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복지국가에 대한 현재적 의미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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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에 대한 현재적 의미와 전망
"동향과 전망" 가을호 논문 <복지국가적 대안의 고찰> 중에서
조문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
"복지국가"는 과연 우리가 꿈꾸어 왔던 모든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인가, 아니면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인가. 그리고 우리 사회는 복지국가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는가, 복지국가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그 미래는 과연 무엇인지 새롭게 해석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복지국가와 이를 받아들이기 위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점검해 본다.
이 글은 "동향과 전망"의 94년 가을호에 실린 윤도현씨(한양대 사회학과 강사)의 논문 "복지국가적 대안의 고찰"에서 가려 뽑은 것임을 밝혀둔다.
<"역사적 경향"으로서의 복지국가>
일반적으로 국가는 자본의 재생산을 위한 일반적 생산조건들을 보장하고, 특수한 기구들을 통해 자본주의 계급질서를 유지하는 한편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질을 향상시키는 복지국가의 기능을 맡아왔다.
이러한 기능은 사회적 생산력의 증대를 토대로 이루어진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주요계급들간의 정치적 경제적 대립과 갈등, 타협 등을 통하여 이룩되었다. 따라서 복지국가의 발전은 자본주의 역사에서 반드시 나타나는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일종의 현실, 역사적 경향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복지국가적 개입은 대다수 사회성원들에게 최소한의 생활보장을 가능하게 하여 개인의 생활조건이 전보다 상대적으로 안정되었고,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하는 집단, 노약자, 실업자 등이 어느정도 독자적인 소득원을 가질 수 있게 되어 자본주의의 모습을 어느정도 바꾸어 놓게 되었다.
그러나 복지국가적 개입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복지국가의 개입으로 인하여 개인이 생산에서의 위치와 분배에서의 위치가 근본적으로 변한 것이 아니고, 현재의 복지국가적 이전체계는 소득의 재분배에 개입하지만 자본주의 생산관계에서 비롯하는 사회적 불평 등을 근본적으로 교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즉 현재의 복지국가적 조건에서는 개인과 자유로운 발전은 여전히 생산에서의 그의 위치에 따라 기본적으로 규정되며, 또 사회전체적으로 볼 때에도 노동과 여가의 평등한 배분은 현재의 자본주의적 경제구조하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흔히 바람직한 모델의 하나로 보는 스웨덴은 복지제도의 포괄성, 수혜자의 보편성, 복지혜택의 적절성과 재분배 효과면에서 긍정적 시사점을 주지만 임금과 이윤간의 불평등한 관계를 괄목할 만하게 변화시키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기본적으로 임금 종속적 인구내의 취업자간에 그리고 취업자와 비취업자간에 재분배가 일어났을 뿐이고, 그 본질에 있어 자본주의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하나의 단계로서 복지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과거의 매우 불안정한 생활조건 그리고 장시간의 노동과 적은 여가시간 등으로 특징 지워졌던 노동자의 삶에 비하여 현재 상대적으로 안정된 생활조건, 노동시간의 감소, 대중소비와 여가생활의 증가 등을 비교하여 보면 우리는 복지국가가 가져온 긍정적 측면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복지국가의 위기와 "끌어당기기 효과">
이러한 복지국가의 발전은 1975년 이후부터는 증가율이 떨어지거나 축소하게 되는데, 이른바 신보수의주자들에 의한 "복지국가의 위기" 현상이 나타난다.
신보수주의자들은 복지국가 시스템 자체를 비판의 표적으로 삼았는데 그들의 생각에 복지국가는 사회의 발전을 위해 옹호되고 개선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경제위기의 주범이었다. 딸서 그들은 현재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특히 강력한 노동조합과 사회민주주의적 복지국가의 존재를 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복지국가에 반대하는 운동들, 조제저항 그리고 복지국가의 감축은 사회적 지출의 부담이 너무 무거울 때 일어난다고 믿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지난 십 년에 걸친 반복지국가적 감정은 일반적으로 지출부담이 가장 컸던 곳에서 가장 약했으며 오히려 그 부담이 가장 작은 곳에서 가장 강했다.
바로 복지국가에 대한 반발 위험은 지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복지국가의 계급적 성격에 달려있다. 따라서 신보수주의자들은 국가적 개입을 없애고 순수한 시장관계를 도입하기 위해 노동관계의 유연화, 공공재정의 탈규제와 그리고 국가통제 부문의 민영화 등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극적으로 유효수요를 감소시키고, 간쓰만의 "끌어당기기 효과"라고 부르는 아주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일정한 소수집단에 대한 차별은 다른 더 많은 사회적 집단들의 생활수준의 하락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만약 실업자와 공공부조대상자 집단이 더 열악한 조건의 일자리와 더 낮은 임금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면 기존의 다른 취업자들 역시 더욱 더 나쁜 노동조건과 낮은 임금을 감수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즉 어떤 가난하지 않은 사람이 가난한 사람의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감수할 경우에는 그로 인해 자신도 고통을 받아야만 한다.
복지국가의 위기 논의와 관련, 복지국가가 막다른 위기에 봉착했다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복지국가의 신보수주의적 대응이 가지는 사회발전에 있어서 부정적인 함의를 과소평가해서는 결코 안된다. 신부수주의 정책의 계급적 의미와 그에 맞서 복지국가를 적극적으로 유지, 발전시키는 전략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하겠다.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는 복지국가>
그러나 복지국가의 전망이 세계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변화 속에서 보자면 무조건적으로 낙관적인 전망만을 가질 수는 없다.
유럽공동체의 결성과 북미자유무역지대의 창설 등으로 나타나는 세계경제의 블록화 추세와 지구화는 자본세력에게 이전보다 훨씬 유리한 활동공간을 제공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복지국가적 규제가 심한 나라의 자본은 복지부담을 상대적으로 적게 지우는 다른 나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또 한편으로 단일 경제권 내에서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복지제도가 약한 나라로부터 저임금노동력이 이동하여 기존의 복지선진국의 복지재정을 위태롭게 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그 나라 노동자의 생활수준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또 날로 밀려드는 제 3세계의 난민, 빈민들에 대한 강경봉쇄의 문제들에 대하여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사회 내로 편입시킬 것인가,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때이고, 역시 끌어당기기 효과는 일국적 차원에서뿐만이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서도 유효하다.
이러한 제반 상황들은 기존의 복지국가 모델에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고 이를 둘러싼 사회계급들간의 갈등 또한 첨예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노동조합과 좌파정당의 대안적 경제, 사회정책의 수립 그리고 이를 국제적 수준에서도 관철시킬 수 있는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것은 자본주의 중심국에서의 계급세력관계의 변화가 다른 비중심국가들의 계급관계의 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의 복지국가에 대한 논의는 과연 어떤가? 상당수의 주장들이 복지국가가 사회변혁에서 가지는 계기적 의미는 간과되고 그 자체가 최종적 대안으로 간주되고 있어 복지국가 자체를 질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사민주의 모델이 형성될 수 있으려면 노동자들의 조직적 역량의 성장, 타계급과의 연대, 사민주의 정당의 정치력 등의 조건이 갖추어져야 하는데 우리에게는 이러한 조건들이 매우 열악하다.
그럼에도 질적으로 다른 사회로의 이행에 있어 선진자본주의의 복지국가 모델이 가지는 조건들을 살피고 자본주의적 한계를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이 가장 필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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