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고용하고 장애는 고려 않는 이마트
박 기자가 보고 들은 이야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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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근로자로 고용할 경우, 해당 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장애의 유형과 정도, 특성을 고려하여 업무 배치를 해야 한다. 더구나 ‘장애인 특별채용’으로 채용한 경우에는 더욱 장애인이 가진 장애를 고려한 업무 배치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 제대로 업무 수행을 할 수 없는 환경에 배치하면서 장애인이 사직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척추장애를 가지고 있는 A씨는 2017년 4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 이마트 안동점에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그런데 이마트 안동점에서는 척추장애가 있는 A씨에게 하역장으로 들어온 물건을 수작업으로 분류하고, 그 작업이 끝나면 핸드자키(물류 이동장비)를 이용해 창고로 물건을 날라야 하는 ‘검품파트’에 배치했다. 척추장애로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는 업무에 A씨를 배치한 것이다.
A씨는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고 근무할 수 있는 파트로 재배치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A씨는 근무를 시작한 지 2주 만에 추간판탈출증 증상이 나타났고, 5월 15일 허리 통증으로 병원 입원까지 하게 됐다.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근무 환경에서 제대로 근무하지 못한 A씨는 2018년 11월 초까지 회복되지 않아 휴직 중이었으나, 이마트는 그해 8월부터 ‘복직해라’, ‘안 하면 징계하겠다’고 했다. 막상 휴직이 끝날 즈음에는 부서 재배치를 하겠다 통보하여 찾아간 A씨에게 원하는 자리에는 ‘자리가 없다’, ‘회사 규칙에 의해 퇴사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당일 퇴사 처리했다.
A씨가 사직하기 전인 2018년 5월 국가인권위원회대구인권사무소는 이마트가 A씨의 장애에 대한 고려 없이 업무 배치를 한 것은 장애인차별이라고 판단하고, 이마트 측에 ●부서재배치 ●재발방지 대책 마련 ●장애인차별금지 관련한 직무교육 등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마트 안동점은 해당 권고를 무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마트는 2018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트루컴퍼니’으로 선정됐다. ‘트루컴퍼니’는 장애인고용 신뢰기업을 뜻한다. 장애인을 채용했음에도 장애인이 가진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근무 배치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장애인 노동자 차별권고를 받았음에도 장애인고용과 관련 신뢰기업으로 선정된 것이다.
이는 장애인을 고용한다는 명분만 내세우고 있을 뿐, 실질적인 고용의 내용이나 질보다는 장애인을 몇 명이나 채용했다는 ‘머릿수 채우기’, 즉 수치로만 나오는 통계에 의지하여 장애인 고용의 우수성을 판단하는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는 통계를 통해 장애인을 몇 명이나 채용했는지는 알 수 있지만, 채용된 장애인이 장애의 특성에 맞는 업무 배치가 되었는지, 원활한 근무를 위해 정당한 편의제공이 되었는지와 같이 더 중요하고 세밀한 면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A씨의 사례를 통해 겉으로 드러나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형식적인 목적을 위해 장애인을 채용하고 그의 장애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업무 배치는 차라리 장애인을 채용하지 않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한편, A씨는 2020년 ㈜이마트와 이마트 안동점 업무 배치 담당자 3인에게 손해배상 및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에 있다.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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