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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우리끼리 간 홍콩! 그 결과는? (下 편)

함께 가는 나와 당신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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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디즈니랜드 기념품 가게 한 켠
 
원소연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첫째 날 피크 트램을 타고 올라갔다 구경을 마치고 내려와서 나는 동반자들의 도움을 얻어 홍콩에 혼자 살고 있는 고등학교 때의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나는 그 친구와 정말 친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 친구에 관해 내가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홍콩에서 그 친구를 만날 당시 한 번 입원 생활을 마친 후였고, 그 뒤 학교에 입학을 늦게 해 대학생이었지만 만 나이 26세였다.
 
나는 고등학교 때가 엊그제 같았지만 그사이에 친구는 대학도 졸업하고 직장도 잡았다. 홍콩에서 살아버릇한 친구는 주변 사람들과, 또 중국인 남자친구와 영어로 소통했다. 못 본 사이 친구는 나와 같은 코흘리개에서 버젓한 사회인으로 멋지게 독립해 있었다. 당시, 나 또한 곧 졸업할 예정이었기에 친구가 그다지 부럽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지금은 그 친구가 매우 부럽다. 하지만 솔직히, 시간이 지났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2019년의 이 여행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겨울, 뇌출혈 재발로 병원 생활을 다시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겐 이 여행이 그다지 오래전 일로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전 호 글을 읽고 하은이와 희재는 ‘정말 추억’이라며, 내가 어떻게 그렇게 ‘세세한 것까지 기억’하느냐고 놀라워했다. 아마도 병원 생활을 했기 때문이겠지만, 난 하은이와 희재에게 그러하듯 이 여행이 추억이 아니고 바로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다.
 
둘째 날, 호텔에서 충분히 잠을 보충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홍콩 디즈니랜드로 향했다. 홍콩 여행에서 첫째 날 일정은 내가 짜고 둘째 날은 하은이가 원하는 여행을 하기로 했는데, 하은이의 오랜 꿈이 귀엽게도 꿈과 환상의 나라 디즈니랜드에 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나 희재도 디즈니랜드에 가보지 못했기에 하은이의 단호한 결정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입장이었다.
 
▲ 디즈니랜드로 향하는 열차의 승강장
 
디즈니랜드, 진부한 선택?
물론 ‘디즈니랜드’라는 관광지가 꽤 진부한 선택이었다는 비난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우리가 디즈니랜드의 입장권과 식사권을 구매한 한국 웹사이트에서는 디즈니랜드뿐만이 아니라 피크 트램 표 또한 팔고 있어,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디즈니랜드 관람과 피크 트램 타기를 홍콩에서의 활동으로 많이들 선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셋의 만족도는, 디즈니랜드나 피크와 같이 관광객이 많은 유명한 관광지 보다, 허름한 완탕면 가게와 같은 현지 느낌의 장소들에서 더 높았다고, 하은이는 여행 후 자신의 블로그 글에서 적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유명한 곳이든, 현지 느낌의 장소이든 별 상관이 없었다. 나는 어떤 여행이든 그 여행에 임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 장소가 어떠하든 간에 중요한 것은 그 여행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그 여행을 원했는지, 또 얼마나 그 여행이 주는 경험에 만족하는지가 중요하다. 난 그 이유가 어떠했든 간에 피크 트램이 정말 타보고 싶었다. 그리고 피크에 올라가서도 하은이와 희재와 함께 진심으로 즐거웠다. 디즈니랜드 역시 내가 적극적으로 원하지는 않았지만, 겪어보고 나니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비록 디즈니랜드에 가고 피크 트램을 타는 일정이 진부해서 쓸모없게 보일지라도, 그때의 경험이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기념품은 왕창!
우리는 여느 관광객과 다를 바 없이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희재와 하은이는 원래 성격상 기념품에 큰 관심이 없다. 일례로 나와 하은이가 대관령 양떼목장에 갔을 때, 나오는데 ‘양빵’을 팔고 있었다. 정말 귀엽다는 생각에 난 조금 사자고 하은이를 졸랐지만 하은이는 “안 돼! 양 모양 델리만쥬야!”라며 내 부탁을 단칼에 거절하고 동심을 무참히 짓밟았다 나는 하은이, 희재와 달리 기념품 구매를 즐기는 편이다. 기념품 구입이 단순한 돈 낭비일까? 나는 도라에몽이 귀엽다고 생각해서 초코 우유 중에 똑같은 맛의 다른 브랜드가 있는데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초코에몽을 산다. 그게 정말 100% 바보짓일까? 그렇다고 할 이도 분명히 있겠으나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무슨 이유에서건 그게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난 기념품을 사면 기분이 좋은 사람이다. 그래서 난 하은이의 ‘돈을 흥청망청 쓴다’는 비난을 들으며 기념품을 많이 샀다. 거의 다 선물해 버려 남은 건 얼마 없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보면 난 기념품을 쓰기보다는 사기 위해서 사는지도, 그러니까 사는 행위 자체에서 희열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왜일까, 내가 걷지 못하기 때문일까? 장애를 얻고 자아가 형성된 탓인지 장애를 갖기 전에는 어땠는지 잘 모르겠다.
 
