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시]우화
본문
어쩜 이렇게 무거울까, 망할 놈의 소금가마니
우물에나 떨어질 요강 단지 같으니라구!
내가 평생 흘려야 할 땀의 무게만큼 무거워
전신을 비틀어 짠 살의 즙액 같구나, 방세밀린 일셋집
그 마귀 할멈 얼굴을 고렇게도 쏙 빼 닮았을까
저 고삐 쥔 주인, 이 먼길에도 조금 늦출 생각도 않다니!
호박덩이 같은 볼록 배를 걷어차 버리고만 싶어, 미친척하고
그러나 고삐를 끊을 순 없지, 내 밥줄이니까
아, 햇살마저 저주스러워, 푸른 하늘
싱그런 풀잎까지 온몸 채찍으로 감겨오는구나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
이러다 내 생의 척추가 무너지고 말지
목적지에 이르기도 전에 무허가 판자집 마냥 폭삭 주저앉고 말지
저 냇물을 어떻게 건너간담, 징검다리도 없는 내 삶
저 깊은 급류의 세월을 어떻게 건넌담
바닥의 돌자갈들이 넋의 발목을 자꾸 꺾는데
제발, 고삐를 마구 잡아당기지 말아요
난 물고기가 아니란 말예요, 비록 일당에 코뚜레 꿰어 있지만
고삐만 잡아당긴다고 박힌 돌자갈이 뽑히는게 아니란 말예요
우, 우 미끄러워, 그만 물이끼를 밟고 말았어. 내 탓이 아냐
분명 그놈의 고삐 탓이라구!
녹아 쪼그라든 소금 가마니, 당신 몸에 넝마로 걸쳐진 것도
그렇게 가벼울 수 없지? 그 솜 가마니
바람에 부풀어 오르는 들판의 상큼한 치마 자락 같지?
마치 나래를 단 것 같지? 창 밖에 잠수교도 보이지? 잠수교 너머
영자의 분홍 빤쓰도 보이지? 라라 콧노래 부르며
네 놈이 또 꾀를 부릴 것이란 걸 난 다 알아
네 놈의 스트라이크, 그 파업에는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구
뭐, 우습다구? 너무너무 재밌다구? 제까짓게 주인이면 주인이지
네 삶의 임자는 아니라구? 좋아!
나체가 보고 싶지? 저 분홍 빤쓰 벗기고 싶지? 아, 물속의 나신, 얼마나 싱그러울까
저 냇물, 박힌 돌자갈, 그 미끄런 물이끼 일부러 밟을 줄 난 다 알아
이 고삐 더욱 세게 잡아당기면, 네 뼈의 지게에 얹힌 이 짐
조금이라도 더 가볍게 하고 싶어.
아무리 영리한 척해도 넌 어리석은 당나귀야
아무리 몸부림쳐도 내 고삐 빠져 나가지 못할 당나귀 새끼라구
자 냇물이 흘러왔어. 어디 빠져 보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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