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창간2주년 기념1]축시/북을울려라
본문
북을 울려라
북을 울려라
인고의 세월을 거두고
팔뚝에 푸른 힘 줄 돋우며
장애우여
이제 포효의 때를 알리는 큰북을 울려라
아직 이땅은 거칠다
무성한 잡초와 허다한 돌덩이
그 위를 맨발로 가는
가슴 구멍 커다란 허허로움을
우리만 안다
우리만 안다.
더 바라지 않는다. 내가 삽질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넓은 땅을 원하지 않는다.
내게 주어진 날개로
날 수 있을 만큼만 날아 올라
소박한 자유를 파닥이고 싶다.
우리는 속았다.
이땅에 태어난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는
그 빤질빤질한 말을
깨끗한 맘으로 믿었다.
정상인과 장애인은
다를게 없다는
수많은 구호들을
그런 줄로만 알고
믿고 살았다.
그러나
장애인 후배
서른이 넘어도 시집 못가는 걸 보며
장애인 선배
장애가 무거워
이땅에 발 못딛고
세상 등지는 걸 보며
그 말들 모두 거짓임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아직 산다는게
어렵다. 이땅의 장애인은
긴세월 움츠려 살며
옹골지게 차오른
우리네 한을
큰 포효로 하늘을 흔들기 위해
북채를 들어야 한다.
찾아야 할 우리네 인군을
진리의 북 힘차게 두들겨
알려야 한다. 세상에
사지 멀쩡한 자들의
사람 바로 보지 못하는
병든 인식을 허물고
기어히 오고야 말
평등의 날을 위해
장애우여, 장애우여
목 터지는 함성으로
북을 울려라.
북을 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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