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엔 어렵고 힘든 이야기
박 기자의 함께걸음-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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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2022년 6월 30일 서울에는 장마철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번 장마는 ‘극야’라고 할 정도로 아침에 눈을 떴는데 ‘아직 밤인가?’라는 생각이 들 만큼 어둡고 우울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제 뉴스에 등장했던 안타까운 소식 때문에 오늘따라 출근길 하늘이 더욱 슬프고 우울하게 느껴집니다. 전라도 완도 지역에서 전해진 조 양 가족 소식 때문입니다.
경찰에서 수사를 하고 최종적으로 결론이 나온 건 아니지만, 각종 기사를 보면서 어느 정도 조 양 가족이 사망하게 된 경로는 드러난 것 같습니다. 저는 조 양 부모가 ‘자살’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이해하면서도, 10살밖에 되지 않은 조 양도 극단적인 선택의 과정에 함께한 결정이 너무너무 아쉽고 화가 납니다.
만약 조 양 부모가 조 양을 남겨두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 조 양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만약’이라는 가정은 뭣하지만, 조 양은 고아가 되겠죠. 친척에 의해 돌봄을 받을 수도 있고 고아원이나 다른 기관 또는 시설에 보내질 수도 있습니다. 가족과 부모라는 울타리 안에서 돌봄과 보호를 받으며 성장해 가지 못하는 어려움은 분명 있지만, 조 양은 지역사회에서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조 양 부모는 그렇게 하지 않고 조 양도 함께 데려가 버렸습니다.
조 양 가족 기사를 보면 주민들이 안타까워하는 대사가 등장합니다. “어린 애가 무슨 죄가 있다고~” 라며 탄식을 하죠.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겠죠. 겨우 10살인데,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무궁무진한 아이인데 얼마나 많은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했을까요? 직업선택의 자유? 교육받을 권리? 근로의 권리?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이러한 권리보다도 더 기본적이고 가장 중요한 권리인 ‘생명권’을 박탈당했습니다. 그것도 조 양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타인, 그것도 누구도 아닌 조 양 부모에 의해 박탈당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조 양을 낳고 10살이 되기까지 길러준 건 분명 조 양의 부모겠지만, 조 양의 생명권을 박탈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모에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잔인한 범죄를 저질러 사형을 선고받고 집행을 함으로써 법에 의해 생명을 박탈당하지 않는 이상,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간의 생명을 다른 누군가가 박탈할 수는 없습니다. 심지어 박탈하는 존재가 부모라면 그건 ‘존속살인’이 되지, 그 원인이 무엇이든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입니다. 조 양 가족 사건처럼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도 비슷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부모가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죽인 뒤 부모도 죽으려 했지만 실패해서 형사처벌을 받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24시간 지원체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약속했음에도 이 또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발달장애인이 있는 가족은 발달장애인의 장애가 중증일수록 돌봄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경제적 어려움이나 인간관계 등 다른 이유로도 같은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의 유무를 떠나서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하더라도 자녀까지 그 과정에 함께하는 것은 자녀 당사자에겐 너무 가혹한 결과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조 양도 고아로 살아가게 될 과정이 힘들 수 있고,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도 가족이 아닌 누군가(또는 시설)로부터 돌봄을 받아야 되는 과정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그 후의 문제입니다. 누가 돌봄을 하고 어떻게 지원을 할지는 그때 가서 대책이 마련될 테니까요.
예전에 어느 기사에서 대한민국의 자살률이 세계 어느 국가들보다 높다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자살률’에는 조 양이나 발달장애 자녀도 포함되는 걸까요? 저는 조 양 가족의 경우 ‘동반 자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 양의 부모가 자살을 결심했을지라도, 조 양의 의사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살률의 비율을 낮추고 싶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목숨을 끊는 자살의 개념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 <함께걸음> 7,8월호의 주제가 바로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생존권’입니다. 지금까지 <함께걸음> 제작에 참여하면서 가장 마음이 무겁고 조심스러운 그런 주제인 것 같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기사를 써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됩니다. 그래도 이런 이야기도 꼭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어렵고 힘들지만 이것도 우리가 함께 걸어가야 하는 이야기니까요.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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