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시]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본문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 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 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 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떠나려 할 때
"니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작성자함석현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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