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아폴로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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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아폴로 13
미국 제일주의의 부활
삼풍백화점이 붕괴하고 난 후 생존자 구출작업을 목격한 우리 관객에게는 아폴로 13호 우주인의 생환을 돕는 미국 과학자들의 모습은 정말 대단한 존재로 보여 질 것이다. 그리고 구출작전의 치밀함과 인도주의적 배려는 더욱 감동적일 것이다. 이렇게 "아폴로 13"은 세 명의 우주인을 지구로 무사히 귀환하게 하는 인도주의 나라 미국을 묘사한 영화이다.
론하워드가 연출한 "아폴로 13"은 그동안 의기소침해 있던 미국제일주의의 재등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제일주의를 표방하는 영화는 지금까지 수없이 만들어져 왔고 또 만들어질 것이다. 이런 영화들은 사실 엄밀히 말하면 과거 우리나라의 국책영화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데, 우리의 국책영화의 주제나 소재가 지나치게 유치하고 비장한 것이어서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지 못한 반면, 많은 미국영화들이 "미국제일주의"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인이 아닌 수많은 외국인들에게 아무 저항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왜일까?
이것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전 세계가 미국의 문화상품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어 있어 점차 미국화(Americanization)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 더 구체적으로 또 신중하게 고찰해 보면 이런 영화들이 "미국제일주의"를 보편적 진리로 둔갑시키기 위하여 몇 가지 이념적 당의를 입혔음을 발견하게 된다.
"미국제일주의"를 싸고 있는 이 설탕옷인 이 이념들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성들이 추구하는 것들인데, 그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개척정신"이다. 이것은 자본주의의 발달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도 현대사에서 경험한 것처럼, 해방 후 일어났던 농촌계몽과 간척사업 그리고 개간사업 심지어 새마을사업 등도 이 개척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개척정신은 "자연의 정복"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 되었지만,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환경문제를 생각하면, 과연 미래에서도 정당화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물론 미국의 소위 개척시대 당시의 서부개척이란 자연과의 투쟁이라기보다는 아메리칸 원주민의 "땅뺏기 투쟁"으로 점철된 것이 사실이지만, 자본주의 경제체제하에서 살아가는 모든 인간에게는 이 미국적 개척정신은 자본주의 발달의 원동력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런 영화들이 표방하는 이념은 인도주의이다. 인도주의란 인간존재의 존엄성과 생명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이념이다. 영화속에서 이 인도주의의 수호자로 묘사되는 미국의 참모습은 어떠한가? 이제 우리의 정보통신의 발달 덕분에 미국사회의 많은 문제점을 알고 있다. 예를 들면 인종차별, 마약, 살인, 그리고 강도 등이 그것들인데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지구상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나 무력충돌이 발생할 때 사용되는 무기의 대부분이 바로 미국의 수출품이라는 것이고 무기수출((항공기 포함)은 미국의 대외수출 순위 1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제일주의를 표방하는 많은 영화에서 이 인도주의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면 한 외국인 기자의 탈출을 돕는 미국기자(킬링 필드), 인도 빈민굴의 환자들을 돕는 의사(씨티 오브 조이)같은 영화들이다. 물론 이외에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화들이 있다. 미국영화 속의 인도주의는 그 영화가 폭력을 다루던, 전쟁을 다루던, 아니면 범죄를 다루던, 어느 영화에서도 발견된다. 물론 모든 영화가 인도주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단지 이 인도주의가 "미국제일주의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아폴로 13"은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때 매우 분석하기 쉬운 단순한 영화이다. 구소련의 스포트닉스 인공위성의 성공적 달 궤도 진입으로 미국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그 후 각고의 노력 끝에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하여 인간의 족적을 달에 남겼다. 그 후 다시 달에 착륙하여 새로운 시도를 하기위한 우주선이 아폴로 13이다. 그러나 짐(톰 행크스)을 대장으로 한 세 명의 우주인은 달에 착륙하기 전에 산소탱크 속의 코일에서 스파크가 발생하여 산소통이 폭발하고 우주의 미아가 된다. 이들을 구출하려는 휴스턴의 과학자들과 지구로 돌아가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우주인들의 생환을 그린 것이 바로 이 영화이다.
물론 삼풍백화점이 붕괴하고 난 후 생존자 구출작업을 목격한 우리 관객에게는 아폴로 13호 우주인의 생환을 돕는 미국 과학자들의 모습은 정말 대단한 존재로 보여 질 것이다. 그리고 구출작전의 치밀함과 인도주의적 배려는 더욱 감동적일 것이다. 이렇게 "아폴로 13"은 세 명의 우주인을 지구로 무사히 귀환하게 하는 인도주의 나라 미국을 묘사한 영화이다. 그리고 임무를 달성하지 못하고 실패한 세 명의 우주인을 영웅으로 만드는 것이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짐 러셀(톰 행크스)은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을 보고나서 그의 아이와 나란히 누워 중얼거린다. "콜롬버스, 린드버그, 그리고 암스트롱 이제 우리는 인간이 달 위를 걷는 시대에 살고 있어" 북아메리카의 발견과 대서양 횡단, 그리고 달에 착륙, 이 세 가지 역사적 사건이 미국의 개척정신인 것이다. 미국은 아폴로 13호를 "성공적인 실패"라고 명명했다. 이것은 개척정신의 위축을 염려하는 그들의 심정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며 우리 우주산업에 대한 예산감축의 두려움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과 같이 작은 그리고 단일민족으로 이루어진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로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나라이다. 우리가 잘 아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라는 우화가 한국인이 미국을 이해하는 것에 가장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른다. 우리는 배달민족임을 자랑하면서 지역할거의 정치적 망국을 일삼고 있다. 이민의 나라 미국은 그럼 어떤 나라일까? 미국은 아직도 다수인 앵글로 색슨이 지배하고 있는 나라이다. 그리고 그들의 이념이 통치이념인 거대한 주식회사와 같은 나라이다. 그러므로 미국인들은 미국제일주의라는 신앙이 없이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주식회사를 경영해 나갈 수 없고 그래서 미국제일주의를 표방하는 영화는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고 그 신앙의 숭배자들은 그것을 보고 안도하는 것이다.
글/ 이영호 / 시각장애우이며 연극영화인이다.
현재 EBS라디오 "사랑의 가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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