 
▲ 줄이 길었지만, 휠체어를 탄 나는 프리 패스
 
기다리지 않은 관람
디즈니랜드에서 공연은 꼭 봐야 표를 제대로 쓰는 것이라는 하은이의 강력 추천에 따라 우리는 공연을 두 가지 보았다. 그리고 두 번 모두, 우리 일행은 긴 대기 줄에도 불구하고 따로 일찍 입장할 수 있었다. 바로 내가 휠체어를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내겐 ‘내가 과연 이런 엄청난 특혜를 누려도 되나’ 하는 양심의 가책이 있었다. 지금은 물론 안면마비로 인해 제약이 많아졌지만, 당시 난 뇌 수술을 마친 뒤 6년째 새해를 맞고 있었고, 따라서 친구와 거뜬히 해외여행을 올 정도로 무리 없이 혼자 생활이 가능했다. 스스로 무리를 해도 혼자 생활이 어려운 재발 후 4년 차인 지금의 나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았는가? 난 그 드라마에서 극 중 우영우와 내가 비슷하다고 느꼈다. 조금 이상하지만,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 데다 직무 능력까지 있는 우영우와 홍콩 여행 당시 휠체어를 탔지만, 대학에 다니고 머리는 염색한 데다 영어까지 구사하는 나. 둘 다 사회에 받아들여질 준비를 마친 엘리트 장애인들이다.
 
지난 연재에서 난 다른 감정에 대해 썼다. 이런 혜택은 장애인이 받는 차별에 비하면 충분치 않다는 식으로, 나는 썼었다. 하지만 여기서, 나는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내가 그런 장애 혜택을 받는 게 과분하다는 주장이다. 언뜻 보면 서로 엇갈린 주장이 너무나도 헷갈린다. 대체 어느 쪽 말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둘 다 내 마음이다. 그런데 나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 사람의 마음은 일관성이 없지 않나? 모순된 두 생각이 하나의 마음속에 있다.
 
 
▲ 딤섬집에서 우리가 먹은 메뉴
 
디즈니랜드를 나와서
디즈니랜드에서 나와, 우리는 오늘 밤을 새우기 위해서는 야식이 필수라는 점에 모두 동의하고 숙소 근처의 딤섬집을 찾았다. 이래서 내가 하은이와 희재를 좋아한다. 둘은 평소에는 우리끼리 가는 여행에 여행자보험을 드는 등 모든 일에 정석적이다가도 가끔 이렇게 즉흥적인 결정을 한다. 그래서 예측 불가능하고, 정말 재미있다. 딤섬집에 가서, 당연한 소리지만 우리는 맛있는 딤섬도 먹고, 사진도 찍으며, 홍콩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남겼다. 즉흥적으로 내린 결정이었지만 딤섬집에 들른 일은 내가 판단하기로 우리 여행에 빠질 수 없는 아주 중요한 경험이었다. 홍콩 여행 뒤 하은이가 만든 동영상에도 이 딤섬집이 꽤 오래 등장하니, 그로써 여기에 간 게 작은 이벤트는 아니었단 사실이 입증된다.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희재에 따르면 나는 큰 소리로 코를 골며 잤다고 한다. 아니, 잠을 한숨도 자지 않고 새벽에 비행기를 타는데, 대체 어떤 사람이 멀쩡할 수 있단 말인가. 근데 희재는 멀쩡했다. 아니,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내 전동 휠체어는 전동과 수동 전환이 가능한데, 내 휠체어 배터리가 한국 공항에서 충전 없이 그 용량을 다하자, 멈춘 휠체어를 희재가 수동으로 끌어 주었다! 엄청 피곤할 텐데도 말이다. 솔직히 그때 당시엔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아마 지금보다 어려서 고마움을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희재에게는 물론이고, 나를 위해 불편한 해외여행을 함께 해 준 동반인들에게 무척 고맙다. 친하게 지낸 만큼, 하은이는 내 재발도 알았는데, 내 재발을 알고는 많이 속상해했다고 한다. 비슷한 인간형이라 아는데, 하은이 같은 타입의 인간은 타인에 대해 대체로 둔감하다. 그러니까 하은이에게 난, 타인이 아니었던 것 아닐까? 히히.
 
작성자글과 사진. 원소연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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