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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수를 추억하며

박 기자의 함께걸음-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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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날다' 팀 포스터
 
2016년에 미국 LA와 샌프란시스코로 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시청각장애인의 자립지원 교육’이라는 주제로 장애청년들과 비장애청년들이 함께 했던 ‘달팽이날다’라는 팀의 리더로 다녀왔습니다. 벌써 7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순간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저를 포함하여 팀을 구성했던 장애청년은 모두 시청각장애인이었는데, 분명히 같은 시청각장애인이었지만 장애의 정도와 특성이 다 달랐어요. 보고 들을 수 있는 정도가 다 달랐다는 거죠. 그래서 의사소통 방법은 물론 통역을 받는 방법도 다 달랐어요. 자연스럽게 연수기간 동안 하나의 일정을 위해서도 자리(통역을 받기 위한 자리)를 세팅하는 과정에서부터 면밀히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많았죠.
 
미국에서는 시청각장애인을 ‘Deaf-Blind’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15가지의 장애유형 중 시청각장애가 포함되지 않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미국에서는 일찍부터 시청각장애가 하나의 장애로 인지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는 시청각장애인 협회(Deaf-Blind Association)를 비롯해 헬렌켈러 센터 등 시청각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한 기관이 미국의 각 지역별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시각장애인복지관, 농아인협회,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척수장애인협회 등과 같이 각 장애유형별로 지원하는 전담기관이 미국에는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기관이 있다는 거죠.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입장으로 여간 부럽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거주시설, 종교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 등 우리나라에서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던 ‘시청각장애인만을 위한’ 공간이나 시설이 있어서 배울 점이 많았던 연수였어요.
 
미국 연수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 팀이 미국 연수 기간에 기관 담당자를 인터뷰하게 되었는데, 저희가 시간이 조금 지체되어서 인터뷰를 위한 준비가 늦어졌거든요. 그때 담당자가 웃으며 천천히 하라고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그걸 ‘Deaf-Blind Time’이라고 부른답니다.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느리고 천천히 진행될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두 번째는 미국 연수기간에 만난 ‘친구’입니다. 미국으로 유학을 온 ‘차니타(Chanita)’라는 태국 청각장애인이었는데, 저희 팀이 미국 시청각장애인을 인터뷰할 때 함께 해주었어요. 차니타도 청각장애인인데 어떻게 우리 팀의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었을까요?
 
한국어와 영어가 다르듯, 한국수어와 미국수어도 다릅니다. 그래서 우리 팀이 질문을 말(영어)이나 한국수어로 하면, 저희 팀 연수에 함께 해주신 분이 그 질문을 미국수어로 통역했어요. 그럼 차니타가 그 미국수어를 보고 미국 시청각장애인에게 촉수어로 다시 통역했던 겁니다. 자연스럽게 질문과 답변 하나가 오고 가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그래도 정말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인터뷰를 하고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의미있었던 것 같아요.
 
요즘 국내에서 ‘시청각장애’가 한번씩 이슈로 다뤄지는 걸 접할 때마다 미국 연수 갔을 때 생각이 많이 납니다. 시청각장애인이라는 단어가 헌정 역사상 처음으로 법체계에 언급된 것을 비롯하여 최근에는 시청각장애인 관련 법안이 두 건이나 발의되었죠. 두 건이 발의된 만큼 병합하여 검토될 것 같은데,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법이 생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말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꼭 법안이 통과되어 대한민국에도 시청각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됨으로써 대한민국의 시청각장애인들도 인간다운 생활을 온전하게 영위할 수 있는 시기가 하루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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