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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의 영화이야기] 제고되어야 할 영화제작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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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고되어야 할 영화제작 방식

 지난 호까지 2회에 걸쳐 영화이론과 기본적 영화기법 즉 형태심리학 및 정신분석학에서 빌어온 영화이론과 몽따쥬, 사실주의 기법에 관하여 비전문가로서 영화의 이해에 도움이 될 만한 정도의 수준에서 고찰해 보았다. 이번에는 영화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보기로 하자. 이야기의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선 미국 즉 헐리우드 방식과 한국 방식을 구별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그 방식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양국의 여러 가지 차이점을 살펴보고 그것을 통해 한국영화 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요소를 모색하고자 한다.
 미국의 영화는 소위 메이저 캄퍼니라고 불리는 대형 영화사들 예컨대 엠지엠(MGM), 이십세기 팍스(TWENTIETH CENTURY FOX), 콜롬비아(COLUMBIA), 파라마운트(PARAMOUNT), 등에 의하여 직접 제작되던 이른바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60년대를 전후하여 조금씩 변모하기 시작하였다. 당시의 제작규모는 가히 천문학적 숫자의 예산을 가지고 제작하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대형 영화사들이 텔레비전의 출현으로 사뭇 축소된 시장으로 인한 (특히 제작 이사들의 엄청난 연봉과 전속 배우들의 개런티) 재정적 압박으로 제작을 기피하고 전국의 배급망을 이용한 영화배급에 주력함으로써 소위 "인디펜던트 필름메이커"(INDEPENDANT  FILMMAKER)들이 출현하게 되었다.
 이들은 대형 영화사들과는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영화를 제작하려고 하였고 유럽의 영화작가들의 제작방법에서 얻은 교훈을 그들의 영화제작에 도입하는 한편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였다. 다시 말하면 모든 촬영을 스튜디오 안에서 하던 방식에서 실제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생활공간으로 진출하는 시도를 하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술한 바와 같이 유럽에서 자본의 영세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쟝 뤼끄 고다르와 같은 영화작가에 의하여 빠리 전체를 스튜디오로 사용하는 것과 같은 방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러한 인디펜던트 필름메이커 중에서 이제는 메이져 캄퍼니만큼 규모가 커진 오라이언(ORION), 유니티드 아티스트(UNITED ARTIST) 같은 회사들도 있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인디펜던트 필름에이커란 용어는 광의의 것으로 소형영화를 제작하거나 다큐멘타리를 제작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협의의 것이 아니다. 이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제작한 영화를 미국 전역에 배급망을 가지고 있는 대형영화사와 형편에 따라 이익배당과 선전비를 협상하고 배급권을 판매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애초에 대형영화사가 존재하지 않았고 대부분 영세한 영화제작자들이 지방에 극장을 가지고 있거나 그 극장들에 상영할 수 있는 권리를 소유하고 있는 소위 지방 흥행사들에게 영화제작 전에 출연예정인 배우의 유명도와 연출자의 상업적 영화제작 능력을 계산하여 정해진 금액에 지방의 대도시 배급권을 미리 팔아 그 돈으로 제작하는 방식을 최근까지 취해왔다.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영화제작이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단지 프로듀서가 제작완료에 대한 확신이 없거나 불가항력적인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에 국한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 있어서 최근 영화제작이 활발하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러한 제작관행의 부작용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디오 판권과 지방배급권을 판돈만 가지고도 자기자본이 영세한 영화제작일 경우라도 영화 한편 정도는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경기침체와 외국영화수입 자유화, 또 국산영화의 흥행부진 등으로 지방 흥행사나 비디오 업자들이 국산영화의 판권매입을 꺼리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제작자들도 국산영화 제작을 기피하게 된 것이다. 물론 신념과 애정을 가지고 국산영화를 꾸준히 제작하여 흥행에 개가를 올린 제작자도 있다.
 어쨌든 이러한 제작 방식의 차이는 좋은 영화를 제작하는데 있어서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 제작방식의 차이가, 능력 있는 영화작가나 시나리오 작가의 부재 혹은 기술, 기재의 취약성보다 양국 영화의 질적 양적 차이를 만드는데 있어서 더 크고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영화제작의 투기성을 감안하여 영화육성의 일환으로, 주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일정 수 이상의 제작자가 투자해야만 하는 것을 법적으로 명문화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영화흥행시 발생할 수 있는 파산의 위험을 분담함으로써 재투자할 의욕을 말살시키지 않으려는 이유 때문이다. 그밖에도 영화에 투자하는 돈에 대하여 소정 비율의 세금을 감면해줌으로써 부자들의 영화제작에 대한 투자를 문화활동을 후원하는 형태로 행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배려와 아울러 자본의 거대함을 고려할 때 미국영화의 세계시장 석권은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 한국영화의 진흥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가. 그렇지 않다. 한편으로 영화를 공부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있고 제작방식을 바꿔 보려는 움직임이 젊은 영화작가 사이에서 태동하고 있어서 한국영화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단지 이런 젊은이들이 흥행을 그들의 지상목표로 두고 영화제작에 임하지 않는다는 단서가 붙어야 할 것이다.
 최근 흥행에 어느 정도 성공한 몇몇 영화의 제작 제작방식을 답습하려 한다면 그들은 기성 제작자들의 막강한 힘에 눌려 자라날 수 없을 것이다. 원컨대 그들이 정도를 걸으며 한국영화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라며 새로운 영화정책의 입안이 머지않아 실현되기를 바란다.

글/이영호

 

작성자이영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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