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시
본문
망우리에서
죽어서 묻히는 이곳에
산 채로 와 나를 묻는다.
산다는 것이 더는 복이 아니고
부끄러운 것이다.
허물어져 가는 무덤을 쓰다듬는다.
살아서 차별에 울던 자네
죽어서도 또 차별인가.
산 자의 차별은 죽은 자의 잘못이고
죽은 자의 차별은 산 자의 탓이다.
죽은 자의 잘못은
제 밑이 구려
전진을 향한 대 화합을 미끼로
똥오줌을 따지지 않고
덮어만 준 죄이다.
산 자의 잘못은
적자생존, 약육강식, 자연도태의
더러운 생물용어로 양념된
당근 한 조각을 따라
앞만 보고 달려온 죄이다.
산 자만의 세상이고
있는 자만의 세월이다.
열 사람의 게트림을 위해
아흔 사람이 뒤 돌아서서 서러워해야 한다.
새 풀만 우거진 모지라진 무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천년을 살 것 같이
그리 모질게도 사나 보다.
묻힐 땅마저 없는 우리는
살기만을 위하여
무섭게 또 잊어야 한다.
눈멀고 귀멀고 입먼 채
똥 치다 똥독이 올라 죽어 가는
이웃들을 손가락질해 가며 정말로
똥이 무서워 피해야 한다.
죽은 자와 산 자
있는 자와 없는 자가
어우러지며 더불어 사는 세상은
오기는 오는 것인가.
아차산 정상에 서면
모두 신이 되는데.
헌 신은 가라.
이젠 우리가 신을 선택할 때다.
사람을 동물로, 숫자로, 바둑알로 여기는,
세상을 실험으로, 도상훈련으로, 전자오락으로
여기는 헌 신은 가라.
새로 오실 메시아를 거룩히 맞기 위해
오염된 껍데기를 다시 묻는다.
글/김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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