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올리버 스톤의 "하늘과 땅" > 문화


[영화이야기] 올리버 스톤의 "하늘과 땅"

본문

[영화이야기]

올리버 스톤의"하늘과 땅"


 

  올리버 스톤은 "플래톤"과 "킬링필드"라는 영화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감독이다.
  그의 또다른 영화 "하늘과 땅(Heaven and Earth)"은 "리리"라는 한 여자의 운명을 통하여 윌남의 현대사를 조명한 영화이다. 그리고 이영화는 올리버 스톤의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주인공의 내레이션이 적소에 깔린다. 다시 말하면, "킬링 필드"나 "씨티 오브 조이"와는 달리 미국인의 시각으로 미국의 역사를 본 영화라는 것이다. 할리우드의 많은 영화들이 동양의 여러 나라의 이야기를 영화화하였으나 거의 모든 작품들이 선교사나 여행자의 시각으로 조명되었다. "하늘과 땅"은 이런 관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주인공 리리의 삶의 모습은 일제와 6․25를 겪은 한국의 수많은 여인들의 그것과 너무 흡사하다. 끊임없는 외세의 침범과 썩은 정치, 이데올로기의 대립, 이모든 것들은 우리도 신물이 나게 경험한 것들이다. 우리는 이 영화를 보면서 한국의 멜로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50년대 지리산 기슭의 어느 마을에서 있었음직한 힘없는 백성들의 참담함이 리리의 가족들이 겪는 환난을 통하여 드러난다. 낮에는 정부군이 통치하고 밤에는 해방군이 지배하는 마을은 6․25를 다룬 수많은 문학작품 속에서 빈번이 다루어졌던 소재이다.
  그리고 영상언어로는 그동안 군사정권의 탄압으로 인하여 영화로 만드는 작업이 계속 미루어져 오다가 작금에 이르러 "남부군"과 "태백산맥"등이 발표되었다. 앞으로 이 분야에서 투철한 역사의식을 가진 많은 영화작가들의 참여가 기대된다. 물론 아직도 분단 상태에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이데올로기를 다루는 것은 상당히 미묘한 문제이다. 그러나 민중의 삶에 있어서 이데올로기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점은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다시 "하늘과 땅"이야기로 돌아가자. 리리의 어머니는 두 아들을 베트콩에게 보내고, 또 리리는 정부군에 체포되어 고문을 받게 되자 뇌물을 주고 딸을 구한다. 그러나 베트콩은 리리가 무사히 석방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리리를 배신자로 몰아부친다. 리리의 가족에게 공산주의나 자본주의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지리산 어느 마을의 한 촌부의 경우는 리리의 어머니의 그것과 얼마나 다른가? 아들 하나는 빨치산에게 끌려가고 또 다른 하나는 토벌군으로 차출되어 나가는 기막힌 입장의 촌부에게 과연 이데올로기는 무엇인가?
  "하늘과 땅"은 이러한 모든 문제들을 묵묵히 감수하는 리리의 가족들을 통하여 민중의 모습을 조명한다. 그리고 올리버 스톤은 이 영화를 통하여 아시아인들이 가지고 있는 불교적 세계관과 인생관에 대한 그의 이해가 성숙되었음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몇 개의 전형적 멜로 드라마로 구성되어있다. 전쟁과 민주의 분열과 갈등, 그리고 이데올로기를 다룬 전반부와 전형적 최루물의 소재인 하녀와 주인과의 사랑과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자연스럽게 매춘을 하게 되는 한여자 즉 리리의 사랑과 냉혹한 현실, 그리고 한 남자의 순애보로 해피앤딩하는 중반부, 리리에게는 천국으로 보이는 미국과 자본주의의 마법에 걸리게 되는 리리, 그러나 그녀가 경제적 성공을 이룰수록 점점 더 파국으로 접어드는 미구구인 남편 스티브와의 결혼생활. 남편의 비극적 최후. 그리고 후반부에 나오는 리리 자신의 운명에 대한 불교적 깨우침과 귀향, 그리고 보시.
  마치 세 개의 영화를 붙여 놓은 것과 같은 구조적 특징은 한 여인의 험난한 삶이 시대적 변화와 함께 변모하는 삶을 그리기 위하여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그 구조적 진부함은 영화적 완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남는다. 그러나 리리의 아버지로부터 이어지는, 아니 먼 리리의 조상으로부터 전해지는 불교적 인생관과 세계관을 통한 리리의 정신적 구원과 인생에 대한 대오각성은 이런 구조적 취약을 보상한다.
  리리의 삶이 불행한 역사를 가진 약소국가의 어느 촌부의 현실적 성공으로만 그려졌던 "하늘과 땅"은 그저 그런 멜로 드라마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리리는 그녀의 카르마를 완수하기 위하여 모두를 용서한다. 그녀를 강간한 베트콩과 그녀를 고문한 정부군의 장교와 그녀의 사랑을 저버린 주인과 남편 스티브와 마을 사람들을 받아들인다. 그녀는 고향인 월남에 의료시설을 보급하는 일에 여생을 바치고 있다는 자막이 영화의 대미를 장식한다.
  리리는 자신의 존재가 북쪽과 남쪽, 미국과 월남의 중간에 서야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월남전이 끝나고 월남은 통일되었다. 그리고 독일도 통일되었다. 게다가 소련의 공산주의는 무너지고 냉전은 종식되었다. 이제는 지구상에서 한반도만이 유일하게 분단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은 북한시장을 차지하기 위하여 혈안이 되어있다. 그러나 비극의 당사자들은 아직도 이데올로기와 양자간의 자존심 싸움만을 하고 있으니 실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는 통일을 위한 전쟁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우리는 이 영화 "하늘과 땅"을 보면서 불교적 인생관과 세계관을 경험함과 동시에 우리의 참담했던 현대사를 객관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영호/영화인


 

 

작성자이영호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