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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지원서비스가 우리에게 가져다 준 변화

느림보 엄마의 성장 일기

본문

 
 ▲서희와 어머니
 
자폐성장애를 가지고 있는 서희와 서호. 장애 이름은 같지만 둘의 성향이나 행동 특성은 많이 다르다. 서희는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을 선호하고, 체력이 좋아서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수영)이라면 몇 시간이고 할 수도 있다. 반면에 서호는 감각이 예민하고 약간의 강박이 있어서, 새로운 것을 싫어하고 좋아하는 활동이라도 한 시간 정도 하면 익숙한 환경으로 돌아가 쉬기를 원한다.
 
그래서 둘을 데리고 바다에 물놀이를 가서 한 시간 정도 지나면, 서희는 아직 한참 더 놀 수있는데도 불구하고 울며불며 난장을 치는 서호 때문에 더 놀겠다는 서희를 달래서 차에 태우고 돌아와야 했다. 밖에서 놀다가 식사를 할 때도 서호가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음식점만 가야 했다. 서호는 자기가 아는 길 외에는 걸어가지 않으려 해서, 걷거나 대중교통 이용하는 것을 좋아하는 서희도 함께 차로만 이동을 해야 했다.
 
실은 서희도 지금보다 어렸을 때는 지금의 서호처럼 늘 익숙한 것만 하고, 익숙한 장소만 가려고 했다. 이것은 자폐 특성 중 하나이다. 자폐가 있는 많은 아이들이 동일성에 대해 집착하고, 늘 하던 대로 행동하려고 하는 강한 관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반복적인 연습과 경험을 통해서 원래 하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는 법을 배울 수 있고, 낯선 환경에도 적응해 나간다. 서희는 언니와 제법 터울이 있고, 언니가 어린이집에 다니는 동안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새로운 환경을 접하고, 적응하는 연습을 반복적으로 할 수 있었다. 유모차만 타고 걷지 않으려고 했던 서희와 함께 걷기 연습을 했던 지난 날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파트 1층까지 걸어가는 것도 힘들었지만, 매일 연습해서 결국에는 어디든 걸어서 갈 뿐 아니라 버스와 지하철도 잘 타는 아이가 되었다.
 
그런데 서호는 서희가 있기 때문에 엄마와 이런 연습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돌봐야 하는 아이는 둘인데 내 몸은 하나이니... 평일에는 서희와 서호를 데리고 집-학교(유치원) 외에 다른 곳을 가거나 새로운 무엇을 해 보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집에 장애 자녀가 한 명만 있는 집이 너무 부럽고 속상했다. 그렇다고 남편한테 일을 그만두고 애들을 같이 쫓아다니자고 할 수도 없고... 답답한 날들이었다.
 
이런 일상이 작년부터 서희가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으면서 많이 달라졌다. 하교 후에 서희는 활동지원사 선생님과 치료센터도 가고, 식당이나 키즈카페처럼 서호와 같이 가면 힘든 곳을 많이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퇴근하고 저녁을 먹기 전까지 서호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서호는 9개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고 엄마와 보낸 시간이 누나들보다 훨씬 적어서 늘 마음 한구석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서호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마음의 짐을 조금씩 내려놓는 느낌이 들었다.
 
▲가족사진, 오리배 안에서
 
서희와 서호를 밖에서 같이 데리고 있을 때 서호가 울고 난장을 피우면 내가 쓸 수 있는 방법은 빨리 집으로 돌아가는 것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서호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고 다시 다독여서 하던 일과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훈육이란 것도 쏟을 에너지와 시간이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호도 그 전보다 나에게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훨씬 많이 표현하게 되었다. 요구하면 실제로 엄마가 해준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잘 걷지 않으려고 했던 부분도 서호만 데리고 반복해서 연습하다 보니 많이 좋아졌다. 시간에 여유가 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서희를 돌봐주는 활동지원사 선생님, 방과 후에 서호를 맡아 주시는 학교 돌봄 교실,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서 나와 번갈아 아이들을 돌보는 남편까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런 고마운 조력 덕분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공부를 하며, 일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언제든 일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늘 불안한 마음을 안고 있다. 
 
▲서희ㆍ서호네 가족사진
 
내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꿈꾸는 것들을 이뤄나가고 싶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노력뿐 아니라, 지금처럼 주변의 조력이 필요하다. 항상 지치도록 노력하면서도 무기력과 불안에 시달리는 이유가 이것이었나 글을 쓰면서 새삼 깨닫는다. 앞으로의 나와 가족의 행복이 내 노력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에...
 
서호가 일상생활에서 위험한 일을 하지 않고 함께 다른 사람들과 지낼 수 있을 정도까지, 그 연습이 완료될 때까지만 지금의 평화가 유지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발달장애 가족의 일상이라는 게 이렇게 아슬아슬하다. 흡사 무거운 짐을 잔뜩 쌓아서 머리에 이고 아슬아슬하게 걸어가는 느낌이다. 그래도 넘어져서 떨어지지 말라고 잡아주는 손들이 있으니 오늘도 파이팅 넘치게 걸어가 봐야지. 아자 아자 파이팅이다!!!
 
작성자글과 사진. 이정화 자갈자갈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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