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걸음 문화광장/ 이영호의 영화이야기] 영화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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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란 무엇인가
모든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영화 속의 이야기흐름에 빠져든다. 그리고 영화 속의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이 과정은 너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무도 그 이유를 찾아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위 영화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다.
서양의 초기 영화학자들은 심리학자들의 이론을 빌어와 이 문제를 규명해 보려고 노력했다. 물론 심리학 중에서도 형태실리학과 인지심리학의 이론을 빌어온 것이 대부분이지만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 의해 타당성을 인정받은 몇 가지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소개하려 한다. 물론 어떤 면에서는 조금은 지나치게 전문적인 내용이 아닐까 한느 우려도 없지 않으나 가능한한 일반적인 언어로 말하고자 한다.
스위스 태생의 심리학자인 피아제(Piaget)는 인간은 2∼3세경 거울을 통하여 처음으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인지하게 된다고 한다.
이 이론을 바탕으로 불란서의 영화학자인 크리스티앙 메츠(Christian Metz)는 자신의 이론을 풀어나갔다. 즉 거울을 통한 최초의 자기발견과 인지로 인간은 자신을 확인하게 되는데 그것은 거울에 비쳐진 자신의 "허상"이지 실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메츠는 그의 이론의 실마리를 얻었다.
영화란 우리가 다 아는 바와 같이 사물을 빛의 도움으로 필림 위에 감광된 음화를 현상하고 또 다른 필림 위에 양화로 재생되어, 영상기를 통해 스크린에 옮겨지는 허상이다. 바로 이 허상이 우리가 최초로 경험하는 거울을 통한 자기인지와 동일한 허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영화의 이야기흐름에 빠져들게 되고 영화 속의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비록 한 사람의 석학의 뛰어난 직관에 의해 만들어진 이론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이 이론을 뒤집을 만한 다른 이론이 등장하지 않고 있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왜 끊임없이 영화를 보면서도 지겨워하지 않는가. 물론 다양한 장르의 영화와 수많은 다른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생각해 보려고 하는 문제는 영화를 본다는 행위 자체인 것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 중에서 누군가의 모습이나 행동을 훔쳐 본 기억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 이성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하여 문틈으로 또는 열쇠구멍으로 목욕하는 이성의 모습을 훔쳐 본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영어로는 피핑탐(Peepin Tom)이라는 일반적인 용어로 표현되고, 전문적으로는 보이어리즘(Voyerism, 관음주의)이라고 표현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영화를 지치지 않고 보게 되는 원천적 에너지원으로 이해되면 그것은 우리 무의식 속에 본능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글의 처음에 우려했던 것처럼 조금은 전문적인 이야기가 되어서 송구스러움을 감출 수 없고 더욱이 처음 소개되는 지면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전문영화인이 아닌 독자들에게도 지식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졸필을 들어 적어 보았다.
제한된 지면 까닭으로 논리의 비약을 피할 수 없었음을 양해하여 주기를 바란다.
글/이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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