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행사] 소쩍새 사람들, 그 삶의 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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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치악산 한자락에 둥지를 틀고 아빠스님이라고 불리는 일력스님과 함께 서로 아픔을 보듬으며 살아가는 2백여 명의 가족이 있다. 소쩍새 마을, 이곳은 일력스님이 30여년전부터 고아 , 미혼모, 정신지체아, 행려병자, 지체장애우, 무의탁 노인 등 사회와 가정으로부터 소외당하고 버려진 이들을 사랑으로 감싸 안아 이룬 곳이다.
그런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카메라에 진솔하게 담아 보여주는 자리가 지난 3월15일부터 21일까지 종로5가 코닥포토살롱에 마련되었다.
우연한 기회에 소쩍새 마을에 손님이 된 후 가족같이 함께 생활하며 사진으로 무엇인가 도움을 줄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는 마음에 사진을 찍게 되었다는 정승균(25세, 경원전문대 사진영상학과 재학중)씨, 그는 처음에 공연히 소쩍새마을 사람들의 영역을 침범해 안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도중에 이 작업을 그만두려고 한 적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왜곡하지 않고 사진이 갖고 있는 가장 사진적인 것으로 있는 그대로를 표현해 많은 사람들에게 이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다시 카메라를 들었고 그런 그에게 소쩍새 마을 사람들은 오히려 순수한 눈으로 렌즈를 바라봐 주었다고 한다.
소쩍새 마을은 매우 열악한 곳이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많지만 자원봉사자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자신이 움직여서 먹지 못하면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이 필요한 곳이다. 정승균 씨는 군대가기 전 소쩍새 마을에서 국민학교 아이들의 선생님으로 자원활동을 했다. 그의 자원활동은 군 제대후에도 이어졌다.
그런 자원활동의 결과로 나온 30여편의 그의 작품들속에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지금 소쩍새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미화하거나 걸러냄 없이 그대로 표현한 그의 사진들은 그래서 보는 사람이 조금은 당혹해 할 만한 장면들도 많이 담겨있다.
용변을 보며 카메라를 바라보는 천진한 모습, 사슬에 묶인 채 무엇인가 먹고 있는 아이.....
작업을 마친 정승균씨는 장애우들을 장애우 취급하지 않고 같은 사람으로 대해 줄 수 있는 인식이 필요 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을 찍으면서 저는 될 수 있는 한 사람들의 장애를 드러내서 찍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장애우가 아니다는 식으로 찍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했고, 그냥 사람의 모습을 찍으려고 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가 이번 사진전을 통해 보여주려고 한 것은 어느 특정시설의 열악한 실태를 고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의 많은 모습들 중에 한 부분으로 소쩍새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사람들이 그 모습에 대해 편견없이 느껴주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 정승균 씨의 가장 큰 바람은 소쩍새 마을 식구들이 새 보금자리로 하루빨리 이사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풍주 진여원에 새 건물을 짓고 있지만 언제쯤 완성이 될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제가 사진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가서 돕겠어요" 사진전을 연 정승균씨의 각오이다.
김성연/함께걸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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