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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일기]더욱 아름다운 삶을 살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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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안하고 좋은 환경에서 고이자라나 어려움 없이 사는 것은 물론 복된 일이다. 그러나 세상에 절대적이고 완전한 행복이란 없는 것이며 행·불행이란 항시 상대적이며 대비적인 것이므로 어려움을 아는 이만이 어떤 의미에서 행복의 참맛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려운 처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참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아이들이란 생각을 해본다.
 멍든 가슴을 안고 시설에 들어온 아이들은 같은 입장에 있는 아이들과 어울려 함께 생활하고 있기에 쉽게 자신의 운명이나 처지를 비관하기 쉽다. 그리고 그 책임을 사회나 이웃, 시설에 돌리려 한다. 불평불만을 가지고 삐둘어진 눈으로만 보려고 하며 세상에 대하여 절망하고 피해망상증을 가지고 모든 것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거나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또 아예 좌절하여 삶의 의욕을 잃고 자포자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반해 어려움에 처했을 때 희망을 꿈꾸고 비탄의 구렁텅이에서도 인생을 궁극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시선을 가지 우리애들을 발견할 때면 행복을 느끼곤 한다.
 4년, 4년이란 시간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시간을 따라 시간속에 내가 함께 흐르고 또 함께 멈추고 하는 것 같다. 이 수많은 시간들 속에서 사랑을 알게 되었고 인간애를 알게 되었으며 진한 정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 보육원의 방 배정은 미취학 아동에서부터 여고생에 이르기까지 15명, 방 이름도 사랑이 듬뿍 들어 있는 "사랑방"이다.
 
통통한 생김새에 어울리게 굼뜬 행동과 말씨로 인해 답답함을 주는 성노원 아기집에서 온 6살난 선경이.
 언니 오빠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생활하고 있는 예쁘고 귀엽게 생긴 연이, 언제나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여 두 명이나 되는 오빠들을 잘 챙겨주는 하정이.
 방 이모(나를 꼬맹이들은 엄마, 조금 크면 이모, 큰애들은 언니라고 부른다)보다는 희망방에서 지내는 두명의 언니들과 올해 퇴소한 큰언니를 더 위해 주고 챙겨주는 현금이.
 엄마 아빠의 얼굴도 모르고 살아계시는지 돌아가셨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어디엔가 살아계실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사는 순영이.
 엄마 아빠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삼촌댁에 더불어 살면서 구박아닌 구박과 눈총아닌 눈총을 받으며 힘들게 살아온 탓에 이곳에 온 지 일주일도 안되어 이곳이 "지상천국"이라고 활짝 웃던 현주.
 동생 수빈이와 함께 같은 방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아버지의 정을 못받아 의해 모든 일에 대하여 체념하고 자포자기한 상태로 그럭저럭 무의미하게 중학교만 졸업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수현이.
 시를 좋아하고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도 알지만 잘못에 대한 반성은 늘 늦고 말만 앞서는 현정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꿋꿋하게 살아갈려고 노력하고 애쓰는 정이 많은 정아.
 엄마 혼자서 세명의 자녀들을 키울 수가 없어서 쓰라린 마음으로 와서 맡겨진 아이들 은, 효, 진.
 올해부터 인문계 고등학교도 수업료 지원이 된다고 하여 인문계 진학을 바라며 열심히 공부하는 진영이.
 이렇게 제각기의 삶을 살아가면서 함께 모여 살게 된 15명의 아이들이 시끌벅적하게 펼치는 생활은 뒤죽박죽이지만 정 없는 정을 다 나누며 살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24시간! 7시30분까지 등교하여야지만 교무실 앞에서 벌을 서지 않는다고 6시에 기상하여 세면하고 옷 갈아입고 학교 갈 준비를 하는 아이들, 옆방의 애들까지 다 깨워 아침식사에 늦지 않게 하는 정아의 바지런함으로 우리 사랑방의 하루 일과는 시작된다.
 방청소하랴, 담당구역 청소하랴, 세수하랴‥‥‥
 그야말로 등교전의 아침시간은 아수라장이다. 큰애들 순으로 아이들이 한, 두명씩 학교로 떠나고 8시30분 정도면 취학 어린이들 모두 등교가 이루어진다. 그러면 남은 미취학 아동들의 세상이다. 방, 복도, 독서실을 무질서하게 뛰어 다니면서 떠들고 논다. 그리나 이것도 잠시뿐, 세수하고 나서 오전공부에 들어간다. 공부라고 하지만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학습이 아니라 엉터리 암기식인 학습이다. 책상 위에 10칸짜리 공책 한 권, 연필 한 자루 주고 한 단어를 써 주면서 외우라고 한다.
 애들이 청소한다고 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정돈되지 않은 방과 담당구역 청소, 그리고 세탁한 세탁물 건조대에 널다보면 시간이 어느 덧 10시 30분이 초과할 때가 많다. 그제서야 부랴부랴 세수하고 단장한 후 한 잔의 차를 마시면서 미취학 아동의 숙제를 점검한다. 한 잔의 차를 마시면서 선경이의 암기력 테스트를 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 집안이 조용한 가운데 휴식을 취할 때의 그 기분이란?
 점심을 먹으면서 생각한다. 도시락 반찬은 무엇으로 할까? 어떤 반찬을 잘 먹더라? 부식은 사오셨나? 애들이 맛있게 먹어줄까?
 
희망방 담당언니와 일주일씩 번갈아가면서 도시락 반찬을 만드는데(여중·고등부 학생담당 언니들이 도시락 반찬을 만듬)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반찬을 해 주고 싶지만 여건이 허락지 않아 총무님께서 가락시장에서 사온 부식에 한해서 반찬을 만들어야 하니까 애들이 금방 싫증을 낸다. 그래도 동네 슈퍼에 가서 햄을 사다가 볶아주고 밀가루 반죽에 계란넣고 부추를 썰어 놓아 맛있는 전을 만들어 주는 등 부산을 떨 때도 있다. 맛있게 만든 반찬을 애들이 좋아하면 그 날의 하루 일과는 흐뭇하기 그지없다.
 오후 1시30분, 애들이 하교하면서부터 또 시끌시끌해진다. 숙제하면서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친구들, 장난꾸러기들이 물건을 집어가면 울면서 졸졸 따라가 기어코 자기 물건을 찾는 친구들, 또 방한켠에서는 요즘 유행되는 엉거주춤을 동생들에게 가르치는 친구들, 우리 원에서 제일 어린 막내동생의 우는 모습이 귀엽다고 오며가며 무섭게 하여 기어코 울리는 친구들, 이러한 모습들도 큰언니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조용해진다. 그러면 큰애들이 얘기마당이 시작된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부터 친구 얘기까지 여럿이 모여서 얘기하다 보면 하루일과는 금방 끝나 버린다.
 이렇게 애들에 둘러싸여 정을 쌓다가 휴가라도 얻어 집으로 가면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다. 애들과의 마음의 벽을 더 허물어야지. 그들에게 사랑하는 법과 자신감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해야지. 자신이 처한 상황과 사회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지도하려고 노력해야지. 이 아이들도 더욱 아름다운 삶을 살 권리가 있다.

글/윤숙자
 

 

작성자윤숙자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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