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사진으로 보는 공해 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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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7일부터 13일까지 인사동 그림마당「민」에서는 공업입국과 거대자본의 그늘에서 병들어 죽어 가는 한 시골마을의 운명을 고발하는 사진전이 열렸다.
경북산업대학교 사진영상학과 학생들이 90년 8월부터 1년 간 카메라에 담은 온산공단 검은 연기에 말라 비틀어져 버린「당월마을」은 지금 이 순간에도 논으로 개울로 철철 흘러 넘쳐 우리의 밥그릇으로 되돌아오는 공해, 그 소리 없는 학살의 현장이었다.
경상남도 울주군 은산면 당월리는 동해의 푸른 물이 넘실대는 깨끗한 어촌이었으며 "울산미역"의 산지로 유명했던 순박한 삶터였으나 1960년대 이후 "2차 산업의 우렁찬 건설의 수레소리가 동해를 진동하고 공업생산의 검은 연기가 대기 속으로 뻗어나가던 그 날"부터 서서히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는 "공해보다 배고픔이 더 무서웠던" 때라 몰려드는 외지의 돈과 사람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74년 온산면 일대의 19개 부락 5백 12만평이 납, 카드뮴등의 비철금속 단지로 지정되면서 당월리는 본격적으로(?)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대정천을 따라 온 산만으로 흘러 들어간 공장폐수는 곧바로 중금속을 뒤집어쓴 미역, 바지락으로 주민들의 밥상에 올라왔으며 몸뚱이가 뒤틀린 고기들이 떠오르기 시작하면서부터 마을사람들도 까닭 없이 팔, 다리가 쑤시고 저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당국은 폐수와 독가스를 단속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터전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떠날 것을 강요하는 이 땅 공해예방 대책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이번 사진전은 이처럼 처절하게 파괴되어버린 "당월마을의 운명"을 1년여에 걸친 긴 시간을 갖고 찬찬히 추적해 냄으로써 사진이 가지고 있는 사실성과 기록성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1955년 일본 도야마현 진즈강 주변에서 발견된 카드뮴중독증 "이따이 이따이(일본말로 아프다, 아프다는 뜻)병"의 어두운 그림자가 1992년 오늘 온산면 당월마을, 아니 우리 모두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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