채 스프링클러 위에서 도약하는 헬프갓. 영화 "샤인"은 음악 외에는 세상과의 소통방법을 전혀 터득하지 못했던, 현존하는 천재 피아니스트 헬프갓이 최고의 피아니스트에서 10여년이 넘는 좌절의 시기를 겪은 후 사랑으로 재기에 성공하기까지의 줄거리를 담고 있다.
한 인간의 감동적인 라이프스토리와 음악영화 전편에 걸쳐 주옥같은 클래식 명곡들을 삽입하고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피아노 연주곡이라는 "라흐마니노프 3번" 연주장면을 영화의 정점에 올려놓아 멋진 음악영화로써도 손색없이 만들었다.
그 연주장면은 지켜보는 영화관객 모두를 긴장시키며 진행된다. 이로써 관객은 연주 후 쓰러지는 헬프갓 만큼이나 탈진에 가까운 감정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이와 또다른 형태로 뇌리에 아로새겨진 장면은 재기에 성공한 헬프갓이 그칠줄 모르는 기립박수를 받으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그 장면은 단지 재기의 성공이란 의미 외에 10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헬프 갓이 겪은 불우한 생을 보상받는 순간으로 관객에게 또 한번의 강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영화는 아버지의 일그러진 사랑이 그려지는 전반부에 비해 헬프갓의 암흑같은 시절이었던 좌절의 시기에 대한 묘사를 대부분 생략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따라서 보는 이는 그저 "힘들었겠구나"라고 짐작만 가능할 뿐이었다. 후반부 헬프갓의 성공을 이끌어낸 범상치 않은 여인 길리언과의 사랑 또한 너무 짧고 단순하게 그려져 있어 그의 재기성공이 영화에서 가져오는 의미가 단지 여인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축소되어진 느낌이 든다.
그러나 영화가 전반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데는 헬프갓이란 인물에게서 음악과 가족이란 의미가 너무나 지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천재로 태어난 것이 결코 아니었다. 본래 가지고 있는 천재성 외에 아버지에 의해, 또한 본인의 각고의 노력에 의해 음악 천재로 키워진 것이다. 그렇게 자신에게 가장 커다란 존재였던 아버지로 대변되는 가족이란 의미는 헬프갓에게 음악과 더불어 유일한 언어였고 세상에 맞서는 모든 것이었다.
따라서 헬프갓은 음악이란 자신의 무기를 가지고도 가족을 버렸다는 죄책감으로 일종의 정신분열을 겪게 된다. 앞 뒤를 분간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뒤섞인 단어를 더듬거리며 나열하는 헬프갓의 모습은 처음엔 무척 우스꽝스럽기도 했지만 차차 그의 슬픔이 느껴지는데 한 몫을 하기도 했다.
다행히 그는 천재적인 피아니스트였기에 자신만의 무기를 가지고 주변의 사람들을 기쁘게 하면서 재기에 성공한다.
그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순수한 인간미와 더불어 그만이 할수 있는 감동적이 일이었다. 그는 보통의 인간들이 갖춘 어느 정도의 뻔뻔함과 세상과의 타협을 통한 중도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을 놓아버리는 정신분열을 겪음으로써 가족에게 속죄하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작품의 완성도 및 흥미로운 점 등과는 별개로 너무나 빨리 타협해 버리는 우리 인간들의 삶에 조용히 문제제기를 하는 작품이었다.
글/ 박윤경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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