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시] 또 내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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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시]
또 내일로
창밖에는 어둠이 깔리고 있다.
어느듯 또 한해 저무는구나
어지럽고 고달팠던 지난 나날에도
우리 모두 큰탈없이 여기 모였으니
모처럼의 손과 손
따뜻이 잡자.
떠나면 아무것도 남는게 없는
사람일 언제나 허전해도
살만치 살면 떠나는 것
우리 모두 언젠가는 떠날 사람들
떠날때 떠나더라도 손잡자.
지금은 따뜻이 손 마주잡자.
너무도 감당키 어려운 커다란 도시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으며
잃은만큼 또 얼마나 많은 것을
지닐 수 있었느냐
돌아보면 하늘은 검게 내려 앉아있고
나아갈길 바라보면 짙은 어둠 뿐인
이 거리
바람처럼 스쳐가는 뭇 불빛들
뿜어내는 매캐한 내굴먼지
온 몸 구석구석 져며드는 공해와
살벌한 눈빛과 차가운 얼굴들
이 하늘같은 엄청난 힘에 짖눌리면서도
오늘.
여기까지 걸어왔다는 것
얼마나 기특하냐.
우리들 모두 얼마나 기특하냐.
생활은 슬퍼도 사랑으로 일어서자
어깨, 어깨 얼싸안고
사랑으로 일어서자
세상은 아무리 무너져가도
둘레둘레 살펴보면 길 있으리니
조금은 밝은 땅 찾아나서자
가다가다 고달프면 조금씩 쉬고
쉬었다가 일어서서 또 걸어가자
우리함께 걸어가자
또 내일로
아무것 없어도 두려울 것 없다
빈손 털면서 일어서자
가진 것 없으니 마음 편하지
빈손, 빈마음 휘저으면서
넉넉한 걸음으로
또 내일로
우리 함께 걸어가자
길 열린다.
글/박용수 (한글문화연구회 이사장, 본지 편집위원)
사진/이정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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